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약도 되고 독도 되는 똥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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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약도 되고 독도 되는 똥 덩어리
  • 승인 2021.04.09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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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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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똥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혹시라도 식사를 앞두고 계신 분들은 식사 후에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뒷간에 가기가 두려웠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것도 힘들었지만 볼일을 보고 나서 막대기로 똥을 지푸라기와 잘 섞어놔야 했다.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어서 며칠을 참다가 밤중에 요강에 큰 것을 보는 날이면 할머니께 꾸중을 들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지푸라기와 함께 모인 대변을 거름으로 썼다. 할아버지께서 보내주신 상추에는 똥이 묻어있을 거라는 생각에 거부하기도 하였다. 나에게 할머니 댁에 있는 화장실은 시골스러움의 상징이었다.

조재원‧장성익 지음,
개마고원 출간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에서 본 공중화장실은 수세식이었다. 용변을 보면 밑으로 물이 흐르게 만들어서 지나가는 형식이다. 2,000여 년 전 이미 수세식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익산 왕궁리 백제 유적에서도 1,500여 년 전의 화장실 유적이 발견되었다. 밑에 물이 흘러 정화까지 할 수 있는 형태라니 인류 역사 속에서 대변을 치우기 위하여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항상 시골의 재래식 화장실보다도 아파트의 수세식 화장실을 편리하다는 이유만을 선호했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지도교수님께 농촌에서 뒷간이 자원을 재활용하는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발전된 형태라는 것을 들었을 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똥을 발효시켜 다시 땅을 기름지게 하면 대변으로 인한 오염도 막을 수 있는 일거양득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에서 보면 똥 덩어리를 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제 아파트에서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특수한 변기에서 대변을 보면 오줌은 따로 저장되어 미생물 반응을 통하여 질소와 인이 풍부한 소변 물거름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똥은 진공으로 흡입하여 미생물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바이오 가스로 보일러를 돌리거나 가스레인지를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남은 바이오 가스로 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가스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는 퇴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정말 똥과 오줌은 버릴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 책에서는 똥을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발명품도 소개하고 있다. 주로 빌 게이츠의 재단에서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줄지렁이를 이용하여 정화조에서 퇴비를 만드는 ‘타이거 화장실’이다. 주로 인도 전역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똥오줌으로 숯·미네랄·물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화장실(영국 러브버러대학 연구팀),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여 똥오줌을 처리하고 수소와 전기를 만들어내는 화장실(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도 있다고 하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똥 덩어리를 자원화하려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수세식 변기에서 대변을 보면 똥은 물과 섞여 하수처리장으로 가고 그곳에서 정화하려면 액체를 분리하여 찌꺼기를 제거해야 그나마 수질 관리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리 정화를 해도 똥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저자는 똥은 유기물이기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절대로 액체와 섞여서는 안 되고, 자원으로 재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똥으로 전력을 생산할 경우 가축 분뇨와 합치면 우리나라 하루 평균 전기 생산량의 13.8%를 담당할 수 있다고 한다. 위험한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미래의 안전한 전기를 만들기 위해 똥으로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특히 공동 주거 형태가 발달한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더욱 적합한 전기 생산 모델이 될 수 있다.

사실 한의학에서 똥과 오줌은 약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아이들의 동변(童便)에 향부자를 담갔다가 볶아서 기를 풀어 내리는 약으로 쓴다. 그리고 묶은 똥은 해독의 효과가 있어 뱀독을 풀기도 한다. “개똥도 약으로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우리 조상들은 똥을 약으로 쓰기도 하고, 발효시켜 거름으로 쓰기도 하였다.

코로나 19로 마스크를 매일 쓰는 시대가 되자 사람들은 지구의 종말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화성으로 이주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환경오염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막아서 이 지구를 깨끗하게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도리이다. 똥 무작정 버리면 환경오염이 되지만 잘 쓰면 자원이 된다.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특수한 변기를 설치할 의향이 있다.

 

정유옹 / 사암침법학회,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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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암은성한의원 원장이자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사암한방의료봉사단 위원장이며, 서울 중랑구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이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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