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二原者에 대하여(25)- 빛-에너지 수송시스템(carrier-system): 장기(臟氣)·부기(腑氣) ⑩
상태바
十二原者에 대하여(25)- 빛-에너지 수송시스템(carrier-system): 장기(臟氣)·부기(腑氣) ⑩
  • 승인 2020.12.2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모

김선모

mjmedi@mjmedi.com


1. 간과(看過)되었던 촌구(寸口)

02章 黃帝曰, 氣之過於寸口也, 上十焉息? 下八焉伏? 何道從還? 不知其極.

岐伯曰, 氣之離臟也, 卒然如弓弩之發, 如水之下岸, 上於魚以反衰, 其餘氣衰散以逆上, 故其行微.

제가들은 폐(肺)로부터 출발한 기(氣)가 수지단(手指端)을 향한 향외성(向外性) 운행을 한 후, 수지단(手指端)에서 터닝(turning)하여 폐(肺)를 향한 향심성(向心性) 운행으로 돌아오며 그 돌아오는 길을 ‘하도종환(何道從還)’의 ‘환(還)’ 즉, 환도(還道)라 인식하였다. 이는 어제(魚際)에서 약해지는 ‘주체(主體)’의 력원(力原)을 폐(肺)로 보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폐장(肺臟)을 에너지 출발점인 ‘기준점’으로, 수지단(手指端)을 ‘반환점’으로 인식하였다는 말이다.

하지만 ‘하도종환(何道從還)’의 ‘환(還)’ 즉, ‘환처(還處)’는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인 ‘기지리장야(氣之離臟也)’의 장(臟) 즉, 폐장(肺臟)임이 타당하다. 이는 단지 질문과 답변의 정합성(整合性)에 따른 결론이 아니다. 《동수.영62》의 저자는 반환점(返還點) 폐장(肺臟)의 상대적 기준점이 ‘촌구(寸口)’임을 이미 문단의 제일 첫 문장 “기지과어촌구야(氣之過於寸口也)”를 통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가들에게 ‘하도종환(何道從還)’의 ‘환(還)’은 그저 5장 “영위지행야 상하상관 여환지무단.(營衛之行也 上下相貫 如環之無端.)”의 환(環)과 다를 바 없는 의미였을 것이며 “기지과어촌구야(氣之過於寸口也)”의 촌구(寸口)는 여환무단(如環無端) 중의 일개(一介) 혈(穴)일 뿐이었을 것이다. 중요한 첫 문장 “기지과어촌구야(氣之過於寸口也)”에서 촌구(寸口)를 언급했던 《황제내경》 저자의 의도는 양상선 선생의 눈에 잠시 거슬렸을 뿐 그 어떤 제가들에 의해서도 언급조차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2. 데자뷰(deja vu)

여기서 잠깐 이 상황들을 돌아보자. 생각해보면 당연할 것 같은 질문과 대답의 정합성(整合性)이나, 한번쯤은 의심했을 법한 촌구(寸口)의 기록들이 그 오랜 기간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던 지금의 상황이 매우 익숙하지 않은가?

‘보았으나 보고싶지 않았던 것’

이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의 사건은 필자가 언급했던 사건과 매우 닮아있다.

지난 수천년간 품(稟)은 합리적인 이성(理性)으로 해석될 수 있었음에도 이해(신념)를 벗어나는 품(稟)을 만나는 순간 품(稟)을 버리거나 ‘오장지기(五臟之氣)가 365혈(穴)로 주입(注入)되는’ ‘신포도’를 만들었던 것이다. 단 하나의 글자가 전체의 글을 부정하고 있다. 보았으나 보지않은 것으로 눈감아야했던 인지수정(認知修整)은 해석자의 마음을 편하게 했을까? 《민족의학신문 十二原者에 대하여(04)》

그렇다. 이는 “십이원자, 오장지소이품삼백육십오절기미야.(十二原者, 五臟之所以稟三百六十五節氣味也.)”의 ‘품(稟)’과 그 맥을 같이한다. 문맥상 놓쳐서도 안되고 버릴 수도 없다하여도 내 이해의 범주를 벗어난 표현은 철저히 외면하게 되는 해석의 경향 이것은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의 심리에 기반한다.

품(稟)을 간과(看過)함으로 인해 생긴 오수혈(五腧穴)의 운행과 역할에 대한 오해와 곡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하다. 과연 제가들이 간과했던 “기지과어촌구야(氣之過於寸口也)”의 촌구(寸口)는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3. 제가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외곽(外廓)으로부터 에너지 공급

지난 1년동안 필자와 12원혈(原穴)을 공부해 온 여러분들이라면 이 상황이 ‘사건’으로서만 비슷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다.

「태연(太淵)」은 주혈(注穴)인 동시에 원혈(原穴)이다. 유실(遺失)된 폐기(肺氣)를 보충하는 곳인 동시에 폐(肺) 속으로 운반되는 365절(節)의 기미(氣味)를 싣는 곳이다.

《동의16형인.권건혁 著》

소출위정 소류위형 소주위수 소행위경 소입위합 이십칠기소행 개재오수야(所出爲井 所溜爲滎 所注爲腧 所行爲經 所入爲合 二十七氣所行 皆在五腧也) 《구침십이원.영01.》

촌구(寸口) 즉, 태연(太淵)은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의 원혈(原穴)이다. 지난 기고(寄稿)를 통하여 《본수. 영02》의 “폐출어소상(肺出於少商)”을 설명하면서 오수혈(五腧穴)의 운행주체는 장기(臟氣)임을 설명하였다. 소상(少商)으로부터 태연(太淵)을 지나 폐(肺)로 향하는 폐기(肺氣)의 에너지는 출류주행입(出溜注行入)의 오수혈(五腧穴)의 주혈(注穴)인 태연(太淵)에서 에너지를 주입(注入)받고 동시에 원혈(原穴)인 태연(太淵)에서 365절(節)의 기미(氣味)를 싣게되는 것이다.

따라서 《동수.영62》의 저자가 “기지과어촌구야(氣之過於寸口也)”를 문장의 맨 앞에 배치한 것은 촌구(寸口)의 에너지 공급처로서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촌구(寸口)의 기술(記述)이 제가들의 철저한 외면속에 버려져 왔던 것은 외곽(外廓)으로부터 내장(內臟)으로의 에너지 공급의 개념이 제가들의 에너지 공급에 대한 상식(常識)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12원혈(原穴)의 ‘품(稟)’과 반환점(返還點) 폐장(肺臟)의 상대적 기준점 ‘촌구(寸口)’는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의학논쟁(醫學論爭)의 장(場)에서 단 한번도 다루어지지 못했다.

 

4. 황제(黃帝)의 질문과 기백(岐伯)의 대답: 새로운 해석

이러한 365절의 기미(氣味)를 운반하는 폐기(肺氣)의 에너지-공급처로서의 태연(太淵)을 이해한다면 황제의 질문과 기백의 대답은 전혀 다른 의미를 드러내게 된다.

하도종환(何道從還)의 하(何)는 '어찌 하'다. 여기서는 '어느, 어떤'이란 뜻이다. 도(道)는 '길 도'다. 여기서는 '방법, 술책'이란 뜻이다. 하도(何道)는 어떤 방식, 어떤 방법이란 의미다. 종(從)은 '좇을 종'이다. '좇다, 뒤를 밟아 따르다. 부터≒自. 말미암다, 인연하다. '란 뜻이다. 환(環)은 '돌아올 환'이다. '돌아오다, 되돌아오다. 돌려보내다'는 뜻이다. 하도종환(何道從還)은 폐기(肺氣)는 어떤 방식으로 다시 되돌아 나오는가 하는 뜻이다. 부지기극(不知其極)의 극(極)은 '다할 극'이다. '다하다. 끝나다. 극, 한계, 더할 수 없는 막다른 지경'이란 뜻이다. 그 극(極)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폐기(肺氣)가 운행하는 가장 안쪽의 극에서 벌어지는 일을 도저히 짐작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동의16형인.권건혁 著》

이어 기백(岐伯)의 대답을 해석해 보자. 대답은 기지리장야(氣之離臟也)로 시작된다. 리(離)는 떠날 리다. 떼어 놓다. 떨어지다. 헤어지다, 이별하다. 벗어나다는 뜻이다. 기(氣)는 폐기(肺氣)이며, 장(臟)은 폐(肺)다. 기미(氣味)를 쏟아 부은 다음 폐기(肺氣)는 폐(肺)의 인력(引力)에서 벗어나 다시 밖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말이다. 기지리장야(氣之離臟也)로 시작된다는 것은 폐(肺)-에너지가 365절(節)의 기미(氣味)를 폐 속에 쏟아 부은 다음에 어떤 방식으로 되돌아 나오게 되는가 하는 질문부터 대답을 하겠다는 말이다.

졸연여궁노지발(卒然如弓弩之發)의 졸연(卒然)은 별안간, 갑자기. 돌연(突然)이란 뜻이다. 궁노지발(弓弩之發)의 궁노(弓弩)는 활과 쇠뇌. 활이다. 화살이 활에서 발사되는 것 같다는 뜻이다. 폐(肺)-에너지는 활의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총구를 벗어난 총알처럼 돌연(突然) 밖을 향해 튀어 나간다는 뜻이다. 여수지하안(如水之下岸)의 안(岸)은 언덕 안이다. 언덕, 물가의 낭떠러지. 기슭, 강기슭. 높은 곳, 고지(高地)란 뜻이다. 낭떠러지를 떠난 물이 폭포수가 되어 곧장 아래로 떨어지듯 단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떠나간다는 뜻이다. 《동의16형인.권건혁 著》

태연(太淵)의 원혈(原穴)로서의 의미를 간과(看過)한 제가들이 황제의 질문과는 별개로 기백의 답변을 폐장(肺臟)으로부터의 ‘에너지 분출(噴出)’로만 해석한 것과는 달리 폐장(肺臟)을 떠나오는 폐기(肺氣)의 운행양상을 묻는 황제의 질문에 부합하는 답변을 보이고 있다.

 

5. “상십언식 하팔언복(上十焉息 下八焉伏)의 비밀(祕密)” 예고

살펴보았듯이 기준점에 대한 간과(看過)로 제가들의 해석에서 《동수.영62》의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촌구(寸口)로부터 폐장(肺臟)으로의 폐기(肺氣) 에너지-공급의 의미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이는 “청기상주어폐(淸氣上注於肺)”의 폐(肺)를 상도(上道)의 강력한 력원(力原)으로 인식하게 하고 각 제가들로 하여금 상도(上道)의 상대적 개념인 허구(虛構)의 환도(還道)를 쏟아내게 한 시발점(始發點)이었다. (참고로, 《십이원자에 대하여(20)》에서의 설명은 폐기(肺氣) 에너지-공급처로서의 촌구(寸口)를 강조하기 위함이지 2장(章)이 《동수.영추62》 중심주제인 ‘동이부지(動而不止)’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황제내경》 저자의 촌구(寸口)를 무시함으로써 유발된 폐해(弊害)는 이처럼 막심(莫甚)하지만 “상십언식 하팔언복(上十焉息 下八焉伏)”이 가중(加重)시킨 혼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상도(上道)/하도(下道). 이 어렵지도, 길지도 않은 두 단어에 대한 그 많은 제가들의 의견들 중 서로 일치하는 것 하나가 없으니 말이다. 난무(亂舞)하는 상도(上道)/하도(下道)에 대한 그 오랜 억측(臆測)들을 잠재울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 1년을 달려왔다. 다음 시간 그 1년을 마무리하겠다.

 

김선모 / 반룡학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