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자탕 – 상부 소화관 운동 이상의 해결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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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자탕 – 상부 소화관 운동 이상의 해결사!①
  • 승인 2021.01.1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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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30)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전형증례>

43세 여성.

꽤 연약해보이는 환자로 조금만 먹어도 바로 배가 부르고, 그렇다 보니 식사량은 매우 적으며 좀처럼 체중이 늘지 않는다면서 내원했다. 최근 체중이 40kg 밑으로 떨어졌다고 하며, 걱정이 되어 종합건강검진을 실시했지만, 특별한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체중이 너무 빠지다 보니 체력도 떨어지는 것 같다며 걱정을 하다가 주변에서 한약치료를 권하여 내원했다고 한다. 특별히 복용 중인 약물은 없다.

일단, A엑스제를 1일 2회 투약해보기로 했다. 4주간 복용했는데, 아직 식사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다만, 체력은 회복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이후 3개월 간 복용을 유지하자, 식사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1년 후에는 약 3kg 정도 체중이 증가했다. 밥맛 뿐 아니라 체력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지속 복용을 원하여 현재 1년 6개월째 A를 지속 복용하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육군자탕(六君子湯)이다. 육군자탕의 출전은 몇몇 설이 있으나 중국 원대(元代) 이중남(李仲南)의 『영류령방(永類鈴方)』이며, 당시 소화기 허약에 활용되던 처방인 사군자탕에 반하, 진피를 추가하여 “육군자탕”이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다. 이후 여러 의가들의 활용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비위허(脾胃虛)를 보이는 기능성 소화불량 같은 상부 소화관 이상에 위내정수(胃內停水)에 의한 명치부 비만감, 식욕부진, 오심,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자리매김했다.

 

육군자탕 개요

구성약물: 인삼, 백출, 대조, 반하, 진피, 복령, 감초, 생강

효능효과: 체력 중등도 이하이며 위장이 약하고, 식욕이 없으며, 명치가 막힌 것 같고, 쉽게 피로하며, 빈혈성으로 손발이 찬 경우의 다음 증상: 위염, 위장허약, 위하수, 소화불량, 식욕부진, 위통, 구토(일본 내 허가사항)

주요 약리작용: 소화관 운동 촉진작용, 위 배출능 촉진작용, 위 적응성 이완에 대한 작용, 위점막보호작용, 위점막 혈류 개선작용, 식도 clearance 개선작용, 식도점막 장벽기능 개선작용, 그렐린에 대한 작용, 항스트레스작용

 

육군자탕 활용의 발전사

육군자탕의 출전은 그동안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 『의학정전(醫學正傳)』, 『교주부인양방(校注婦人良方)』 등으로 언급되어 왔는데, 모두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내용이라 할 수 없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구성의 육군자탕(사군자탕 + 이진탕)은 중국 원대 이중남의 『영류령방, 1331년』에 처음 등장한다. “비위부조(脾胃不調)하여 음식을 먹을 생각이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사군자탕을 제시하면서, 그 가감법으로 진피, 반하를 추가할 경우 육군자탕이라 이름했는데, 이것이 첫 등장이다. 그동안 육군자탕의 출전이라고 일컬어져 왔던 『태평혜민화제국방, 1107년』에는 사군자탕과 이진탕이 언급되기는 했으나, 육군자탕이라는 처방명과 형태는 등장하지 않는다. 위역림(危亦林)의 『세의득효방』에는 『영류령방』과 동일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지만, 그 출판연도가 1345년으로 약간 늦다. 우단(虞摶)의 『의학정전』에서도 담(痰), 기허(氣虛)가 함께 있는 경우 육군자탕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출판연도가 1515년으로 늦다. 설기(薛己)의 저서인 『교주부인양방』역시 그동안 육군자탕의 출전으로 언급되어 왔지만, 사실 육군자탕 관련 기록은 없다. 오히려 같은 설기의 저작 중 『설씨의안(薛氏醫案)』에 육군자탕 기록이 있을 뿐이다. 1587년 출간된 공정현(龔廷賢)의 『만병회춘』도 출전으로 언급되어 왔지만, 시대가 늦다. 다만, 가장 자세한 적응증을 처음으로 제시해 두었는데, “비위가 허약하며 식욕이 떨어져 있을 때, 혹은 오래동안 학리(虐痢)를 앓아 내열(內熱)을 느낄 때, 소화가 되지 않아 신물이 오르는데 허화(虛火)에 속하는 경우 등에 사용한다”고 하여 주요 저작 중에는 가장 자세한 적응증을 제시했다. 현재, 육군자탕은 비위허(脾胃虛)를 보이는 기능성 소화불량 같은 상부 소화관 기능 이상에 위내정수에 의한 명치부 비만감, 식욕부진, 오심,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통용되는데, 이는 『만병회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영류령방』이전에도 육군자탕 방의의 처방은 꾸준히 사용되어 왔다. 정확히 현재의 육군자탕은 아니지만, 육군자탕 가감방으로 볼 수 있는 처방 내역이 종종 등장했는데, 그 적응증, 사용병태는 현재의 육군자탕과 대동소이했다. 『태평혜성방(太平聖惠方, 992년)』에는 육군자탕이라는 이름은 없지만, 육군자탕거감초가천궁, 육군자탕거복령가목향, 육군자탕거복령가후박의 의의를 가진 처방 내역은 등장하며, 모두 상한이나 열병 후 명치~복부에 걸쳐 나타나는 창만감, 구역, 소력을 동반한 경우 활용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육군자탕이라는 이름은 사용했으나, 그 구성 약물이 달라 같은 처방이라 볼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양담(楊倓)의 『양씨가장방(楊氏家藏方, 1187년) 』에는 현재의 육군자탕에서 감초를 빼고, 지각을 가한 구성의 육군자탕이 등장한다. 적응증은 “흉격비색(胸膈痞塞)하며 비한(脾寒)하여 음식 먹기를 좋아하지 않고, 조약(燥藥)을 복용할 수 없는 환자”였다. 엄용화(嚴用和)의 『엄씨제생방(嚴氏濟生方, 1253년) 』에도 육군자탕이 나오는데, 이 처방에도 지각이 추가되어 있다. 대신, 복령이 빠져있다. 적응증은 “비장(脾臟)이 불화하여 음식을 먹지 못하고, 상조하한(上燥下寒)하여 열약(熱藥)을 복용하지 못하는 환자”였다. 이와 동일한 내용은 『영류령방』에도 등장하는데, 곧, 『영류령방』에는 두 가지 버전의 육군자탕이 수록된 것이다. 종합해보면, 『영류령방』의 육군자탕이 등장하기 전까지 복령 대신 목향, 후박, 지각 같은 약재가 육군자탕의 일원으로 사용되다가, 이후 이 약재들 대신 복령이 추가된 형태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후대에 나온 육군자탕의 변방인 향사육군자탕에는 목향, 후박이 다시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임상현장에서 소화관의 운동을 직접 개선할 수 있는 목향, 후박 같은 약재의 힘이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느꼈던 것 아닐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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