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72> - 『藥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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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72> - 『藥錄』②    
  • 승인 2021.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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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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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약재시가 조사한 지방관아 藥材臺帳

  지난 호에 이어, 약재거래를 위해 시가기준이 되는 약가를 조사해 기재한 藥材臺帳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일찍이『약록』이란 서명으로는 魏나라 李唐之란 이가 220~232년경에 지은 책이 있었다고 하나, 원서는 오래 전에 실전되었고 『吳普本草』나『藝文類聚』,『政和本草』,『본초강목』등을 통해 일부 佚文만이 전해지고 있다.

◇ 『약록』
◇ 『약록』

 하지만 그 기재내용을 살펴보면, 약물의 별명이나 성미, 생장환경, 산지, 공효, 주치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이 책에 수록된 약재시가에 관한 사항과는 사뭇 거리가 있고 일반 본초서에 가까운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당지의 『약록』보다 앞서 상고시대에 저술됐다고 하는『桐君藥錄』이 있었다지만, 이 역시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일본학자 丹波元胤의 『醫籍考』에는 『동군약록』을 비롯해서 약록이란 서명을 가진 책이 여러 종 등장한다. 『隋書』經籍志와『七錄』같은 목록에 전해지는 것으로 권수가 서로 다르고 저자도 달라 서로 다른 책이 분명하지만, 오늘날 그 어느 것도 전하지 않는다.

  한편『동의보감』역대의방에도 황제의 신하인 桐君이 저술했다는 책 2종이 등재되어 있는데, 『採藥對』,『採藥別錄』이란 서명이다. 혹시나 그 연원을 밝혀줄 수 있는 단서가 있을지 몰라 다각도로 추적해 보았으나 이 책들 역시 『동의보감』이외에는 드러난 바가 없다. 서명으로 짐작컨대, 약재의 채취나 개화시기, 산지를 중심으로 기록했을 것으로 보여 이 책과는 다소 성격이 달랐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에 기재된 약재거래 기준가격 등에 관한 내용이라면 오히려 『고사촬요』를 참고해 볼 만하다. 여기에는 서적을 팔고사기 위한 기준(書冊市准)이 書種마다 인출에 소용되는 종이의 장수와 쌀값(米價)을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다. 이와 아울러 흔히 쓰이는 약재와 납약과 같은 상용처방의 표준시가가 적혀 있는데, 生藥價와 熟藥價로 구분해서 기재되어 있다. 이는 당시 약재시장에서 거래되던 현물가격을 반영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책에 기재된 것과 내용상 가장 근접한 것이며, 상호비교를 통해 연구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연대고증을 통해 동일한 약재의 동일 분량에 대한 가격을 비교하면 약재 값의 변동추이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외관상 서지형태는 선장의 필사본 단책으로 일반적인 5침법을 쓰지 않고 3침으로만 제책되어 있다. 한편 권미에는 “辛丑三月日 完入納, 鄭書房 成春宅 入納.”이란 명문이 쓰여 있고 이와 함께 ‘藥錄主人 鄭成春’이란 소장자명도 보여 이 책이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작성되어 정성춘이란 인물에게 제출됐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뒤표지에도 藥錄이란 서명과 함께, 갖가지 낙서가 즐비한 가운데 “潭陽府 今朔 司農 開錄成冊”, ‘孫書房粧’이란 문구가 판독되었다. 위에서 司農이란 시장의 교역과 궁에서 소용되는 물품을 공급하거나 관리의 녹봉을 지급하는 일을 담당하는 관서니 곧 戶部를 이른다. 이런 기록들로 보아, 이 대장은 담양부 관아에서 약재출납을 관리했거나 채약부 같은 직종으로 일하던 손서방이란 사람이 작성하여 공물이나 약재수급을 관장하고 있던 정성춘이란 관리자에게 제출한 약재시가 조사대장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아울러 ‘辛丑3월’이라 적힌 시기와 “今朔 司農 開錄成冊”이란 명문을 통해 대략 1841년 혹은 1901년경 춘계에 관아에 공납할 약재의 수급을 위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 책자는 긴급한 필요에 따라 작성하여 성책한 다음, 담양부 공납을 관장했던 戶長이나 혹은 약재담당 관리에게 제출했던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지방관아에서 약재거래 시황을 조사하여 작성한 약재시가대장, 조선시대 전통약재 시장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는 의약상업사 자료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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