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길 위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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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길 위에서 만나다
  • 승인 2021.05.1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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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노매드랜드
감독 : 클로이 자오출연 : 프란시스 맥도맨드, 데이빗 스트라탄
감독 : 클로이 자오
출연 : 프란시스 맥도맨드, 데이빗 스트라탄

올해 한국영화계에 또 다시 기적이 찾아왔다. 바로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작년 봉준호감독이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비롯해 주요 4개 부문에서 수상했지만 연기상은 후보에도 못 올라갔었기에 이번 윤여정의 수상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특히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후보자들을 제치고 수상을 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성과를 보여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중국계 감독인 클로이 자오가 연출한 <노매드랜드>는 작품상을 비롯하여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또 한번 아시아인의 영화 파워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경제적 붕괴로 도시 전체가 무너진 후 홀로 남겨진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은 추억이 깃든 도시를 떠나 작은 밴과 함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 위의 세상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펀은 각자의 사연을 가진 노매드들을 만나게 되고, 광활한 자연과 길 위에서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 그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다시 살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유목민이라는 뜻을 가진 노매드들의 이야기를 다룬 <노매드랜드>는 동명의 논픽션 작품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연일 치솟는 집값과 그로인한 세금 등의 부동산 정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바퀴달린 집>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 큰 호응을 받으며 힐링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에 <노매드랜드>와 비교해서 본다면 좀 더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여행도 제대로 못가고 갑갑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캠핑카를 타고 다니는 모습은 모두들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감성 충만한 로망일 것이다. 하지만 <노매드랜드> 속 사람들은 영화 속 대사처럼 노숙자는 아니지만 단지 지붕 있는 집이 아닌 길 위의 집인 차 안에서 살면서 끊임없이 일하고 숙박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선다. 영화를 보기 전 생각했던 낭만은 멀찌감치 동떨어져 있지만 영화는 그들의 삶을 고달프게만 바라보지 않고 왜 이들이 이런 선택을 했는가에 대해 담담하게 전하면서 길 위에서의 삶에 대한 시선의 재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노매드들의 문화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문화처럼 느껴지지만 이미 온라인 등을 통해 다양한 사례가 알려지며 곧 머지않아 우리도 노매드랜드가 생기지 않을까 싶은 상황에서 영화는 멋진 자연의 풍광과 함께 주인공이 노매드의 삶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큰 굴곡 없이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해 영화적 재미가 여타의 영화보다 약하지만 <노매드랜드>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노매드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노매드처럼 생활하며 이 영화를 통해 3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세 번째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현실 연기를 놓치지 않고 보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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