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과 오행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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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과 오행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첫 번째 이야기-
  • 승인 2021.08.0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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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쓴 한의학 이야기(13)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오장과 오행

오행이론은 오장육부 즉 장부의 기능을 설명하는데 가장 널리 이용되어온 이론이다. 오장인 肝心脾肺腎은 순서대로 木火土金水에 해당이 된다.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肝心脾肺腎의 한의학적 개념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간(Liver) 심장(Heart) 췌장(Pancreas) 폐(Lung) 콩팥(Kidney) 다섯 가지 장기들이 가지고 있는 오행의 성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이야기에 앞서 이번 칼럼에서 사용될 용어들에 대해서 미리 정리를 해두고자 한다. 첫째 이번 칼럼에서는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생리기능들에 국한해서 소개하기 때문에 肝心脾肺腎이라는 용어 대신 간, 심장, 췌장, 폐, 콩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五臟 대신 ‘다섯 장기’라는 한글 표현을 사용하고자 한다. 둘째 이 칼럼에서 脾는 췌장 pancreas를 가리키는 것으로 하겠다.(이는 pancreas를 한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부에 대한 설명을 오행이론만 가지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다섯 장기’들이 가지고 있는 생리기능들 중에서 오행의 성질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에 대해서 소개해볼까 싶다.

 

에너지 생산과 木, 火의 성질

인체의 모든 장기들은 대사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열’을 어느 정도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인체가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장기 두 개를 꼽으라면 심장과 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장은 산소와 영양분을 혈액에 싣고 온몸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에 간은 평소에 남아있는 영양분을 저장해놨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포도당을 글리코겐이라는 형태로 저장해놨다가 인체가 필요할 때 다시 포도당으로 만들어서 혈관으로 내보내는 역할이다. 심장과 간은 인체가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많은 열을 생산한다. 안정 시에는 간, 심장, 뇌에서 50% 이상의 열이 발생한다.

인체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결과적으로 인체가 열을 생산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심장과 간은 모두 인체를 ‘따뜻하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고대인들은 왜 심장을 火에 배속시켜놨으며 간을 木에 배속시켰을까?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심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도 항상 1분에 60~70회 정도 박동을 지속해야 한다. 즉 쉴 새 없이 운동을 하면서 온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간은 평소에 에너지를 비축해놨다가 필요하면 에너지를 꺼내놓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열생산의 변동폭이 크다. 일정한 박동수를 유지하면서 쉴 새 없이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는 심장은 ‘따뜻한 성질’ 즉 火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반면에, 인체가 필요할 때마다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간은 ‘따뜻해지려는 성질’ 즉 木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열생산 기능에 있어 火의 성질은 지속적이면서 변동폭이 작은 반면 木의 성질은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인체의 냉각기능과 金, 水의 성질

인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열생산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생산된 열을 효율적으로 냉각시키고 체온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것도 열생산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물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체온조절과 관련된 물의 역할을 네 가지로 나누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물은 자동차의 엔진을 냉각시키듯이 인체의 대사과정에서 생긴 열을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둘째 간, 심장, 뇌와 같은 심부장기와 운동 시의 골격근에서 발생된 열은 혈류를 통해서 피부로 전달되어 체외로 방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혈액은 열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셋째 물은 비열이 높기 때문에 열생산에 의한 온도의 변화가 크지 않아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데 큰 기여를 한다. 넷째 체온이 어느 수준 이상 올라가게 되면 땀을 흘리고 증발시켜 열을 방출한다. (체표면에서 물이 증발하면 열이 손실되는데 물 1g당 0.58칼로리이다. 땀을 흘리지 않아도 피부와 폐를 통하여 하루 600~700ml의 물이 부지불식간에 증발한다. 인간은 피부와 폐를 이용하여 열을 방출하는데, 많은 하등동물의 경우 땀샘이 없어서 ‘헐떡임’을 통해서 열을 방출하고 있다.)

체내 수분의 양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장기가 바로 콩팥이다. 땀을 흘리고 수분을 증발시켜 열을 방출하는 장기가 피부와 폐이다. 콩팥과 폐는 모두 생산된 열을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고대인들은 왜 콩팥은 水에 배속시켰으며 폐와 피부는 金에 배속시켰을까?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체내 수분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기능은 쉴 새 없이 작동하는 반면에, 수분의 증발을 통해서 체온을 떨어뜨리는 기능은 평소보다 체온이 올라가면 훨씬 활발하게 작동하게 된다. 쉴 새 없이 체내 수분의 양을 조절하는 콩팥은 ‘차가운 성질’ 즉 水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반면에, 체온이 올라갈 때 더 많은 수분의 증발을 일으키는 폐와 피부는 ‘차가워지려는 성질’ 즉 金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냉각기능에 있어서도 水의 성질은 지속적이면서 변동폭이 작은 반면, 金의 성질은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췌장과 土의 성질

췌장에서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중요한 호르몬 두 가지를 분비한다. 인슐린은 과량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을 갖는다. 즉 음식물 섭취 후 체내로 흡수된 포도당을 근육과 간에서 글리코겐의 형태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공복 시에 혈당이 낮아지면 글루카곤이 분비되어 혈당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체내에 에너지가 남아서 혈당이 올라가면 인슐린을 분비해서 남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체내에 에너지가 부족해서 혈당이 내려가게 되면 글루카곤을 분비해서 저장해놨던 에너지를 끌어다 쓰게 된다. 이러한 췌장의 기능을 ‘바뀌려는 성질’ 즉 土의 성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췌장과 간은 포도당 대사에 관여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로의 역할은 조금 다르다. 췌장은 호르몬을 분비하여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면, 간에서는 실제 포도당의 대사가 일어난다.

 

열에너지의 성쇠와 다섯 장기들

한의학 이야기 10편에서 계절이나 인생의 계절 모두 열에너지의 성쇠에 의해서 오행의 배속이 나뉜다고 소개하였다. 다섯 장기들 역시 마찬가지로 인체 열에너지의 생산과 냉각에 관여하는 역할에 따라 오행의 배속이 나뉜다.

다시 간단히 정리를 하자면, 쉴 새 없이 에너지를 공급하는 심장과 필요할 때 에너지를 공급하는 간은 체내 열생산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체내 수분을 조절하는 콩팥과 수분을 증발시켜 체온을 낮추는 폐는 인체의 냉각기능을 담당한다. 그리고 췌장은 에너지가 남으면 저장하고 부족하면 꺼내 쓰는 조절기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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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적 개념에 대한 자문을 해주신 황남주 선생님(서울대 물리학과 학사,석사/원광대 한의학과 학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참고문헌) 의학계열 교수 32인 공역, Guyton and Hall 의학생리학 12판, 범문에듀케이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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