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62> - 『醫學輯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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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62> - 『醫學輯要』 
  • 승인 2021.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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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醫道와 天地運氣는 음양으로 통한다

  근간에 입수한 미공개 手寫本 의학이론서 한 종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기로 한다. 표지 서명은 『의학집요』로 되어 있고 목차와 서문까지 잘 갖추어져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미처 완결되지 못한 채로 지내온 것 같다. 불분권 1책으로 되어있으며, 종이끈으로만 묶어두고 방치된 채, 표지도 덧대지 않고 오랜 세월을 지낸 나머지 상당히 헐어빠진 稿本 상태로 책 바구니 속에서 死藏되어온 것으로 보인다.

◇ 『의학집요』

 저자의 실명은 밝혀져 있지 않으나 저자서문에 ‘烏山編輯’이란 명문이 있어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아호만 사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저작시기에 있어서, 다른 책과 달리 본문 중간에 ‘醫學輯要 道光二十九年己酉四月初二日’이란 필사기가 적혀있어 1849년에 작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본이 당대 직접 작성된 자필고본인지는 확언하기 어려우며, 후대 등사본일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이 책을 烏山精舍란 곳에서 쓰기 시작한다는 명문도 남겨져 있기에, 집필 장소가 학동들을 가르치기 위한 서당이거나 저자가 거처하며 학문을 도야하기 위해 지은 書舍일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나아가 이렇듯 정황을 알 수 있는 단편적인 기록들을 통해, 저자가 의업을 본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業醫가 아니라 士族으로서 의학을 공부하거나 餘技로 삼아 부형과 가족친지 및 주변 이웃들을 보살피고자 하는 儒醫를 지향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운기, 장부, 경락, 맥후, 병증이 음양의 변화에 매달려 있고 이 뿐만 아니라 약성과 기미 역시 음양의 변화상이므로 음양은 변역의 문호라고 갈파하였다. 따라서 의학의 대체가 음양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辨病用藥에 있어 어떤 증상에 어떤 약제를 가감하여 효과를 보았다는 식은 모두가 적절한 견해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의원이 반드시 먼저 易理에 밝아야 病機를 살필 수 있으며, 용약에 적중할 수 있다고 강조하여 말한다. 저자가 이 한권의 책에 의학의 요체를 모으고자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며, 책의 첫머리에 가장 먼저 易學圖를 제시해 놓은 것은 이천의『의학입문』에서 先天圖를 맨 먼저 앞세운 뜻에서 취한 것이라며, 집필의도를 밝혔다.

  목차에 따르면, 『주역』에서 易學十圖(附: 太極圖說), 『서전』에서 洪範을 채록하고 『의학입문』에서 3가지 논설 즉, 선천도(先天圖倂說), 감리도(坎離圖倂說), 그리고 천지인물기후상응도(天地人物氣候相應倂說)와 그 해설을 먼저 게시해 놓았는데, 아마도 천지자연의 변화와 순환의 원리,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상호감응에 대한 이치를 한 눈에 보여주고자 본문에 앞서 도입부로 배치한 것이리라.

  아울러 본문에서는 『황제소문』과 『동인경』을 비롯한 의경류와 명대 의학자 이천의『의학입문』, 태의 공정현의 『만병회춘』, 금원사대의가로 꼽히는 李東垣의 『내외상변』과 같은 대표적인 임상의학 명저에서 가장 돋보이는 논설만을 가려 뽑아 놓았다. 때문에 주옥같은 역대 의론들을 이 책에 집약시켜 놓았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싶다.

  나아가 醫學道統說(『입문』), 상고천진론(『소문』제1장), 사기조신대론(『소문』제2장), 운기총론, 장부총론(이상『입문』), 그리고 經絡總經(『동인경』정문), 萬金一統述(『회춘』), 本草總括幷引(『입문』), 본초분류약성가, 諸病主藥(이상『회춘』), 상한부(『입문』), 내외상변(이동원), 잡병제강(『입문』)의 차례로 본문에 배치되어 있다.

  이어 『의학입문』에서 인용한 雜治賦에는 부록으로 水火分治歌, 標本分治歌 등이 함께 들어있다. 또한 부인찬요, 소아찬요, 옹저외과찬요, 침구찬요 등의 의론도 역시 『의학입문』에서 유래한 것이기에, 역시 임상적인 면에서는 『의학입문』에 등장하는 임상의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살펴볼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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