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강남 한복판에서의 짜릿한 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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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강남 한복판에서의 짜릿한 도굴
  • 승인 2021.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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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도굴
감독 : 박정배출연 :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
감독 : 박정배
출연 :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기 시작한지 1년이 지났다. 사실 처음에는 매우 낯선 환경 탓에 어색하고 답답했지만 이젠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이렇게 코로나로 바뀐 아이러니한 세상에서 필자 역시 예상치 못했던 부캐 활동을 하며 소중한 추억 하나를 만들기도 했다. 원래 약속보다 조금 늦었지만 이젠 다시 영화칼럼으로 돌아와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니 다시 반겨주시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은 코로나로 인해 영화계도 큰 변화가 생기면서 오프라인 극장의 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주게 되었다. 이로 인해 영화를 보러갔다가 의도치 않게 통대관(상영관 전체를 통째로 대관)의 웃픈 현실을 맞닥뜨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필자 역시 그 큰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아이러니한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바로 그 때 본 영화가 <도굴>이다. 이미 작년 11월에 개봉하여 15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매우 뒤늦게 관람하게 되었지만 통대관으로 본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매우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흙 맛만 봐도 보물을 찾아내는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는 자칭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로 불리는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와 전설의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를 만나 환상의 팀플레이를 자랑하며 위험천만하고도 짜릿한 도굴의 판을 키운다. 한편, 그의 재능을 알아본 고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은 강동구에게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게 된다.

우선 제목이 <도굴>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결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무리 범죄자들이 모여 무언가를 강탈하는 케이퍼 무비라고 해도 도굴꾼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여타의 작품들과 같은 결말을 선보인다는 것은 우리 정서상 납득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영화는 권선징악의 모범을 보여주는 착한(?) 영화이기에 뭔가 독특한 케이퍼 무비를 기다렸던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이 엄청 클 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그러나 요즘 같이 우울하고 답답한 시대에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틈을 주지 않고 간간히 유머 섞인 대사까지 전해주며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딱 적당한 영화이기도 하다. 여기에 배우 이제훈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조우진, 임원희 등의 명품 배우들의 연기가 잘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주고 있다.

또한 서울지하철역사명이기에 익숙한 강남 한복판에 있는 ‘선릉’을 도굴한다는 꽤나 흥미로운 소재는 관객들의 관심을 높이기에 적당했고, 잘 모르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까지 알게 되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물론 앞서도 얘기한 것처럼 장르가 갖고 있는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며 뭔가 대충 넘어가려는 허술한 구성과 보다보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인과관계와 결말들이 이 영화의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것을 배우들의 사람 냄새나는 연기로 조금이나마 충족시키며 약간의 공익적인 주제까지 제시하면서 남녀노소가 무난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다시 가족들과의 만남이 잠시 멈춰지는 이번 설 연휴의 아쉬움을 영화 한 편을 통해 조금이나마 달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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