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한국형 우주 SF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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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한국형 우주 SF의 첫걸음
  • 승인 2021.02.1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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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 승리호
감독 : 조성희출연 :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감독 : 조성희
출연 :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필자가 어렸을 때 TV에서 방영했던 <이겨라 승리호>라는 애니메이션을 매우 즐겨봤었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제목이 기억나다보니 영화 <승리호>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여타의 영화들보다 관심도와 친근감이 높아졌다. 그런데 이 영화는 쉽게 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개봉일이 작년 8월, 9월, 12월로 순차적으로 미뤄지다가 결국 극장 개봉을 포기한 채 넷플릭스로 직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240억이라는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이다 보니 극장 개봉을 했을 때 발생할 엄청난 리스크를 고려하여 선택한 결정인 것 같은데 어쨌거나 제작비를 상회하는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전 세계 동시 상영이 되면서 공개하자마자 세계 영화부문 1위라는 영예까지 얻게 되었으니 이 시국에 나름대로 선방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2092년, 지구는 극심한 먼지로 인해 살 수 없는 곳이 되자 우주 위성궤도에 UTS라는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만들어진다.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조종사 태호(송중기)와 과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장선장(김태리), 갱단 두목이었지만 이제는 기관사가 된 타이거 박(진선규), 평생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진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는 우주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다. 어느 날, 사고 우주정을 수거한 ‘승리호’는 그 안에 숨어있던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다. 이에 돈이 절실한 선원들은 도로시를 거액의 돈과 맞바꾸기 위한 위험한 거래를 계획하게 된다.

<승리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이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이다. 사실 이런 장르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지만 거대한 스케일과 자본 등의 문제로 인해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승리호>를 보면 그것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들어 냈다. 특히 이를 구현하는 기술력도 상당수준이라 향후 한국영화의 장르적 확대 생산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늑대소년>과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을 연출하며 환상적인 영화 스타일을 구축했던 조성희 감독의 작품답게 <승리호> 역시 나름대로의 미장센을 보여주며 비주얼적인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관객들 사이에 호불호가 나누어지는 이유는 바로 진부한 이야기 구성이라는 점이다. 물론 현재 우리네 삶이 미래의 우주에서도 비슷하다는 설정과 히어로가 없는 서민형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는 점 등은 기존 영화들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인 이야기가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대체로 미래를 표현하는 영화들이 디스토피아의 세상을 그리며 환경이나 불평등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과 달리 <승리호>는 그 시스템 안에 사연 많은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우연히 만난 한 아이로 인해 서로 변화되는 이야기를 통해 전형적인 한국형 스토리를 중점으로 하면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곁가지로 다루고 있다 보니 약간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솔직히 필자의 경우 한 번에 쭉 보지 못하고 여러 번 끊어서 봐야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늑대소년> 이후 조성희 감독과 다시 작업을 한 송중기를 오랜만에 볼 수 있으며, 목소리로만 출연해도 존재감을 느끼게 한 유해진의 연기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한국형 우주 SF 영화의 순조로운 첫 스타트를 끊은 <승리호>를 계기로 향후 더 다양한 한국 영화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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