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꽃을 고르듯 시를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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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꽃을 고르듯 시를 모으다
  • 승인 2021.06.18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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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ajhj@unitel.co.kr

1987.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1993. 02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박사 1996.10-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1997.03-2012.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신계내과학교실 주임교수 2017.03-2020.02 대한한방내과학회장 저서 남자 그리고 여자, 갑상선클리닉,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성학, 다한증의 이해와 치료 등


도서비평┃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하지(夏至)가 코앞입니다. 동지(冬至)와 비교하면 일출과 일몰이 각각 2시간 이상 빠르고 늦은, 덕택에 해가 비추는 시간이 많을뿐더러 당연히 날씨까지 온화해서 야외나들이에 안성맞춤인 시기이지요. 코로나19가 종식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백신 접종률이 나날이 높아지는 만큼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는 것도 머지않은 기분입니다. 뉴스를 보면 산으로 들로 유원지를 찾는 인파가 갈수록 많아지잖아요?

 캐시어 바디 지음, 이선주 옮김, 현대지성 출간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Blooming Flowers: A Seasonal History of Plants and People)』는 인터넷 서점 서핑 중 근교의 산행 길에서 마주쳤던 꽃들을 떠올리며 구입한 책입니다. 클리셰(cliché)한 제목이지만 그래도 솔깃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아마존 식물 분야 베스트셀러라는 광고까지 덧붙여 있으니 구독하지 않을 재간이 없더군요. 일독 후에는? 역시 좀 과장된 우리말 제목이라 여겨졌습니다. 원제의 의미를 최대한 살려서 「16가지 계절별 꽃들에 얽힌 인간사」 정도가 어땠을까 싶더군요.

저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캐시어 바디 (Kasia Boddy)입니다. 문학과 문화사에 정통한 영문학자답게 책 전반에 세계 각국의 문학·역사·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미술·영화 등을 꽃과 관련시켜 다양·방대하게 풀어놓았더군요. 다만 구미인(歐美人)이 아니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흥미·감흥이 반감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일진대 기초지식이 탄탄하지 않으니…(ㅠ·ㅜ).

책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을 대표하는 각각 4가지의 꽃들(데이지·수선화·백합·카네이션·장미·연꽃·목화·해바라기·샤프란·국화·메리골드·양귀비·제비꽃·제라늄·스노드롭·아몬드)과 연관된 내용이 가득합니다. 그야말로 깨알 정보 꾸러미인데, 본문에 등장하는 표현 - “각기 다른 내용을 모아 편집한 책은 다양한 꽃을 합친 화환이나 꽃다발로 비유했다. 선집(選集; anthology)이라는 단어는 원래 꽃(antho)을 모은다(legein)는 의미였고, 특별히 내용을 세심하게 골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 에서는 지은이의 자신감까지 물씬합니다. 하지만 식물을 마주할 때면 늘 본초(本草)로 접근하기 마련인 한의사인지라, 책 자체를 흠뻑 즐기지는 못하겠더군요. 누가 봐도 흠 잡을 데 없는 양서(良書)임을 인정하면서도….

얼마 전 제주 사려니 숲에서 천남성(天南星)과 큰천남성(-天南星)을 마주쳤을 때의 전율이 생생합니다{부끄럽게도 직관(直觀)이 처음이라 ‘모야모’라는 앱(App.)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 비늘줄기며, 잎이며, 압권인 꽃까지 그 모습이 정말 엄청나더군요(가을에 열리는 붉은 색의 열매 또한 대단합니다). 외양에서 뿜어 나오는 기운, 문자 그대로 체형기상(體形氣像)과 용모사기(容貌詞氣)에서 “와∼, 이놈 물건이네. 겉모양만으로도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놈은 도대체 어떤 성질재간(性質材幹)을 지녔을까” 상상하게 만들더라고요.

우리 한의학, 특히 본초 공부란 그저 책에 수록된 박제된 지식·정보만 주워섬기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 온라인 수업이었던 1학기도 마무리 단계이니, 학부생들은 들로 산으로 놀러 다니며 공부하는 일거양득을 꿈꾸시길….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안세영
1987.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1993. 02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박사 1996.10-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1997.03-2012.02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신계내과학교실 주임교수 2017.03-2020.02 대한한방내과학회장 저서 남자 그리고 여자, 갑상선클리닉, 몸 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성학, 다한증의 이해와 치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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