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알 거 다 아는 어른이가 알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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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알 거 다 아는 어른이가 알아야 할 것들
  • 승인 2021.03.2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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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린애

김린애

mjmedi@mjmedi.com


도서비평┃우리 그 얘기 좀 해요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사랑에도 동의가 필요해

청소년 성교육은 언제나 논란거리가 된다. 성교육이 순수한 아이들에게 성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요새 아이들은 예전과 같지 않게 알 것 다 아는 아이들이라 학교에서 가르칠 것도 없다는 탄식의 목소리도 크다. 순수하던 아이들은 어느 순간 “알 것”을 다 알게 되는 걸까? 그런데 그 “알 것”이란 것의 정체가 뭐지?

“알 것”을 정의하고자 “성교육”에 관한 논문인 “한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통합적 고찰(한국간호교육학회지 제26권 제1호, 2020년 2월)“을 참고해보았다.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병 같은 성 관련 문제를 예방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면서 책임 있는 성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성과 관련된 올바른 지식, 태도, 신념, 기술’이 성교육에서의 “알 것”에 해당한다고 봐도 될 듯하다. 그럼 일반적인 성인은 이 “알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일단 기회가 없었다. 나부터도 정규교육과정을 열심히 밟았건만 배운 적 없다. 많은 이가 배우지 않고도 다 알고 있다고 낙관해도 될까? 그러기엔 성 관련 범죄나 태어나서 부모의 환영을 받지 못한 아기, 행복하지 못한 커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자주 들려온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몇몇 책을 찾아보았다.

 

■우리 그 얘기 좀 해요

수 요한슨 지음, 씨네21북스 출간
수 요한슨 지음, 씨네21북스 출간

 

저자인 수 요한슨은 캐나다의 간호사 출신 성 상담가로 오래도록 TV와 라디오를 통해 성 상담을 해왔다. 대중에게 피임과 건강한 성을 알린 공로로 캐나다 공로 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래도록 성 상담을 해오면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면서도 중요한 내용을 간추려 펴낸 내용이다. 성과 관련된 오해, 괜한 걱정을 해소하도록 격려하기도 하고, 폭력적이거나 부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대처할 만한 방법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성에 대하여 고민이 있거나 호기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상담에 대한 태도나 정보전달 방식도 좋은 공부가 되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성교육 책으로 추천하기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 우선 이 책은 교과서나 참고서라기보단 문제집 및 해설서에 가깝다. 그리고 구체적인 치료와 검사를 소개하기도 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좋은 점이기도 하지만 의료환경의 변화나 국가 간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인티 차베즈 페레즈 저, 문예출판사 출간
인티 차베즈 페레즈 지음,
문예출판사 출간

 

스웨덴의 성교육전문가 인티 차베즈 페레즈의 책으로 스웨덴 작가 연합의 최우수 청소년 도서상을 수상한 책이다. “소년부터 성년까지 남자가 꼭 알아야 할 성 A to Z”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여성이 읽어서 안 될 내용은 아니지만 독자층을 한정 지었기에 책의 태도가 좋은 의미로 일관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내용은 생물학적인 성기능부터 사랑인 대상으로 느껴지는 타인(이 책은 그 타인이 이성인 경우와 동성인 경우 모두를 다루고 있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가야 할지, 성관계 자체를 행복하고 안전하게 혹은 즐겁게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또 거절당했을 때 어떤 태도로 어떻게 극복할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성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내 인생에 출제될지 안 될지 모를 부분까지) 요점정리를 쭉 해둔 책이라는 인상이다.

이 책의 장점이기도 구체적인 서술은 다소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저자도 서문에서 “행여 이 책의 어떤 대목이 여러분이 보기에 너무 나갔다 싶으면 그냥 책을 덮고 몇 달 후, 아니면 몇 년 후 정말로 필요할 때 다시 펴 보세요”라고 그 부분을 인정한다. 하지만 부담스럽다고 덮고 다시 펴지 않는다면 몸과 마음, 그리고 관계의 건강에 아쉬울 만한 책이다.

 

■사랑에도 동의가 필요해

양동옥 지음, 헤이북스 출간
양동옥 지음, 헤이북스 출간

 

저자인 양동옥 교수의 연구와 성 심리학 수업에서 학생들과 토론하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관계를 맺어가는 초기 과정에서의 자원(돈, 시간, 마음 등)투자에 대한 경제적 해석, 관계와 성관계에서 동의와 거절을 둘러싼 심리를 다루고 있는데 국내 책이다 보니 표현이나 상황이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특히 성관계를 제안과 거절이 오갔을 때 각자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해석과 전략들을 설문조사와 통계, 실제 목소리들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었다. 대화와 태도에 집중된 책인 만큼 위에서 소개한 다른 두 책에 비해 주제의 범위가 훨씬 좁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한 기본을 단단하게 잡아줄 수 있는, 둥글둥글하면서도 단단한 책이다.

 

김린애 / 상쾌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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