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지금 여기, 이 순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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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지금 여기, 이 순간의 의미
  • 승인 2021.06.18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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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소울
감독 : 피트 닥터목소리 출연 :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감독 : 피트 닥터
목소리출연 :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어느 가수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자신이 가수가 되면서 세운 목표가 한 음악 프로그램이 출연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거기에 출연하면 세상의 모든 것을 얻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출연하고 난 후 아무것도 변화된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 때 자신이 목표를 잘못 설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마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한두 명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매일매일 자신이 세운 목표를 위해 달리고 그 정점에 서기도 하지만 그 순간뿐인 것이다. 어쩌면 그 뒤로 밀려오는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제이미 폭스)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그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받게 되는데 조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티나 페이)의 멘토가 된다.

<업>과 <인사이드 아웃> 등의 원안을 내고, 연출한 피트 닥터 감독의 작품인 <소울>은 자신의 아들이 태어날 때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얼핏 보기엔 허무맹랑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소울>은 주로 ‘사후세상’만을 그렸던 여타의 작품들과 달리 ‘태어나기 전 세상’이라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또한 현실에 찌들어 자신을 잃은 채 강박관념 속에 살고 있는 이 세상 대다수의 사람들을 뜻하는 길 잃은 영혼들에게 각자의 삶 속에서 무아지경에 빠져있는 캐릭터들이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장면은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픽사답게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거기에 귀여운 영혼 캐릭터들과 계산에 집착하는 회계사 테리 캐릭터는 말할 것도 없고, 현실의 모습은 너무나 디테일하여 영화를 보다가 순간 실사 영화가 아닌가라고 착각할 정도로 멋진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소울>은 단순히 재미로만 볼 영화가 아니라 연령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영화 상영 시간 동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특히 주인공 조가 자신의 삶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을 바라보는 장면은 누구나 감정이입을 하면서 ‘만약 내 삶을 전시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삶을 반추해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영혼 22가 조의 몸에 빙의되어 다니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처럼 그냥 일상일 뿐이라고 무심히 지나쳤던 많은 것들이 사실 엄청나게 중요한 것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나중에 깨닫게 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까지 너무 큰 목표에 사로잡혀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며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소확행’의 삶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영화이다. 2021년도 벌써 반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소울>을 통해 내 인생의 소중한 목표를 재설정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0년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자,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속 한국어와 한국어 간판을 볼 수 있는 깨알 재미가 있으니 꼭 찾아보길 바란다. 1월 개봉 후 204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했으며, 쿠키 영상은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영혼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과 크레딧이 다 끝나고 정말 짧게 등장하니 이 또한 놓치지 않고 보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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