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핏빛 감성이 짙게 남은 밤
상태바
[영화읽기] 핏빛 감성이 짙게 남은 밤
  • 승인 2021.04.16 0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낙원의 밤
감독 : 박훈정출연 :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박호산
감독 : 박훈정
출연 :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박호산

급작스럽게 교육 의뢰를 받아 4월 한 달 동안 제주도를 왔다갔다하고 있다. 꽃피는 봄 제주도는 코로나 때문에 방콕만 하던 필자에겐 일을 하면서 합법적으로 겸사겸사 여행까지 떠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현실은 호우 및 강풍 경보와 맞닥뜨렸다는 것이다. 뚜벅이 신세에 바람과 빗속을 다닐 용기가 없어 호텔콕을 하며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낙원의 밤>이다.

박태구(엄태구)는 상대편 조직으로부터 누나와 조카를 한순간에 잃게 되자 상대 조직의 우두머리인 도회장을 찾아가 복수를 하게 된다. 복수에 성공하자 양사장(박호산)은 태구에게 잠시 피해있으라고 하면서 제주행 티켓을 건넨다. 태구는 제주도에서 총기상을 하는 쿠토(이기영)의 집에 머무르게 되고, 그의 조카인 재연(전여빈)과 가까워진다. 그러나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도회장이 살게 되면서 그의 부하인 마이사(차승원)는 박태구의 조직을 습격한 후 양사장에게 태구의 도피처를 묻게 된다.

<신세계>와 <마녀> 등을 통해 한국형 느와르 영화의 대표 감독으로 우뚝 선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은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느와르 장르의 법칙을 깨고 멋진 풍광의 힐링 안식처인 제주도를 배경으로 느와르와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면서 색다른 호기심을 갖게 한다. 2020년 베니스 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최초로 상영된 <낙원의 밤>은 극장 개봉을 타진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극장 개봉이 여의치 않자 넷플릭스를 통해 상영하게 되었는데 박훈정 감독의 작품답게 느와르 영화가 무엇인지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나누어질 수 있는 액션씬의 잔인한 장면들로 인해 영화를 보기 전에 유의할 필요가 있지만 장르의 특성상 일정정도 감안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낙원의 밤>은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아마 박훈정 감독이 <마녀> 이후에 선보인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큰 기대를 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진부한 캐릭터와 이야기 구성은 약간 지루함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물론 영화의 결말 부분에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장면을 몰아넣기는 했지만 극을 보다보면 예측 가능하여 신선함이 떨어져 2시간 11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좀 더 줄였다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차승원의 등장이 극의 재미를 높이고 있지만 출연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이 좋은 날씨에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아쉬움을 영화 속 제주도의 풍광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달래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물회를 먹으러 언젠가는 꼭 제주도에 가겠다는 다짐까지 한다면 좋을 것 같다. <넷플릭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