재불화가 권순철의 ‘얼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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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불화가 권순철의 ‘얼굴’전
  • 승인 2004.10.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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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얼굴

재불화가 권순철(60)의 ‘얼굴’전이 31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8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 전시회는 파리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 권순철의 스물 한 번 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작업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의 일관되게 얼굴과 넋 그리고 산을 그려왔다. 그가 그리는 얼굴은 가까운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보통사람들의 가식 없는 표정을 담고 있다. 그는 병원, 시장, 터미널 등에서 마주친 인물들을 스케치해왔다. 얼굴 크로키들을 작업실에 세워둔 채 화면이 두툼해질 때까지 유화물감을 덧바르고 무수한 붓질로 얼굴을 드러낸다.

특히 두터운 마티에르와 무채색에 가까운 채색기법은 사람의 표정을 강인하게 형상화하고, 두터운 질감으로 한 인간의 전 생애를 표현해낸다.

무표정한 얼굴이 배경도 없이 그대로 화폭에 담겨 있다. 이 땅의 삶이 고통스럽고 처절한 것이며 절망의 육신들이 삶과 죽음에 관계없이 우리 주위를 떠도는 것이라고 느끼는 작가는 온갖 풍상을 겪으며 살아온 한국 노인들의 얼굴과 표정 속에서 우리 역사의 상흔을 본다. 늙고 주름진 얼굴, 순박한 혹은 근엄한 얼굴, 기나긴 인고의 노동이 새겨진 얼굴, 수심에 지친 표정 등 그는 이러한 얼굴들을 수없이 생생하게 그리고 또 그린다. 거기에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보아온 이 땅의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들 즉 이름 없는 민중들의 삶의 진지함과 엄숙함이 담겨 있다.

권순철은 ‘현장의 작가’로 불리우며 수많은 스케치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반복적인 일을 한 순간 한 순간 공들여가며 보이지 않게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작가는 평생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삼아 토착적인 정서를 반복적으로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탐미주의적인 요소가 제거되어 있어 담백한 그의 그림을 통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그가 구사하는 단조로운 구도와 색상처리, 구체적인 분위기 즉 배경을 생략하는 기법은 주제의식을 첨예화한다. 작가는 그의 작업을 통해 일그러져 가는 현대인의 초상에서, 소외계층의 얼굴에서 삶의 진실을 수준 높게 형상화하고 있다.

그의 그림들 속에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이는 작가의 인간성 회복과 자연성 회복에 대한 바람을 조형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한결같은 자세로 힘있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변하지 않는 것의 미덕과 그것이 가질 수 있는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의 초기작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4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일시 : 10. 8(금) ~ 10. 31(일) (오전 10시 ~ 오후 7시)
◇장소 :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입장료 : 대인 3천원, 소인 2천원
◇문의 : 02)720-1020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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