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63> - 『醫學輯要』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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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63> - 『醫學輯要』② 
  • 승인 2021.05.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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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주역과 내경을 交織한 醫易學統說

  저자 烏山 선생은 서문에서 자신만의 의철학적 입장을 반영하여 이 책을 집필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내가 일찍이 의학입문서를 살펴보니, 첫머리에 선천도를 먼저 들고 그 다음으로 坎卦와 離卦를 배열함으로써 음양과 이기의 근원을 밝히고 그림으로 그려 해설하고자 했으며, 또한 복희의 본래 마음자리에다 힘을 쏟아 내경 속에 숨어있는 은미한 뜻(軒岐之微意)을 살피고자 하였다.”고 밝혔다.

 ◇ 『의학집요』
 ◇ 『의학집요』

  나아가 “주역의 도해가 의서에 있어서 쓸모없는 군더더기(贅疣)라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천지와 운기가 모두 음양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없고 사람에게 있어 장부와 경락도 역시 음양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맥후와 병증도 모두 음양의 변상이요, 만물의 약성과 기미도 또한 음양변화로 생기는 것이니 음양이란 역의 문이다.”라고 말하였다.

  이 책 첫머리를 장식한 도상 아래 해설에는 등사자가 붙인 것으로 여겨지는 구결이 붙여져 있다. 아마도 본문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초심자가 본래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왕64괘차서도는 본디 朱子의 集錄에 없던 것이나 저자가 보충했다고 밝혀놓았다. 다음으로는 周濂溪가 지은 태극도가 그려져 있고 이와 함께 태극도설이 펼쳐져 있다. 무극의 선천도로부터 음정, 양동의 태극이 나눠지고 이로부터 다시 오행이 분화되어 만물이 화생한다는 내용을 상하로 이어진 그림 한 장으로 압축해 그린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書傳』에 실린 洪範의 전문을 인용한데 이어 入門三圖라 하여 선천도, 坎離圖와 함께 여러 층위로 나뉜 동심원도표로 그려진 天地人物氣候相應圖가 위치하고 그 밑으로 천지인물기후상응설이 문장으로 수록되어 있어, 12경15락 도합 27맥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온몸을 주유하는 기혈순환의 원리를 상세하게 깨칠 수 있다.

  『의학입문』에서 原道統說이라 되어 있는 문장이 여기서는 醫學道統說이란 이름으로 개제해 등장하는데, 아마도 유가에서 말하는 원도설과의 차별점을 분명하게 인식시키고자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입문』에서는 제목 아래에 ‘纂紺珠經’이라고 출전이 밝혀져 있었는데, 여기선 ‘入門慕紺珠經’이라 적혀 있다. 원래 이천이 원나라 의학자인 李湯卿이 지은『心印紺珠經』의 原道統이란 글을 차용하여 실었음을 밝히는 명문인데 재인용하면서 다소 변형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수록한『황제내경소문』의 논설편에서는 제1장 상고천진론과 제2장 사기조신대론만 수록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복잡한 증후학이나 치료론에 앞서 생명탄생으로부터 사계절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인체생리현상을 전통적 인식으로 해설한 내용을 기본적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곧바로 운기론으로 이어지는데, 이쯤 되면 왜 유독 그 2편만을 제시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이것으로만 보아서도 한의학의 기본철학이 얼마나 자연의 변화규율과 인체생리의 상호연관에 기저를 두고 있는 지를 단박에 깨달을 수 있다. 운기론은 곧 장부론과 경락론으로 이어지며, 이로써 전통의학의 기초이론은 자연철학에 기반한 변화규율에 철저하게 상응됨을 입증해준다. 12경락에 따른 공혈의 배치와 기혈순환 이론의 결구는 단지 천재적 재능만으로는 가설조차 세우기 어려울 정도로 치밀하다.

  경락론 말미에는 ‘烏山新增’이라고 적힌 부분이 있는데, 저자가 특별히 새로 추가한 經絡所屬歌와 明堂詩 2구절이 기입되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만병회춘』에서 인용한 手經脈總圖와 足經脈總圖 다음에도 저자가 새로 증보한 ‘經絡相傳歌’가 실려 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萬金一統述은 내용 전개상 다소 원론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장부, 경락, 맥상, 병맥 등으로 이어지며 점차 임상론으로 진입하는 효과가 있어 그리 어색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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