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비만, 개인의 책임인가? 아니면 사회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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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비만, 개인의 책임인가? 아니면 사회의 책임인가?
  • 승인 2021.07.0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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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히준

박히준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비만의 사회학

비만은 개인의 책임인가? 아니면 사회의 책임인가?

‘비만의 사회학’에서 던지는 이 질문에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하고 싶은가?

학자로서 자기의 전문분야를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실험 연구를 해 오던 한 의대 교수님이 교양학부에서 ‘일타강사’로 유명할 뿐만이 아니라, 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인플루언서 역할을 한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바로 이 분이 “비만의 사회학”의 저자인 박승준 교수님인데, 그는 시상하부 식욕억제 조절인자와 그렐린의 역할 등을 연구해 오다 최근에는 그 관심 영역이 비만의 사회적 요인과 그 해결책에 관한 연구로 확장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교양수업으로 학생들과 진행한 ‘비만의 사회학’이라는 강좌 내용을 책으로 내어 더 넓은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하였다.

 박승준 지음, 청아출판사 출간

비만! 분명 과거에도 있었는데 유독 최근에 더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이터를 근거로 추산해 볼 때, 올해 태어난 아이들 서른 살이 되는 2050년경에는 거의 성인 두 명 중 한 명이 비만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2014년 WHO에서는 비만을 21세기 신종전염병으로 규정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비만이 앞으로도 보건문제에 있어 중요 이슈임은 명확하다.

실제 나를 포함하여 주변을 돌아보면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심지어 말라 보이는 사람들조차 늘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관심에도 단기적 체중감량이 아닌 지속적인 다이어트 성공담은 많이 들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온 다이어트 방법이 대략 어림잡아도 약 2만 6000종 이상임에도, 여전히 다이어트의 실패율은 95% 이상이라니...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인류 역사상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보니 인체의 적응이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즉, 비만은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오작동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 상곡물위주의 식단으로 변화한 농업혁명이 있었으나, 산업혁명으로 인한 식단의 변화는 더욱 큰 음식 환경의 변화를 몰고 왔다. 즉, 서구식 식사, 즉, 고도로 정제된 탄수화물의 섭취, 섬유소 및 영양소 감소, 지나친 열량의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원래, 우리의 선조들에게는 늘 식량부족에 대비하기 위하여 지방과 단당류에 노출되었을 때 가능한 많이 먹고, 남는 에너지는 지방으로 비축하는 것이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그러나 먹을 것이 풍부해진 현대에도 인간의 진화적 적응방식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이러한 생물학적 환경의 부적응을 가속화 한 것은 당연히 산업혁명 이후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이다. 이 책에서는 비만의 사회학적 관점을 제시하기 위하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의 비만 증가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국가정책이 비만 증가에 미친 영향, 청량음료와 패스트푸드의 문제, 현대인이 마주한 잡식 동물의 딜레마, 먹을거리의 생산·가공·유통과 식품산업의 두 얼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사회경제적 환경이 비만에 어떠한 영향을 행사해 왔는지 그 민낯을 드러낸다.

또한 저자는 그 동안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다양한 방법들과 그 방법들의 유용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며, 아직 비만은 약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만의 치료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약보다 몸의 환경을 바꾸어 인슐린, 그렐린, PYY, 코르티솔과 같은“호르몬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몸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비만을 개선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중요 메시지 중 하나는 비만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비만인과 보건의료 전문가 간의 비만 치료에 대한 인식, 태도, 행동 차이 장벽을 연구한 설문 결과, 보건의료 전문가조차도 비만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즉, 전문의료인의 무관심, 초기 비만이나 중증도 비만에 대한 치료를 포기하거나 등한시하는 자세, 적절치 않은 진단, 미흡한 예방 등이 비만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비만은 개인의 책임인가? 아니면 사회의 책임인가? 물론 현대인이 쉽게 살찌는 것은 개인만의 잘못이 절대 아니다. 사회환경적인 문제를 간과해서는 근본적으로 비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공중보건의 개입 등 전반적인 사회적 환경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비록 비만이 개인만의 책임은 아니라 하더라도, 나 자신이 나의 삶의 방식을 (근거에 기반해서) 결정할 수 있는 주체임을 인식하는 것 또한 문제 해결의 시작이지 않을까.

 

박히준 /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소장, 경희대 한의대 교수, 장-뇌축기반 맞춤형 침치료기전연구실 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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