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붉은 눈과 검은 눈이 만나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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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붉은 눈과 검은 눈이 만나는 고통
  • 승인 2021.07.09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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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제8일의 밤
감독 : 김태형
출연 : 이성민, 박해준, 남다름, 김유정, 김동영

최근 뉴스를 보다가 서울극장이 폐관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종로를 중심으로 한국영화의 역사적 산실이었던 극장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면서 젊은 시절의 추억들이 없어진다는 아쉬움과 함께 코로나로 촉발한 영화 산업의 변화를 직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소개할 영화 역시 극장이 아닌 OTT를 통해 개봉되는 작품으로 영화계가 불확실한 흥행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진정한 안방극장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붉은 달이 뜨는 밤, 봉인에서 풀려난 ‘붉은 눈’이 7개의 징검다리를 밟고 자신의 반쪽, ‘검은 눈’을 찾아간다. 그리고 마지막 제8일의 밤, 그 둘이 만나 하나가 되면 고통과 어둠만이 존재하는 지옥의 세상이 될 것이다. 북산 암자의 하정 스님(이얼)은 2년째 묵언수행 중인 제자 청석(남다름)에게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에 관한 전설을 들려주며, 선화(이성민)를 찾으라는 유언을 남긴다. 청석은 주소지만 적힌 종이를 들고 길을 떠나던 중 사리함을 잃어버리고 그곳에서 정체모를 소녀 애란(김유정)을 만나게 된다. 한편, 괴이한 모습으로 죽은 시체들이 발견되고, 강력계 형사 ‘김호태’(박해준)와 후배 ‘박동진’(김동영)은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괴시체들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수사를 이어간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제8일의 밤>은 무더운 여름에 걸맞는 오컬트 공포영화이다. 우선 영화는 산스크리트어(범어)로 붉은 눈과 검은 눈의 이야기를 설명해 주면서 시작하는데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라 왠지 생경한 느낌과 함께 앞으로 뭔가 있을 것 같은 묵직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또한 여타의 오컬트 무비와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악의 기운으로 관객들에게 조금씩 공포감을 전하며 향후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8일의 밤>은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한 채 공포영화인데 무섭지도 않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도통 감이 잘 안 잡히는 상태에서 머물러 버리며 영화 중반부터는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붉은 눈과 검은 눈이 만나 세상이 고통 속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지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감정이입이 힘들고,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번뇌와 번민이라는 영화 속 숨겨진 주제가 크게 와 닿지 못한다. 그로인해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이성민의 연기를 비롯하여 박해준, 남다름 등의 연기와 영화적 소재는 좋았으나 그것을 풀어나가는 힘에서 부족함을 보이며 한국형 오컬트 공포 영화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극장이 아닌 OTT로 상영되면서 더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지만 향후 한국 영화가 더 발전하려면 어떤 플랫폼에서 상영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적인 면에서 더 많은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넷플릭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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