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신을 부르는 서늘한 핏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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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신을 부르는 서늘한 핏줄
  • 승인 2021.07.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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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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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medi@mjmedi.com


영화읽기┃랑종
감독 : 반종 피산다나쿤출연 : 나릴야 군몽콘켓, 싸와니 우툼마, 씨라니 얀키띠칸
감독 : 반종 피산다나쿤
출연 : 나릴야 군몽콘켓, 싸와니 우툼마, 씨라니 얀키띠칸

 

폭염이 맹위를 떨친 2018년 이후에 2년 동안은 에어컨을 안 켜고 살았다. 에어컨 바람을 그다지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오래된 에어컨이라 어마무시한 전기요금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눈 딱 감고 사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더워도 너무 덥다. 필자의 경우 일찌감치 더위를 한 번 먹고 나니 시원한 것만 찾다보니 영화 역시 평소 그다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포 영화가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의 낯선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집 안, 숲, 산, 나무, 논밭까지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무당) 님(싸와니 우툼마)은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밍은 날이 갈수록 이상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고, 무당을 취재하기 위해 님과 동행했던 촬영팀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밍과 님, 그리고 가족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랑종>은 태국어로 무당을 뜻하며, 영화는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태국 시골 마을에 사는 무당 가문의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2016년 <곡성>을 통해 새로운 공포영화를 시도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나홍진 감독이 기획, 제작, 시나리오 원안에 참여하고, <셔터>, <샴> 등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태국 공포영화의 대가인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랑종>은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남기며 관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파다했던 작품이다. 그로인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영화 관람 후 관객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호불호가 나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샤머니즘과 비슷한 이야기를 갖고 있지만 태국이라는 공간에서 오는 낯섦이라는 것을 차치한다고 해도 <랑종>은 페이크 다큐라는 장르를 표방하다보니 모든 관객들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특히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장면들이 즐비하게 나오면서 공포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오싹한 시원함 대신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이 엄습할 수도 있기에 영화 감상 전에 마음 다짐을 하고 볼 필요가 있다. 익숙한 이야기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오는 생경함으로 인해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이지만 오랜만에 독특한 오컬트 무비를 즐기고 싶다면 한 번 쯤 큰 맘 먹고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단, 개인적 취향에 따라 영화 때문에 시원한 것이 아니라 영화관 때문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얼마 전 폐막한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제 경쟁 섹션 장편 부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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