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21] 石谷心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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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21] 石谷心書
  • 승인 2004.10.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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扶陽論 배태한 石谷의 心田

石谷 李圭晙은 근대 의학자로 많은 글을 남겼다. 오늘 소개할 이 책은 『석곡산고』와 함께 그의 의철학적 기반을 이루는 저작으로 일제강점기인 1922(대정 11)년 신식연활자본 1책으로 발행되었다.

먼저 서두의 石谷心書編輯目錄을 보면 石洞書堂學規, 石谷心書, 心書附說 3부분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이 중 石洞書堂學規는 선생이 운영했던 서당에서 수업을 받는 생도들에게 적용했던 수칙 같은 것으로 학칙이자 운영방침이기도 하다.

학규 뒤편에 붙어있는 考德文은 당시 생도들에게 날마다 낭송하게 하여 뇌리에 각인시켰던 일종의 學訓 혹은 교훈에 해당하는 念誦文이다. 매월 초하루에 집에 다녀온 후 돌아와서 이 고덕문을 암송하고 講說을 들어야만 했으니 정신자세를 가다듬기 위한 訓話로 교육적 배려였으리라.

흥미로운 것은 강독하는 방법인데, 經傳의 경우 하루에 100번 이상 읽고 日課(하루 진도)는 10행을 넘지 않는다. 아주 적은 분량을 집중해서 암송시키는 것이다. 역사책과 제자의 문집은 하루에 반편에서 1권을 읽되, 날마다 10번 내지 100번을 읽는다. 중요도에 따라 읽는 분량이 크게 차이가 있다. 읽는 글은 예기의 曲禮, 內則으로부터 주역, 춘추, 주례, 이아 등이고 익혀야 할 것은 禮樂書數와 醫學, 법률, 병법, 地誌, 천문이라고 했으니 학생들이 익히고 배워야할 지식의 범주를 매우 폭 넓게 적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본편인 石谷心書는 學有, 啓處, 猥筆論, 原證, 性問, 性稽, 宗敎, 至道, 敎問, 經說의 1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이규준의 理氣心性論을 중심 테마로 그의 철학사상과 우주론에 관한 해설이 실려 있다. 또 그중에는 五臟과 七情간의 관계에 대한 논변, 善惡의 形質 차이와 의학적 구별에 관한 논설이 들어있다. 마지막 心書附說에는 答李肅明, 重答李肅明, 與李汝敏, 答朴載憲, 答李谷圃, 送鄭致鎔, 送南客, 答孫明遠 등 주변의 학자들과 주고받은 편지글이 실려 있다. 특히 李汝敏에게 준 글에서는 扶陽을 위주로 치병하여 여러 차례 효험을 보았으므로 세상의 모든 의서를 배척한다는 강경한 의학적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목록에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이 책의 뒤편에는 또 다른 내용이 들어있다. 大學句吐俗解, 中庸句吐俗解, 俗解句吐法, 句吐約法이 그것이다. 권말 부록으로 붙어 있는 이 부분은 비록 많지 않은 분량이고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나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이것은 저자가 강론한 대학과 중용의 독해법을 기록한 것으로 석곡의 경전해석학이 담겨져 있는 부호체계이다. 대학과 중용의 句吐俗解는 『素問句讀俗解』에서 이미 살펴본 방식으로, 원문에서 구결이 붙는 글자만을 떼 내어 제시하고 구결을 표기한 것으로 다만 구결이 한글로 되어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본 지면에 이미 발표한 『素問大要』 - 2001년 5월 21일자, 『素問句讀俗解』 - 2001년 5월 28일자 참고). 이것은 석곡의 經學과 醫哲學 사상을 논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할 자료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못미더웠던지 저자는 그 뒤에는 아예 俗解句吐法이라 하여 한자구결과 한글표기를 서사류, 문답류 등 대주제 아래 34종의 소제별로 나누어 수록하고 용법까지 자세히 소개하였다. 句吐約法 역시 26가지 분류 아래 華(한자표기), 東(한글표기)으로 나누어 구결의 용도에 따라 찾아볼 수 있도록 대비해 놓았다.

위의 몇 가지는 여태까지 남아있는 현토법에 관한 가장 상세한 기록이 아닌가 싶다. 또한 필자는 현재 학생들에게 널리 유포된 傳寫本(無爲堂筆寫本)에는 이 내용이 들어있지 않으며, 소개된 바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근간에 이 책에 담겨진 이규준의 의학사상과 부양론의 연관성을 분석한 젊은 연구자의 논문이 발표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한말 사상체질의학설과 쌍벽을 이루는 부양학설을 주창했던 석곡 이규준의 경학사상과 의철학 사상의 터전을 이루는 이 한권의 책은 새로운 의학설의 사상철학적 기반을 살펴볼 수 있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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