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Ti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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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Timing
  • 승인 2021.06.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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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29

타이밍

야구는, 투수가 던진 공을 야수가 막거나 받을 수 없게 타자가 때려내서 점수를 내고 승패를 가리는 경기다. 그래서 우선 공의 시발이 되는 투수는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과 능력을 발휘해서 타자가 제대로 칠 수 없게 공을 던져야 한다. 반대로 타자는 투수의 힘과 기술과 속임수를 이겨내고 페어 영역 안으로 공을 때려내야만 한다. 그리고 야수는 타구를 처리하기 위하여 위치를 잘 유지하고 움직여야 한다.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때려내는 순간, 타자의 달리기 혹은 슬라이딩, 야수가 타구를 처리하는 움직임과 과정, 투수의 동작을 뺏어서 베이스를 훔치는 것, 포수가 도루하려는 주자를 잡아내려는 송구와 야수의 태그 등등 야구는 기본적으로 타이밍 싸움이다.

 

이물질

프로야구 타자들은 배트를 제대로 잡고 공을 잘 치기 위해서, 장갑을 끼고 나무 배트 손잡이에 끈끈이를 뿌리거나 묻힌다. 투수나 야수는 손에 나는 땀이거나 공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기본적으로 송진가루인 로진(Rosin)을 쓴다. 이건 역도 선수나 기계체조 선수도 쓰는 것으로 야구 규정에 로진 이외의 물질은 금지되어 있다.

요즘 MLB에서 투수가 사용하는 이물질이 이슈이다. 그동안 흔히 파인타르라고 지칭하며 대다수의 투수들이 쓰고 있다고 인식되어 왔고 암암리에 묵인되는 상황이었다. 근래의 인터뷰에서는 스파이더 택(Spider Tack)이라는 구체적인 제품명까지 거론된 상태이다.

2019년 월드시리즈가 끝난 후에 폭로되었던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는 특정한 구단의 문제로 크게 불거졌지만, 파인타르는 미국 프로야구에 전반적으로 퍼진 것이라 그간 누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2018년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이던 트레버 바우어가, 한때는 같은 대학의 동료였고 현재 MLB에서 투수로는 최고 연봉을 받는 게릿 콜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면서 이 문제가 촉발되었다.

이에 관해서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투수인 다르빗슈 유가 한 얘기가 흥미롭다. 물론 그도 이물질 사용에 관해서, 저스틴 벌랜더, 맥스 슈어저, 코리 클루버, 게릿 콜, 트레버 바우어, 클레이튼 커쇼 등과 함께 지목되는 톱클래스 투수 중 한 명이다.

다르빗슈는 “투수가 공이 미끄러워 이물질을 묻히는 것이 안 되면 타자도 배트가 미끄럽다고 이물질을 발라선 안 된다. 타자도 맨손으로 쳐야 공정하다.”고 했다. 사실 이 말은 일견 그럴 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적절하지는 않다. 지금 이 문제의 핵심은 공인구이지 배트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다른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미 많은 투수가 점성을 높이는 이물질을 사용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공인구가 미끄러워서 벌어진 일이라는 걸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인구가 미끄러우니 투수들이 이물질을 바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인구

미국 롤링스(Rawlings) 사는 지난 40년간 메이저리그에 공인구를 공급해 왔다. 그런데 이 공인구는 KBO리그나 NPB리그의 공인구에 비해 공의 표면이 반들반들하여 미끄럽고 실밥의 높이도 낮다. 그래서 투수들이 투구할 때 공을 채는 데 불편함이 많다는 것이다. 공인구를 제작할 때 미끄럼을 방지하는 첨가물을 넣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서는 공인구에, 사무국에서 공인한 러빙 머드(Lena Blackburne Baseball Rubbing Mud)라는 진흙을 발라 미끄럽지 않게 보관했다가 경기에서 투수에게 제공하지만, 그래도 손에 착착 달라 불지 않는다고 한다. 투수들뿐만 아니라 다른 리그에서 온 야수들도 공인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역대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투수와 타자의 성적이 균형을 유지하여, 심하게 투고타저가 되거나 타고투저가 되어 관중들이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공인구의 상태를 조작한다고 의심받아 왔다. 그래서 공인구의 상태에 따라 어떤 시즌에는 투수가 유리하고 어떤 시즌에는 타자에게 유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투수들의 능력이 높아지면 홈런도 못 치고 타율이 바닥을 기는 선수는 밀리고 일자리를 잃는다. 반대로 타자들의 타율이 치솟으면 못 버티는 투수는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거나 다른 나라 리그를 섭외하거나 은퇴해야만 한다. 세상일이 순수하게 공평해지거나 공정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심각성

휴스턴 사태도 결과적으로 용두사미가 되었다. 2021년 시즌이 진행 중인데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투수들의 이물질 사용에 대해서도 명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파악했다면 최소한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분명한 규정과 지침을 정하고 공표했어야 한다.

뒤늦게 6월 21일부터 이물질 사용이 적발되는 투수에게 10게임 출장정지를 내리겠다고 한다. 선발투수라면 두 경기를 거르는 정도니 어찌 보면 징계가 가벼운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적발되는 선수에게는 출장정지와는 별도로 치팅(cheating) 선수라는 공개적인 낙인이 찍히게 될 테니 이것은 선수 명예의 문제이다. 혹시 그 선수가 뛰어난 성적을 쌓아서 은퇴 후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기회를 얻었을 때, 이때 남은 낙인이 중대한 결격사유가 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최다홈런 기록(762개) 보유자인 배리 본즈와, 통산 354승과 4672개 탈삼진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하며 1990년대 최고의 투수였던 로저 클레멘스는,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약물 의혹으로 2021년까지 9년 연속으로 명예의 전당 헌액이 거부되고 있다.

투수 이물질 사용 문제는 무엇보다 MLB의 롭 멘프레드(Rob Manfred) 커미셔너가 이 사태에 대처하면서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근본적인 해결방안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체질침

서두에 야구 얘기를 너무 길게 쓴 거 같은데, 체질침도 타이밍의 예술이다. 질병이 투수라면 환자의 몸은 공이고 의사는 타자이다. 8체질의사가 쓰는 체질침관은 배트이고 체질침관에 장착된 침이 바로 타격이다.

환자의 체질과 병력과 질병의 원인과 상태 정도 단계에 따라 그때에 가장 적합한 체질침 처방을 선정해야 한다. 그것은 오로지 그때 그 환자의 상황에 필요한 유일한 처방이다.

 

바이러스

투수에게는 삼진이라는 무시무시한 권리가 있다. 만약에 9이닝동안 27아웃을 삼진으로 잡는 투수가 존재한다면 상대팀은 단 한 번도 인플레이 타구(Balls In Play)를 만들지 못하고 경기를 끝낼 수도 있다.

질병이 투수라면 질병이 발생한 이상 타자인 의사의 처지는 항상 후수(後手)일 수밖에는 없다. 질병의 원인이 신종 바이러스일 경우에는 선수(先手)는 더더욱 바이러스의 몫이다.

지구의 생태환경과 질서를 주도하는 세력은 인류가 아니라 바이러스인지도 모른다. 인류는 지금 코로나19라는 괴물투수 앞에서 잔뜩 주눅이 든 타자 꼴이다. 2019년 12월 8일 중국 우한(武漢) 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발생했고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으로 확인되었다. 코로나19(COVID-19)의 시작이다.

 

변이

모든 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돌연변이가 생긴다. 코로나19는 RNA 바이러스로 변이가 쉽다. 처음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된 이래 수천 가지의 변이가 발생했다. 그런데 영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변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이와 유사하지만 다른 종류의) 변이 바이러스가 더 중증의 증세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의 효과를 줄이고, 전염성이 더 높을 수 있고, 전파속도도 더 빠르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면 의료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리고 백신이 만들어졌지만 언제 백신이 전혀 듣지 않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지 모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셸 윌렌스키 국장은 “변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진전을 뒤집어 버릴 수 있는 와일드카드”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도 독감과 마찬가지로 매년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하게 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변이가 많이 발생할수록 바이러스가 백신의 영향을 벗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백신의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투수이고 환자가 공이라면 바이러스의 변이는 투수가 공에 바르는 이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천적관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1루수나 지명타자로 뛰는 최지만의 2021년 연봉은 245만 달러이다. 그리고 이물질 사용 때문에 요즘 인터뷰 때마다 곤혹을 치르고 있는 뉴욕 양키스 게릿 콜의 연봉은 36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액이다. 그런데 게릿 콜을 상대한 최지만의 통산 타율은, 6월 3일 기준으로 21타수 10안타로 0.476을 기록 중이며 10안타 중에는 홈런이 4개나 된다. 최지만은 그야말로 게릿 콜의 천적인 셈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이물질 규제 발표 전후에 포심패스트볼 RPM이 시즌 평균과 예년에 비해 별다른 차이가 없어서, 이물질 청정투수로 판명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에게도 천적이 있다. 2020년에 아메리칸리그로 넘어오기 전에 같은 서부지구 팀 소속이라 자주 만났던 놀란 아레나도가 그다. 아레나도는 콜로라도 록키스에서 뛰다가 2021 시즌부터 세인트루이스에서 뛰고 있는데, 그의 류현진 상대 통산 타율은 31타수 16안타로 0.516이고 4홈런이다.

사실 투수가 사용하는 이물질은 타자의 타격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자의 타격 기술 즉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경우에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변이는 핵심이 아니다. 변이는 의과학자들의 변명일 수도 있다. 우리의 목소리는 아직 인류의 고막에 이르지 못했다. 체질침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이 있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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