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2008년 그 해 ‘개미’들은 어떻게 추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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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2008년 그 해 ‘개미’들은 어떻게 추락했나
  • 승인 2021.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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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빅쇼트

새해부터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하며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주식 열풍이 불고 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의 영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는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다. 그만큼 주식에 대해 관심이 없던 서민들이 노후자금 등을 목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고 있다.

감독: 아담 맥케이출연: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등
감독: 아담 맥케이
출연: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등

이렇듯 수많은 ‘개미’들이 최소한의 리스크로 최대한의 수익을 추구하려면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미래를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밝은 미래만이 존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전문가의 분석이나 지인의 ‘카더라’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만큼 타인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영화 ‘빅쇼트’에 나오는 마이클 배리, 마크 바움, 자레드 베넷, 찰리 겔러, 제이미 시플리, 벤 리커트는 그 어려운 일이 가능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가 안전하고 무너질 수 없다고 생각한 주택시장이 사실은 금융권의 욕심으로 엉성하게 쌓인 젠가와 같으며, 2007년 이후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용부도스와프’라는 상품을 신설해 하락에 배팅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수많은 돈을 얻었다.

이 영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경제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2008년 당시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불황이 찾아왔다’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경제에 관심이 없었다면 언뜻 들여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어려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빠른 편집과 유명인이 관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신선한 연출, 직관적이고 강렬한 표현으로 2008년에 우리가 어떤 일을 겪어야 했는지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빅쇼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영화가 상당히 절제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신용부도스와프로 남들과는 정반대의 베팅을 했고, 그 결과 세계 경제 역사상 길이 남을 거대한 금액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일례로 마이클 배리의 펀드는 투자금 손실로 인한 소송까지 경험했다가 490% 가량의 수익을 얻었다고 묘사되고 있다. 그야말로 짜릿한 수치이지만 영화는 이를 흥분하거나 위대한 승리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추가매수를 택하고 좋은 투자를 했다는 생각에 흥분한 찰리 겔러와 제이미 시플리에게 벤 리커트는 “절대 춤추지 마”라고 선을 긋는다. 그들이 택한 길은 사적으로는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경제적 파탄이기 때문이다. 이는 신용부도스와프에 투자한 사람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 끝에 남는 것은 미국에서만 수백만 명이 집을 잃고, 직장을 잃은 채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으며, 은행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국민의 막대한 혈세가 투하되었다는 비극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부패한 ‘악당’과 이로 인해 희생당하는 ‘불쌍한 소시민’, 그리고 이들을 대변하는 ‘정의로운 주인공’의 구도를 내세워 감정적으로 묘사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더 많은 실제 ‘소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측면이 강하다.

결국 소수의 욕심으로 오랫동안 부패해온 금융제도의 파멸은 가장 평범하고 성실하게 회사에 가서 저금을 하고 아이를 기르고 집세를 내며 연금을 준비하던 일반 ‘개미’에게 돌아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2008년의 사건이지만 이는 언제고 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위기에서 소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덜 휩쓸리기 위해서는 세상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준비하는 방법뿐이다. 이 땅의 ‘개미’들에게 착실한 준비를 권하는 바람으로 영화 ‘빅쇼트’를 추천한다.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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