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46> - 『黃帝靈樞經』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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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46> - 『黃帝靈樞經』③
  • 승인 2021.01.09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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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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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잃어버린 高麗鍼經의 복원을 꿈꾸며

오늘날 우리는 북송시대 교정의서국의 손을 거치면서 중국판 『황제내경』에 편입되어 개편된 모습의 『영추경』을 볼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하지만 이 『황제영추경』안에는 고대 침구경락학의 원천으로 여겨지는 ‘九卷’을 비롯해 고려에서 건너간 ‘鍼經’, 그리고 史嵩이 개편한 24권으로 개찬한 편차와 음석까지 붙어 있어, 가히 고대 침구경락학 발전에 관한 문헌의 보물창고와 같다.

◇ 『황제영추경』
◇ 『황제영추경』

고문 연구자들에 따르면, 『영추』 역시 한두 사람의 손에 의해 특정한 시기에 한꺼번에 지어진 책이 아니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저술시기가 중국 전국시대 말기로부터 진나라 초기까지로 『소문』에 비해 오히려 앞선 시기로 보고 있는 것이 중론이다. 평소 필자는 『소문』에 비해 『영추』에 대한 역대 주가의 주석본이 드문 현실에 늘 의아스런 심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로부터 고려시기까지 의과 교재로 사용되었으며, 조선시대로 들어서서도 침구교학의 고강서로 부동의 위치를 차지했으며, 허준이 왕빙 주석본을 북송 의서국에서 교정하여 펴낸 『황제내경』에 교정음석을 덧붙여 간행한 바 있다.

한편 1868년 황도연이 『醫方活套』(1869)에 앞서 저술한 『醫宗損益』에서도 주로 참고한 의서(引用諸書) 가운데 이 책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첫 번째『신농본초』에 이어 ‘황제영추경’을 2번째로 인용하고 있는데, 3번째로 등장하는 책이 바로『黃帝素問內經』이어서 ‘영추’와 ‘소문’을 별개의 책으로 엄격하게 분리해 거명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잃어버린 『영추경』을 복원하기 위한 욕심으로 이른바 ‘고려침경’을 가져다 이리저리 엮어 권차를 꿰어 맞추어 놓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여전히 어색하고 이질적이어서 정합성이 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혹여 신비스럽고 오묘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영추’라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분식된 서명으로 불리기보다는 원래대로 ‘침경’ 혹은 ‘침구경’으로 복원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이른바『영추경』에는 한국의학에서 빠트릴 수 없는 중차대한 의론이 배태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동의보감』형상론과 사상의학의 기반이 되는 체질설이 수록된 점이다. 동무 이제마 선생 스스로 太少陰陽五行人論의 苗脈이 여기에 숨어 있다고 하였으니 그의 사상의학설은 여기서 비롯되어 發芽된 셈이 아니던가.

여기서 『동의수세보원』醫源論에서 이제마선생이 직접 언급한 評說 몇 대목을 되새겨 보기로 한다. “『본초』와 『소문』이 신농과 황제의 손에서 나왔다고 하는 것은 진실하다고 믿기 어렵다. 왜냐하면 신농과 황제 때에는 응당 문자가 없었을 것이요, 후세에 이르면서 문자의 용례가 점차 발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전국한의과대학 사상의학교실 편, 『사상의학』교재, 집문당, 1997.)

또한 같은 편의 글 속에서 “(나는) 논하기를 『영추』와 『소문』을 황제가 지었다고 거짓 핑계하는 것은 실로 괴이하고 이상해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니 이 같은 것은 말할 가치가 없다. …… 이글이 역시 옛사람들의 경험이고 오장육부, 경락, 침법, 병증, 수양 등에 대하여 많이 깨우쳐 준 바 있으므로 사실상 의학하는 사람들이 연구하는 宗主가 되는 것이요, 또 묘맥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論曰靈樞素問, 假托黃帝, 異怪幻惑, 無足稱道, …… 實是醫家格致之宗主, 而苗脈之所自出也. 위와 같은 책에서 인용.)

의학의 시원과 변천을 다루고 있는 의원론에서 영추를 소문에 앞서 기록한 점 또한 눈여겨 볼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선에서 여러 차례 간행된 것이 분명하지만 남아있는 전본은 매우 드물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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