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宗損益의 催生符를 통한 조선 의학의 자기화 과정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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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宗損益의 催生符를 통한 조선 의학의 자기화 과정 연구
  • 승인 2021.01.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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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춘, 서정철, 최순화

한기춘, 서정철, 최순화

mjmedi@mjmedi.com


임상 한의사 3인이 연구한 황도순, 황도연

Ⅰ. 서론

필자는 지난 호에 <醫宗損益>과 <東醫寶鑑> 催生符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하여 논술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중국 의서의 催生符가 조선 후기 <醫宗損益>를 통해 어떻게 자기화 과정을 거쳐 독창성을 가지게 되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Ⅱ. 비교 대상 催生符와 의서 선정

<醫宗損益>1) 催生符 11개 중 의서에 가장 많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제 1, 2행의 4개 符籍을 연구 대상으로 하였다.

<醫宗損益> 催生符의 출처는 <婦人大全良方>2)으로 되어 있는데 <婦人大全良方>에는 催生符가 <聖惠方(太平聖惠方)>과 <局方(太平惠民和劑局方)>에 동일하게 나온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 의서로는 위 3가지 서적을 催生符 비교를 위한 대상 서적으로 선정하였다. 조선 의서로는 가능한 모든 서적을 조사하였는데 아래에서 자세히 언급하기로 한다. 다만 <鄕藥集成方>의 催生符는 難產符라고 되어 있고, 연구 대상으로 삼은 부적과는 다른 형태의 부적들이 실려 있어서 조사 대상에서는 제외하였다.

 

Ⅲ. 본론

1. 중국 의서의 催生符

<太平聖惠方>3)과 <太平惠民和劑局方>4), <婦人大全良方>에 나오는 催生符는 그림 1과 같다. <太平聖惠方>에는 催生符가 難產符라고 되어 있다.

2. 조선 의서의 催生符

<醫方類聚>5), <醫林撮要>6), <東醫寶鑑>7), <醫宗損益>8) 등에 催生符가 나온다. 의서는 아니지만 <産室廳總規>9)와 <大君公主御誕生의 制>10)에도 催生符가 실려 있다(그림 2).

 

Ⅳ. 고찰

催生符는 출산을 촉진하고 산모와 아기가 모두 안전하기를 기원하는 부적이다. 서적마다 催生符의 적응증과 사용법이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는 동일하다. 그러나 符籍의 문양을 보면 중국과 조선의 催生符에서 약간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첫째 符籍에 쓰인 한자가 다르다. 중국 의서의 경우 催生符 첫 번째 符籍의 한자가 月月月月 또는 日月日月인데 비하여 조선 의서 중 <醫方類聚>를 제외하고 <醫林撮要> 등 나머지에는 用用月用 또는 用用用用으로 되어 있다. 둘째, 중국 의서에는 첫 번째 符籍의 한자 鬼의 제 7획이 짧고 제 8획이 긴 데 비하여 조선 의서에는 <醫方類聚>를 비롯하여 모두 제 7획과 제 8획의 길이가 비슷하다. 셋째, 중국 의서에는 첫 번째 符籍의 한자 尸의 제 3획이 좌측으로 향한데 비하여 조선 의서에는 <醫方類聚>를 제외하고 <醫林撮要> 등 나머지에는 尸의 마지막 획에 3개의 획이 우측으로 추가되어 휘날리는 형상을 하고 있다. 넷째, 중국 의서에는 세 번째 符籍의 한자가 각각 口小口生死, 月水生死, 月小口生死로 되어 있는데 비하여 조선 의서 중 <醫方類聚>에는 月水月死로, <大君公主御誕生의 制>에는 月水生死로, 나머지 서적에서는 月水月生死로 되어 있다. 다섯째, 중국 의서에는 네 번째 符籍의 한자가 月月月 또는 刂口口로 되어 있는데 비하여 조선 의서 중 <醫方類聚>를 제외하고 <醫林撮要> 등 나머지에는 月月用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조선 의서의 催生符가 중국 의서와 다른 현상은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김홍균10)은 民族 醫學의 중흥기라 할 수 있는 조선 중기의 의학은 외래문화의 흡수와 융합의 과정에서, 실증론에 입각한 자기화의 과정을 통해 자주적인 토착화를 이룬 시대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 <醫方類聚>는 1445년(세종 27년)에 국내외의 다양한 의학 문헌을 집대성한 책이다. 그런데 <醫方類聚>의 催生符가 이후 조선 의서처럼 중국 의서의 催生符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미 이 시기에 <太平聖惠方>과 <太平惠民和劑局方>, <婦人大全良方>의 催生符를 도입하면서 자기화하고자 하는 싹이 트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기화의 전통은 <醫林撮要>에 이르러 더욱 과감하게 符籍의 한자를 더 많이 바꾸는 등 자주적인 토착화를 이루고, <醫宗損益>과 <産室廳總規>, <大君公主御誕生의 制>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조선 의서가 중국 의서를 도입하면서 자기화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는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조선 의학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향후 催生符의 한자와 문양에 대한 의미 분석 등 심층 연구를 통해 조선 의학의 자주성에 대한 추가 연구를 기대한다.

 

Ⅴ. 결론

<醫宗損益>의 催生符를 통한 조선 의학의 자기화에 대해 연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중국 의서와 조선 의서의 催生符를 비교해 보면 조선 의서의 催生符는 符籍의 한자와 획을 바꿈으로써 자기화를 시도하고 이후 토착화되었다.

2. 催生符의 자기화 과정은 <醫林撮要>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醫宗損益>과 <産室廳總規>, <大君公主御誕生의 制>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다.

 

<참고문헌>

1. 惠庵, 醫宗損益, 1868, 필자 소장.

2. 陳自明, 婦人大全良方, 1237, 欽定四庫全書本.

3. 王懷隱, 太平聖惠方, 992,

4. 太醫局, 太平惠民和劑局方, 1078.

5. 金禮蒙 等撰, 醫方類聚, 1445(인민위생출판사 교점본, 1979).

6. 楊禮壽, 醫林撮要, 선조 초(韓國醫學大系10. 여강출판사 영인본. 1994.)

7. 許浚, 東醫寶鑑, 1613,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8. 産室廳總規, 1875,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9. 필사자 미상, 大君公主御誕生의 制, 연대 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10. 김홍균, 박찬국, 朝鮮 中期 의학의 계통에 관한 연구,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1991(5):252-305.

 

한기춘·서정철·최순화 / mc맥한의원·우리경희한의원·보광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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