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자탕 – 상부 소화관 운동 이상의 해결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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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자탕 – 상부 소화관 운동 이상의 해결사!②
  • 승인 2021.01.2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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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31)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조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CPG 속 육군자탕의 모습은? (표 참조)

CPG 속 육군자탕은 어떤 모습일까? 육군자탕은 첫 출전 이래 줄곧 식욕저하를 동반한 상부 소화관 이상에 활용되어 왔는데, 그 모습이 그대로 CPG에 반영되어 있다. 총 14가지 CPG에 육군자탕이 등장하며, 기능성 소화불량(FD), 역류식도질환(GERD) 같은 상부 소화관 질환 뿐 아니라 각종 질환에 동반되는 상부 소화관 이상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빈번히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상부 소화관 질환”이었다. 그 중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은데, 이는 관련 임상시험 결과가 축적되어 온 결과이다. “심신증 진단, 치료가이드라인 2006”에는 구역, 가슴쓰림을 동반한 기능성 소화불량 처방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제대로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해 다룬 가이드라인 “기능성 소화관 질환 진료가이드라인 2015 기능성 소화불량(FD)”에서는 제일 먼저, 한방약 활용 시, 한방 고유의 개념인 증(證) 개념을 중시하여 처방해야 함을 설명하면서, 육군자탕 활용도 고려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그 근거로 육군자탕이 기능성 소화불량의 명치 팽만감, 트림, 구역 등의 증상을 개선했다는 임상 근거를 인용했고, 그 기전으로 소화관 운동기능 개선작용, 위 저류능 개선, 그렐린 혈장농도 상승작용을 언급했다. ‘역류식도질환’에 대한 내용도 찾을 수 있는데, “역류식도질환(GERD) 진료가이드라인 2015(개정2판)”에서는 소화관운동개선약, 한방약(육군자탕)을 PPI와 병용하면 추가적인 증상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고 추천했다. 특히 육군자탕과 PPI 병용 시 PPI를 상용량의 2배로 투약했을 때와 유사한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임상 근거를 들어 PPI 단독요법으로 역류식도질환 증상을 만족스럽게 조절하지 못했을 때, 육군자탕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더 나아가 PPI 상용량으로 효과가 불충분한 경우, 선택해 볼 수 있는 치료옵션으로 i) PPI 종류 변경, ii) 모사프라이드 추가, ii) 취침 전 H2RA 추가와 함께 iv) 육군자탕 병용을 들어 놓기도 했다. 동일 가이드라인에는 이와 함께, ‘수술 후 식도염’에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육군자탕을 언급하기도 했다.

“중환자의학” 분야의 활용도 두드러진다. “급성호흡부전에 따른 인공호흡환자의 영양관리 가이드라인 2011년판”과 “일본판 중증환자 영양요법 가이드라인”에서는 중환자 경장영양 중 흔히 발생하는 흡인(aspiration)을 막기 위해 소화관운동개선 효과를 가진 약제 또는 대장연동 및 배변촉진목적의 약제를 사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면서, 소화관운동개선 효과를 가진 약제 중 하나로 모사프라이드와 함께 육군자탕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대장연동 및 배변촉진목적으로는 대건중탕을 사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외, “고령자 안전한 약물요법 가이드라인 2015”에서는 고령자의 흡인을 예방할 수 있는 한방약 중 하나로 육군자탕을 언급했다.

“종양내과” 분야에서는 주로 암 환자의 소화기증상에 활약할 수 있는 것으로 언급되고 있다. “암환자의 소화기증상 완화에 관한 가이드라인 2017년판”에는 ‘암 환자 진료 시 배경지식으로 알아둬야 할 약제 해설’ 항목에 육군자탕과 관련된 해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암 환자의 식욕부진에 세로토닌 수용체 길항작용에 따른 그렐린 분비 촉진과 그렐린 분해 억제 작용이 있는 육군자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화학요법, 방사선치료가 원인이 아닌 암 환자의 식욕부진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아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진행된 대부분의 임상시험이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로 인해 발생한 식욕부진에만 맞춰져 시행된 결과로 보인다. 암 환자의 식욕부진 외에, “암 보완대체요법 임상근거 2016년판”에서는 ‘암 치료 시 사용할 수 있는 한방약’ 리스트 중, 위암 수술 후 발생한 역류식도질환에 육군자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신건강의학 분야인 “섭식장애”의 소화기 증상에도 육군자탕이 추천되어 있다. “섭식장애 치료 가이드라인”에는 섭식장애 환자의 소화기증상 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모사프라이드, 돔페리돈, 테프레논과 함께 육군자탕이 이름을 올렸다. 소아 섭식장애를 다룬 “소아과의를 위한 섭식장애 진료 가이드라인-소아심신의학회 가이드라인집 개정2판”에서도 소아 섭식장애에 동반된 위염, 위통에 대한 처방으로 육군자탕을 제시해 두었다.

소아의 반복적인 소화기증상에도 추천되어 있는데, “반복되는 소아통증의 이해와 대응 가이드라인-소아심신의학회 가이드라인집 개정2판”에서는 소아가 경험하는 흉부불쾌감을 동반한 상복부통과 복통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 중 하나로 다양한 한방약과 함께 육군자탕이 제시되었다.

이 외 몇몇 질환의 소화기증상에도 응용이 가능한 것으로 추천되어 있는데, “전신성강피증 진단기준, 중증도분류,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강피증 환자의 상부소화관연동운동이상(가슴쓰림, 팽만감, 오심 등을 보일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뇌성마비재활가이드라인 제2판”에서는 뇌성마비의 합병증 항목 중 ‘장폐색 등, 소화기증상에 대한 대처법’ 관련 장에서 역류식도질환 발생 시 육군자탕을 처방해 볼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있다. 치료적 진단을 위한 시험투여 약물로 육군자탕을 활용한 사례이다. “난치성 천식 진단과 치료 매뉴얼 2019”에서는 난치성 천식과 감별진단이 필요한 질환으로 역류식도질환을 들면서, 이 때 시험투여를 해볼 수 있는 약으로 모사프라이드, 알긴산나트륨과 함께 육군자탕을 언급했다. 대부분, 해당질환에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약물을 치료적 진단 차원에서 시험투여하게 되는데, 육군자탕의 역류식도질환에 있어 치료효과의 수준이 어느 정도에 해당하는 것인지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임상의의 눈

육군자탕의 응용범위(야가즈 도메이)

1) 만성위질환(식욕부진, 명치부 불쾌감, 탄산조잡 등, 빈혈경향, 맥복허연(脈腹虛軟))

2) 만성장질환(식욕부진, 체력허약, 냉증, 쉽게 설사)

3) 병후 식욕부진

4) 허약자의 두통, 어지럼

5) 구토 (비위허약, 위내정수)

6) 설사

7) 허증 복막염

8) 허약자 감기, 기침, 허약 소아의 감기기침

9) 입덧

10) 식후기면

11) 신경쇠약

12) 중풍

13) 위암, 위궤양(식욕부진, 명치통, 쇠약)

사실 지금까지 다뤄온 처방 중 역사적으로 가장 그 활용 범위에 큰 변화가 없는 처방이 바로 이 “육군자탕”이다. 첫 출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평소 소화기허약이나 급만성질환의 결과로 상부 소화관 운동 이상을 보이는 경우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대 의가들과 현대 의학자들의 손을 거치면서 활용되는 질환 (병태가 아닌 질환)은 세분화되고 명확해졌다. 일본의 야가즈 도메이는 육군자탕의 활용범위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는데, 현재의 임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인용해본다.

여기까지만 하고 마치려 했으나, 노파심에 몇 글자를 더 적어본다. 일본의 여러 자료를 소개해 온 필자에게 “육군자탕이 정말 그렇게 소화기증상에 잘 듣나요? 제 경험에는 아니던데…”라는 말씀을 주시는 분들이 많다. 대부분 일본서적에는 “상부소화관 증상의 제1선택약 육군자탕”이라는 문구가 많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이 문구를 보고 하시는 말씀 같다. 맞다! 한국 한의사들의 임상에 “상부소화관 증상의 제1선택약 육군자탕”이라는 문구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본에서는 서양의학을 하는 의사들이 양약을 활용한 치료를 해보다가 한방치료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일단 양약이 잘 듣지 않았던 증례에 한방약을 활용할 기회가 많다. 그렇다 보니 나온 바로 이와 같은 문구가 나오게 된다. 실제로 일본에서 육군자탕이 처음 활용되었던 상황은 PPI가 잘 듣지 않는 역류식도질환이었다. PPI는 8주 이상 연속사용하게 되면 골다공증 위험 증가 같은 위험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육군자탕이다. 갑자기 발생한 속쓰림이나 소화관 운동이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한의원에 방문했다면 오히려 “반하사심탕” 같은 처방이 제1선택약으로 쉽게 사용하기 더 좋다. 실제로, 이런 환자들은 복진을 해보아도 심하부 팽만감, 복부압통이 명확히 나타난다. 이런 경우, 육군자탕 보다는 반하사심탕이 더 적합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 간의 한방의료 상황에 차이가 있음을, 자료를 볼 때는 그러한 점을 고려해야 함을 기억해보면 좋을 것 같다.

 

참고문헌

1.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9.

http://www.jsom.or.jp/medical/ebm/cpg/index.html

2. 조기호. 증례와 함께하는 한약처방. 우리의학서적. 서울. 2015. p.307-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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