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박화영’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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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박화영’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
  • 승인 2021.03.1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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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박화영

 

감독 : 이환출연 : 김가희, 강민아, 이재균
감독 : 이환
출연 : 김가희, 강민아, 이재균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최근 한 오디션에 출연했던 가수가 학창시절 학교폭력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중도하차하는 일이 발생했었다. 그 후로 여기저기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등장하면서 연예계와 체육계를 뒤집어 놓았고, 연일 진실공방에 관련된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결국 논란의 대상자가 출연하고 있거나 출연하기로 했던 프로그램들은 출연진을 교체하거나 방송 시기를 연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몇 년 전 개봉했던 <박화영>이란 영화가 재조명 되면서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화영(김가희)의 집에 모인 모두는 매일 라면을 먹고, 매번 담배를 피우고 동갑인 화영을 ‘엄마’라고 부른다. 화영에게는 단짝인 무명 연예인 친구 미정(강민아)이 있다. 미정은 또래들의 우두머리인 남자친구 영재(이재균)를 등에 업고 친구들 사이에서 여왕으로 군림한다. 화영을 이용하고 괴롭히는 영재는 화영과 미정, 둘의 사이가 마땅치 않다. 어느 날 화영의 집으로 들어온 또 한 명의 가출 소녀 세진은 영재와 심상치 않은 관계가 된다. 그리고 미정보다 먼저 그 사실을 알게 된 화영은 세진을 가만두고 볼 수가 없다.

1997년에 개봉한 <나쁜 영화>, 2001년에 개봉한 <눈물>이라는 영화를 알고 있는 관객들이라면 2018년에 개봉한 <박화영>이라는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가출한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리얼한 연출 덕분에 실제 상황이 아닌가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솔직히 모든 대사에 욕이 들어가 있고, 폭력과 선정성을 비롯하여 모든 출연진들이 계속 담배를 피는 장면이 나오는 등 영화 자체를 보고 듣는 것조차 부담스럽지만 끝까지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이 영화가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지 이해하면서 씁쓸한 뒷맛 속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엄마에게는 버려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출 청소년들의 엄마를 자처하며 항상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라고 말하면서 그들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하는 박화영이라는 캐릭터가 겉으로는 센 모습이지만 실상은 나약하기만 한 존재로 자신의 친구를 위해 매사 이용을 당하거나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진다.

물론 이 영화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소위 학교폭력의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 속에서 또 다른 폭력과 방관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지만 몇 년 후에는 마치 그 당시 일을 다 잊은 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모습을 통해 박화영이라는 캐릭터를 소개하는 글 속에 등장하는 ‘가족: 없는데 있음, 친구: 있는데 없음’이라는 뜻이 무엇인지 잘 이해 될 것이다. 그로인해 최근 불거진 학교폭력 논란들과 연관시켜 본다면 가해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피해자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위해 20kg을 증량하면서 열연을 펼친 김가희를 비롯 강민아와 이재균 등의 젊은 연기자들의 합이 <박화영>이라는 영화를 더욱 더 돋보이게 하고 있으며, 더 이상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점을 제시하고 있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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