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청음 – 출혈 처방에서 만성염증 처방으로 발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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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청음 – 출혈 처방에서 만성염증 처방으로 발전! ②
  • 승인 2021.04.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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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 (35)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CPG 속 온청음의 모습은? (표 참조)

CPG 속 온청음은 어떤 모습일까? 총 5가지 CPG에 온청음이 등장하는데, 모두 일관당의학 이후 확장된 활용범위를 담아내고 있다.

가장 많이 활용된 분야는 “피부과 영역”이다. 그 중에서도 만성 난치성 가려움을 호소할 때, 온청음을 활용하도록 총 2건의 가이드라인에 제시되어 있다. “만성 가려움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한방약이 만성 가려움에 유효한가?’라는 임상질문을 설정하고 추천문을 수록했는데, 추천문에는 ‘이 증상이 매우 난치임을 고려하면 사용을 고려해도 좋다고 본다’로 기록되어 있다. 비록 근거자료가 대부분 증례보고, 증례집적보고인 관계로 근거의 수준은 부족하나, 임상적으로 난치에 해당하는 가려움 치료에 한방약을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온청음이었다. 참고로 온청음 외에 대시호탕가감, 황련해독탕, 사물탕, 보중익기탕, 시령탕, 월비가출탕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범발성 피부가려움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신부전이나 투석환자의 피부가려움에 사용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는 한방약으로 온청음, 황련해독탕, 당귀음자를 제시했으며, 피부가려움에 쓸 수 있는 주요 한방약에도 온청음을 제안했다. 온청음 외에 황련해독탕, 우차신기환, 당귀음자, 팔미지황환, 육미환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여드름 치료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에서도 온청음과 관련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여드름 치료 가이드라인 2017”에서는 ‘염증성 피진에 한방약이 유효한가?’라는 임상질문을 설정하고 추천문을 수록했다. 추천문에는 ‘타 치료가 무효 또는 타 치료를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형개연교탕, 청상방풍탕, 십미패독탕을 선택지 중 하나로 추천한다’고 하면서, 온청음, 황련해독탕, 온경탕, 계지복령환은 사용해도 좋지만 우선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명시했다. 온청음의 염증성 피진에 대한 증례보고는 지속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보다 높은 수준의 근거를 확보한 형개연교탕, 청상방풍탕, 십미패독탕 보다 우선적으로 사용을 권고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갱년기장애와 관련된 기록이 있다. “산부인과진료 가이드라인-부인과외래편 2017”에서는 갱년기장애에 활용해 볼 수 있는 한방약으로 3대 주요 갱년기 한방처방인 당귀작약산, 가미소요산, 계지복령환을 언급하면서, 다양한 갱년기장애의 증상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온청음을 언급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온청음은 부인조열(婦人潮熱)에 사용되던 처방이므로 상열감과 같은 신체증상이나 불면, 짜증 등의 정신증상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온청음의 부작용을 다룬 가이드라인이 있다. “남성하부요로증상 전립선비대증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온청음이 알레르기성 방광염에 의해 나타나는 출혈성 방광염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온청음과 함께 알레르기성 방광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한방약으로 지목된 처방은 시박탕, 시령탕, 소시호탕, 시호계지탕으므로 임상현장에서 해당 처방을 활용할 때 참고하면 좋겠다.

 

임상의의 눈

필자는 임상에서 주로 온청음을 “만성염증”에 대한 기본처방으로 인식하여 활용하고 있다. 동의잡록(東醫雜錄)의 저자이자 한방을 서양의학의 언어로 이해하는 독자적인 길을 걸었던 야마모토 이와오(山本巖), 그리고 그의 직전제자인 후쿠토미 토시아키의 의견에 따르면, 만성염증에는 염증에 의한 상음(傷陰)과 실열(實熱)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한다. 이 때, 상음에는 사물탕을, 염증에는 황련해독탕을 사용하면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바로 온청음이 만성염증의 기본처방이 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온청음의 효능효과를 토대로 일관당의학을 제창했던 모리 도하쿠 역시 평생 다양한 부위에 만성염증 경향을 보이며 살아가는 해독증 체질에 온청음을 기본방으로 한 세 처방(시호청간산, 형개연교탕, 용담사간탕)을 제안한 것으로 생각한다. 임상에서 온청음을 이러한 만성염증에 활용할 때는 위와 같은 야마모토 이와오의 병태인식의 틀 안에서 모리 도하쿠가 제시한 3대 처방을 고려하여 활용하면 보다 적용이 쉽다. 모리 도하쿠는 해독증 체질환자의 연령과 증상에 따라 처방을 제안했는데, 각 처방 별 간략한 적응증은 아래와 같으므로 참조하면 좋겠다.

-시호청간산: 안색이 청백색 혹은 미흑색. 감기, 기관지염, 편도염에 잘 걸리는 소아.

-형개연교탕: 시호청간산증 보다 더 짙은 흑색. 결핵, 흉막염, 부비동염, 중이염, 유양돌기염 등에 잘 이환.

-용담사간탕: 안색이 약간 흑색. 결핵, 치질, 치루, 안구질환, 생식기 염증(임질, 방광염, 고환염 등)에 잘 이환.

또한, 야가즈 도메이(矢數道明)는 “온청음의 임상적 연구(일본동양의학회지 제12권, 제1호)”에서 온청음의 각 부위별 염증소견에 따른 구체적인 임상양상을 제시했는데 이 내용 역시 임상에서 참조할 만하다.

-피부: 대부분 구진성 습진, 적은 분비물, 고조(枯燥)경향, 가려움이 심하며, 소파행위에 따른 출혈흔이 남은 경우가 많음.

-점막: 궤양 출몰이 반복됨.

마지막으로 온청음은 만성염증과 같은 신체증상 외에, 상열감과 짜증, 분노를 동반한 만성 정신증상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필자는 주로 입면장애를 위주로 한 수면장애를 보이며, 상열감을 동반했다면 황련해독탕과 함께 온청음을 제1선택 처방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 때, 엑스제를 활용한다면 1포 정도로는 약력이 모자란 경우가 많으므로 2포 이상을 한 번에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참고문헌

1.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9.

http://www.jsom.or.jp/medical/ebm/cpg/index.html

2. 조기호. 증례와 함께하는 한약처방. 우리의학서적. 서울. 2015. p.290-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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