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죽음과 함께하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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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죽음과 함께하는 여정
  • 승인 2021.04.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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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서복
감독 : 이용주출연 : 공유, 박보검, 조우진, 장영남, 박병은
감독 : 이용주
출연 : 공유, 박보검, 조우진, 장영남, 박병은

영화를 선택할 때 어떤 배우가 출연하는가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꽤나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그로인해 그 시대에 가장 핫한 배우들이 2명이나 출연한다면 당연히 많은 관객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라는 엄청난 장벽이 있음에도 말이다. 이번에 개봉한 <서복>의 경우 공유와 박보검이라는 배우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작으로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의 기세가 꺾이지 않은 탓에 원래 개봉하고자 했던 작년이 아닌 올해 4월에 극장과 OTT에서 동시개봉하게 되었으며 재확산이 우려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요원 기헌(공유)은 정보국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마지막 제안을 받는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박보검)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일을 맡게 된다. 하지만 임무 수행과 동시에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게 되고, 가까스로 빠져나온 기헌과 서복은 둘만의 특별한 동행을 시작하게 된다. 실험실 밖 세상을 처음 만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서복과 생애 마지막 임무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싶은 기헌은 가는 곳마다 사사건건 부딪친다.

<서복>이라는 제목은 불로장생을 꿈꿨던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보낸 사자의 이름이자 복제인간인 극중 박보검의 이름이기도 하며,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기헌과의 아이러니한 만남을 통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복선 역할을 하고 있다. 16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SF 블록버스터이기도 한 <서복>은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복제인간을 소재로 하며 죽지 않으려는 자와 죽지 않는 자의 로드무비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다.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죽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공유가 이번 영화에서는 반대의 상황을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 깨알 같은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복>은 복제인간을 다룬 SF 영화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여타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두 사람의 감정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보니 이야기의 구성이 단조롭고, 뜬금없는 액션씬 등이 전반적으로 몰입도를 방해하고 있다. 그로인해 SF 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볼거리를 기대했던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결과적으로 메시지는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지만 영화적인 재미가 애매한 관계로 공유와 박보검의 연기를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다. 물론 죽음의 두려움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로 단지 복제인간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SF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감독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너무나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좀 더 색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소재인 복제인간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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