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초심(初心) : 새로이 연구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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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초심(初心) : 새로이 연구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 승인 2021.04.16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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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히준

박히준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여전히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나는 요즘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복 받는 일이라고 자주 얘기한다. 연구자란 “공식적으로” 내가 궁금한 것,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시도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가 개인을 넘어 인류에게 도움이 되도록 당연히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 또한 온전히 연구자의 몫이다.

엄태웅‧최윤섭‧권창현 지음, 클라우드나인 출간
엄태웅‧최윤섭‧권창현 지음,
클라우드나인 출간

나와 함께하는 대학원생들에게나 혹은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도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인생에서 무언가 풀어내고 싶은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구야말로 천직이 아닐 수 없다.

헤아려보니 올해로 대학원을 졸업한 지 꽤 오래되었다. BK가 시작되기 전까지 내가 있던 대학원 연구실에는 선배 한 분이 계셨고, 나 다음으로 한 명의 후배가 들어왔으니 참으로 소박한 연구실이었다고나 할까. (물론 그 선배와 후배는 지금 연구 분야에서 빅가이가 되어 있다.) 생각해 보니, 당시 노력한 것에 비해 제대로 준비된 것은 없는 채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가 되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연구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리고 복 받은 일인지를 얘기할 수 있지만, 막상 박사 졸업과 함께 찾아온 나의 삶은 참으로 막막하기만 했다. 주변에 물어볼 수 있는 곳도, 참고할 만한 책도 찾을 수 없었다. 이런 막막함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굳이 모든 시행착오를 겪기 전에, 현실적으로 대학원 생활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 지혜롭게 잘 대처하고, 졸업을 준비하며 갖춰야 할 소양이나, 졸업 후 겪게 될 문제들에 대한 따뜻한 조언이나 지침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마침 대학원생들의 손에 꼭 쥐어주고 싶은 좋은 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다.

서두에서 저자들은 이 책은 “대학원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안내서이다.”라고 말한다. 대학원을 준비하거나,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막 졸업해서 연구분야에서 자리잡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들은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아낌없는 조언과 함께 무엇이 중요한지 핵심을 짚어준다. 특히 3인의 저자들은 박사과정 대학원생의 관점,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자의 관점, 그리고 대학원생을 지도하는 교수의 각기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각자 상황에 맞게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듯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학원 학위과정은 결국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각자의 삶에서 소중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결국 본인 스스로가 대학원에 가고 싶은 이유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저자들은 박사학위라는 것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고, 대학원 과정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한 중요하지만 놓치기 쉬운 팁까지 세세하게 경험을 공유한다.

이 책은 나에게 “왜 너는 대학원에 들어왔었는가?”라고 묻고 있는 듯 했다. 또한 이 질문은 지금 “어떤 연구자가 되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를 쓴다. (Write down the problem)

진짜 열심히 생각한다. (Think real hard)

답을 쓴다. (Write down the solution)

이 세 문장은 천재 물리학자 파인만이 했다고 알려진(실제로는 동료의 우스갯소리였지만) 파인만의 문제해결 방법인데, 저자인 권창현 교수는 간단한 이 짧은 글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연구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과연 어떤 연구자가 되어야 할까? 연구를 시작하는 사람이나, 연구의 청장년기를 넘은 사람이나 연구분야는 십인십색(十人十色)이겠지만 핵심은 같지 않을까.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질문 (또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늘 “생각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또 “생각하고”, 실패와 성공을 포함한 결과를 통해 결과 속에 숨어 있는 진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 보면, 더디 가더라도 결국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연구자이지 않을까. 남들에게 보여지는 찬란한 결과보다 연구자로서 살아가는 과정에 진심을 다하는 연구자, 그게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연구자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나의 삶과 연구에 대한 질문을 노트에 적어보려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연구를 그만하게 되는 그 날, 노트에 적어 놓았던 문제에 대해 얼마나 열심히 생각했고 그에 대한 답을 얼마나 열심히 찾으려고 노력했는지,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가 몸담았던 학계에 부끄럽지 않게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히준 /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소장, 경희대 한의대 교수, 장-뇌축기반 맞춤형 침치료기전연구실 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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