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코로나19 방역 현장 누비는 한의과 공보의…그들의 뜨거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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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코로나19 방역 현장 누비는 한의과 공보의…그들의 뜨거운 이야기
  • 승인 2021.07.14 05: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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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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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복 갖춰 입고 야외에서 대면 채취…“더위와 싸우는 것 가장 힘들어”
“지역사회 감염 막아내는 것에 보람 느껴…한의사 면허 범위 내에서 역량 발휘 충분”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확진자는 연일 상승곡선을 긋고 있고 모임 금지 등도 강화됐다. 한여름의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열정적으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체채취 업무를 수행하는 안인균(전북 익산), 이상민(전북 완주), 정시화(전북 익산), 김휘문(인천 강화), 안진환(전남 광양) 한의과 공보의들. 민족의학신문 창간 32주년을 맞아 그들이 전하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지소에서 진료 또는 사업이 아닌 코로나 현장에 지원한 이유를 물었다. 

안익균 한의사는 “지난 겨울 2개월 정도 검체채취에 나서다가 외부의 반대로 중단된 일이 있었다. 그러던 중 이번 봄부터 의과 공보의들이 백신접종에 투입되어 선별진료소 인력 부족이 심각해져 다시 한 번 검체채취에 나서달라는 요청이 왔고,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방역 현장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수락했다”고 답했다. 

이상민 한의사는 “현재 보건소의 경우는 진료 및 사업이 코로나로 인해 일부 중단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보건소 직원들 및 의과 공보의에게는 주말과 휴일에도 코로나 검체 업무 및 예방접종으로 과중한 업무가 주어지고 있었기에 한의과 공중보건의들이 코로나 검체 채취 업무를 직접 맡게 됐다”고 말했다. 

정시화 한의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익산시에서의 확진자 발생이 많지 않은 편이었다”며 “그래서 의과 공중보건의사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여름이 지나면서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 기존의 인력만으로는 검체채취 업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워졌다. 정상적인 진료 및 보건 사업 등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의사의 감염병 대응 업무에 대한 긍정적인 발표가 있었기에 익산시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이 뜻을 모아 팬데믹 극복을 위해 기여하고자 코로나 현장에 나가게 됐다”고 답했다. 

김휘문 한의사는 “기존 선별진료소에서 검체채취 업무를 하던 의과 선생들이 백신 접종 업무를 맡으면서 선별진료소에 일손이 필요해졌고 보건소 차원에서의 요청이 들어왔다”며 “물론 지소에서 진료하는 것이 한의사로서 익숙하기도 하고 편한 건 사실이지만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방역 일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힘든 점은 무엇일까. 

안익균 한의사는 “업무에 들어가면 더위와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들다. 방역복을 벗고 들어가 환자를 대면할 수 있는 음압시설이 있지만 방역복을 갖춰 입고 야외에서 대면하여 채취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환자들이 특정 시간에 몰려오거나 정해진 자세로 서서 채취하기 어려운 노인, 소아 등의 환자가 오기 때문이다. 또 업무에 필요한 점들에 대해서 보건소 직원들과 잘 소통이 되지 않는 것도 어려운 점”이라고 꼽았다.  

안진환 한의사는 “검체채취 과정에 있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과 확진자가 있으면 나도 위험에 노출되는 점 그리고 수당이 따로 없다는 점”을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이상민 한의사는 “요양병원 및 요양원에서 관련 종사자들이 매주 검사를 받는다. 그동안 작년 지침에 따라 시행 중이었으나 현재는 백신 접종률 75% 이상인 시설은 2주 1회로 변경 되어 검사 주기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백신 접종률 75% 미만인 시설 종사자들은 매주 1회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검체량이 많고, 모두가 지쳐있는 상황이라 빠른 시일 내에 접종이 완료 되어 지침이 완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정시화 한의사는 “검체 채취 시행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Level D 개인 보호복을 착용한다. 검사 대상자가 많지 않을 경우에는 컨테이너 부스 등 실내에서 검체 채취를 시행할 수도 있으나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하여 검사 대상자가 많을 경우에는 실외에서 보다 신속하게 검체를 채취하게 된다”며 “냉난방 시설에 대한 지원이 있기는 하나 실외에서는 아무래도 날씨에 대한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겨울에는 손이 얼음장처럼 시리고 여름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등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다. 또한 개인보호구를 착용하더라도 착·탈의 및 소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내가 확진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역 사회의 보건 위기 상황에서 그 최전선에 선 만큼 책임감으로 이겨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휘문 한의사는 “검체채취 업무를 하다보면 어른들 외에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할 때가 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감각기관이 예민해서 비인두 검체채취를 할 때면 여지없이 힘들어하거나 우는 경우들이 많다”며 “최대한 아프지 않게 하겠다고 달래보지만 누그러지는 경우도 있는 반면 여전히 아프다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해야만 하는 업무이지만 코로나19라는 현 상황으로 인해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어른으로서 미안함을 느끼게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힘든 일과 중에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김휘문 한의사는 “방역을 하는 관점에서는 환영할 일은 아니지만 검체 채취를 받은 환자들 중 코로나19 양성 환자가 나올 때가 있다”며 “금요일 오전에 검사한 환자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퇴근 후 연락을 받아 근무지로 되돌아갔었다. 그럴 때면 일이 많아 힘들기도 하지만 확진자를 바로 찾아내어 지역사회 감염을 막아내는 것이 우리의 업무이기 때문에 환자분께도, 지역사회의 많은 주민 분들께도 도움을 드리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시화 한의사는 “한의사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 주어 기존의 왜곡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돼 매우 기쁘다”며 “또한 코로나19 검체 채취 시 느낄 수 있는 통증 등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거나 자가 격리 기준에 대한 오해를 가진 이들에게 잘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 보건 의료 기관과 시민들이 함께 팬데믹을 극복해 나가며 현 사태가 진전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안익균 한의사는 “밀려오는 환자들을 상대로 기계적으로 검체를 채취하는 업무인 만큼 일과 중 보람을 느낄만한 순간은 사실 많지 않다 하지만 환자들이 검사받으러 와서 ‘더운데 수고하신다’고 한 마디씩 해줄 때 조금씩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감염병 영역에서 한의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이를 확장하기 위해 한의계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시화 한의사는 “현재 여러 지자체 등에서 많은 한의사들이 검체채취 및 역학조사관 등의 업무에 종사하며 팬데믹의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한의사를 이러한 업무에서 배제하는 일도 있었다”며 “감염병예방법에서 한의사의 권한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법률적 근거 외에도,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많은 연구들이 존재하고 한의사 국가시험 등에서 감염병에 관한 문항을 다루고 있는 등 학술적 근거 역시 충분하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사실들이 한의사가 아닌 이들에게는 굉장히 생소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의학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효과는 있으나 여전히 동의보감이 저술된 시기에 정체되어 있는 신비한 학문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실제 한의과대학의 교과 과정에서는 기초 의학을 비롯한 여러가지 과학적 및 통계적 방법론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 만큼, 실질과 대중들의 인식 사이의 괴리를 좁힐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의사가 감염병을 다루는 것을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이미 법률적 및 학술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는 만큼 한의사가 감염병 영역에서 역할을 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처럼 한의학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한편, 동시에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의료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타 지자체 등에서도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휘문 한의사는 “현재 인천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 공중보건한의사들이 코로나19 검체채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경기도에서는 역학조사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의사들이 나서야 하겠지만 현재 방역 일선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에는 한의사가 그 면허범위 내에서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실제 감염병예방법 내에서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직역별 차이를 두지 않음에도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할 때 한의사가 배제되는 경우는 업무 자체의 내용보다도 편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한의사는 그 역량을 충분히 입증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의협과 대공한협을 비롯한 한의계는 한의사들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데이터를 잘 축적해두고 향후 코로나19와 유사한 팬데믹 사태가 생겼을 때 한의사들이 일선에 투입될 수 있도록 즉각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또한 한의대 내 교육, 한의사 보수교육 등을 통해 관련한 직무교육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한의사 스스로가 방역 업무의 전문가임을 인식할 때 앞으로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당당히 업무에 투입되어 역량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제시했다. 

안익균 한의사는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한의약이 효과가 있음은 이미 여러 방면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제는 증명에서 그치지 않고 한의사들이 의료인으로서 방역사업과 치료의 현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하여 한의계가 제도적, 사회적 여건을 뒷받침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상민 한의사는 “코로나의 경우 검체 채취 업무 및 역학조사를 한의사 공중 보건의들이 시행하고있다. 감염병 관리본부의 지침에는 의사가 시행해야한다고 나와있으나 모든 업무를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공식적으로 한의사에게도 업무가 배분됐다”며 “하지만 검체채취와 역학조사는 단순 노동에 가깝다. 한의사로서 감염병 영역에서 한 축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환자 케어에 한의학적인 치료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진환 한의사는 “검체 채취 업무는 간호사들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업무다. 보수교육이나 학과내에서 교육을 통해 한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업무에 투입될 수 있게 하는게 좋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들은 마지막으로 일선에서 고생하시는 많은 한의사들, 특히 코로나19 대응에 앞장서고 계신 공중보건한의사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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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 2021-07-14 14:24:03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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