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근탕, 갈근탕가천궁신이 – 두경부 혈행이상 해결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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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근탕, 갈근탕가천궁신이 – 두경부 혈행이상 해결사!②
  • 승인 2020.12.3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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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29)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조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CPG 속 갈근탕의 모습은? (표 참조)

CPG 속 갈근탕은 어떤 모습일까? 전편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호소노 시로의 언급대로 “신체 경부(목) 이상 부위의 혈행을 호전시키는 기전”을토대로상기도감염을비롯한비강질환, 통증질환 등에 활용되고 있다. 총 11가지 CPG에 갈근탕과 그 가감방인 갈근탕가천궁신이가 등장하며, 주로 감기(상기도감염), 알레르기비염, 부비동염 같은 호흡기내과, 이비인후과 질환과 통증분야(만성 긴장형두통, 섬유근통)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상기도감염증 분야이다.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서 호흡기 감염증 초기에 사용했던 이 처방의 원 의도에 가장 충실한 활용이다. 2003년 발간된 “호흡기감염증에 관한 가이드라인-성인 기도 감염증 진료의 기본 사고방식”에서는 마황탕과 함께 감기에 가장 널리 활용되어 온 처방으로 언급했는데, 동시에 실제 감기에 처방할 때는 한방 고유의 병태 분류에 입각하여 활용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초기 감기이면 무조건 갈근탕!’은 아님을 명확히 언급한 것이다. 일반 감기는 물론이며, 독감에도 해열을 목적으로 갈근탕을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한 CPG도 있다. 바로 “호흡기질환 치료용 의약품의 적정사용을 목적으로 한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러한 갈근탕이 가진 해열효과의 구체적인 기전을 함께 언급했는데, 첫째는 대식세포(macrophage)의 활성화였고, 둘째는 사이토카인의 과잉반응 억제였다. 마지막으로 “‘임신 수유와 약’ 대응 기본 매뉴얼”에서는 임신부 감기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갈근탕을 제안했는데, 이 때 함께 제안된 처방은 향소산, 삼소음, 맥문동탕, 소시호탕, 시호계지탕, 시호계지건강탕, 소청룡탕이었다. 이 중, 갈근탕과 소청룡탕에 대해서만 마황을 함유하고 있는 관계로 장기 복용은 피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 점은 임상에서 꼭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상기도감염증과 비슷한 빈도로 활용 추천된 분야는 이비인후과 분야 중 비과이다. 비강에 발생하는 여러 증상 중 특히 ‘알레르기비염’에 대한 활용 추천이 가장 많다. “알레르기질환 치료가이드라인 95개정판”에서는 작용기전은 명확하지 않지만 알레르기비염(꽃가루 알레르기 포함)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소청룡탕, 갈근탕, 소시호탕 등이 있음을 언급했다. “알레르기 종합 진료가이드라인 2013”에서는 소청룡탕, 갈근탕, 영감강미신하인탕을 알레르기비염에 활용해볼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했다. 이 중 위약대조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소청룡탕 뿐임을 지적하면서도, 이러한 근거에만 구애될 것이 아니라 이 세 처방을 증(證)에 따른 병태파악, 한방진단, 병기, 병인분류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여 활용해야 함을 강조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코 알레르기 진료가이드라인 - 통년성비염과 꽃가루 알레르기”에서는 계절성 알레르기비염 환자에게 소청룡탕 또는 갈근탕가천궁신이와 항히스타민제 레보세티리진 염산염을 병용했을 때, 임상증상(재채기 횟수, 코막힘, 생활지장도)이 유의하게 개선되었으며, 특히 항히스타민제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졸음 발현빈도가 10% 정도로 낮게 나타나 비교적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 치료결과를 얻었다는 데이터를 인용하며 소청룡탕 또는 갈근탕가천궁신이을 활용한 한양방협진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알레르기비염 외에 부비동염에 대한 활용 추천도 있다. “부비동염 진료 매뉴얼”에서는 갈근탕이 아닌 비강질환 가감 버전인 갈근탕가천궁신이를 형개연교탕, 신이청폐탕과 함께 부비동염 진료에 활용해 볼 수 있는 처방으로 제시해 두었다.

다음으로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바로 “통증분야”이다. 먼저 두통이다. “만성두통 진료가이드라인 2013”에서는 항불안약 치료의 효과가 충분치 못한 견경부 근육 결림에 기인한 만성긴장형두통에 갈근탕을 활용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호흡기감염 초기 견경부 근육 결림에 활용되었던 갈근탕 임상활용법이 확장 활용되다가 임상연구결과를 토대로 CPG에 수록된 것이다. 섬유근통에 대한 추천도 있다. “섬유근통 진료가이드라인 2017”에서는 다양한 한방약 관련 증례보고를 서술하며, 각 환자의 병태에 맞춰 한방약 처방을 선택해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는데, 그 때 소개된 증례 중 하나에서 갈근탕, 대방풍탕, 수치부자가루를 병용했던 것으로 확인이 된다. 갈근탕 자체 보다는 병태진단에 따라 처방된 갈근탕과 그 병용처방이 효과를 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하여 임상현장에 응용해야 할 내용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구성약물 중 하나인 마황의 ‘에페드린(ephedrine)’ 성분에 주목하여 활용 추천과 주의사항을 각각 제시한 지침들이 있다. 먼저, 활용 추천을 해둔 지침을 살펴보면, 바로 “야뇨증 진료가이드라인 2016”이다. 여기서는 갈근탕을 몇몇 다양한 한방처방과 함께 야뇨증에 활용 가능한 한방처방 중 하나로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갈근탕의 야뇨증에 대한 작용 기전 설명이다.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이 중추를 자극하여 각성장애를 하여 야뇨증 개선효과를 내는 것으로 해설하고 있다. 반대로, 이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에 대한 주의사항을 강조한 지침은 “고령자의 안전한 약물요법을 위한 가이드라인 2015”이다. 여기에서는 마황탕과 갈근탕이 마황을 함유한 처방임을 지적하며, 고령자에게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함을 설명했다. 특히,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고혈압을 가진 환자, 허혈심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 빈맥성 부정맥을 앓고 있는 환자, 배뇨장애를 보이는 환자일 경우,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상의의 눈

지금까지의 내용을 읽어 오신 분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필자는 임상에서 호소노 시로가 언급한 작용기전을 토대로 갈근탕 적용여부를 스크리닝해간다. “신체경부(목) 이상 부위의 혈행이상”으로뒷목결림, 두통, 비폐색, 안구충혈이나 안구건조 등이 있을 때, 갈근탕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이 있다고 하여 모두 갈근탕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다음 사항을 고려하여 갈근탕 적합여부를 재고하여야 한다.

먼저, 맥진 소견이다. 전편에서 오츠카 케이세츠의 언급을 인용한 것처럼 맥이 명확히 침세(沈細), 침미(沈微)한 경우는 갈근탕이 좋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갈근탕은 엄연한 표실증 처방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체형, 특히 살집을 살펴 보아야 한다. 호소노 시로는 그의 저서 『임상상한론(臨床傷寒論)』에서 갈근탕과 계지가갈근탕의 감별점을 제시했는데, 이 내용이 꽤 유용하다. 그 내용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며 본고를 마무리하려 한다. 갈근탕증에 해당하는 사람의 살집은 손가락으로 집어보았을 때, 잘 딸려 올라오지 않는 피부이다. 딸려 올라와도 1횡지 또는 2횡지 정도의 폭에 국한된 경우가 갈근탕증이다. 만약 피부가 얇고 손가락으로 집게 촉지 하였더니 별 저항없이 바로 주욱~ 딸려 올라온다면 이 경우는 갈근탕증일 가능성이 낮다. 이 때는 계지가갈근탕이 보다 적합하다.

 

참고문헌

1.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9.

http://www.jsom.or.jp/medical/ebm/cpg/index.html

2. 조기호. 증례와 함께하는 한약처방. 우리의학서적. 서울. 2015. p.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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