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시호탕 – 한방 항염증약!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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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소시호탕 – 한방 항염증약!①
  • 승인 2021.08.0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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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40)
권승원경희대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전형증례>

24세 남성.

감기증상으로 한의원에 내원했다. 평소 건강한 편이다. 5일전부터 증상은 시작된 것 같은데, 소염진통제를 복용했지만 아직도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입맛은 없고, 때때로 구역감이 있다고 호소했다. 소화기증상을 동반한 아급성기 감기로 판단하고, 호소증상을 고려하여 A 엑스제를 1일 3회 투약했다.

이후로 약 6개월 뒤, 해당환자가 다시 내원했다. 이번 호소증상은 최근 1개월간 매우 자주 감기에 잘 걸린다는 것, 그리고 그 때마다 약은 복용해도 완벽히 감기가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에 처방받은 A가 바로 효과가 났었다며 이번에도 한방약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약 3주간 식욕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평소 체력은 중간정도이며 살집 역시 탄탄한 편이다. 약간은 예민하여 별 것 아닌 일에도 신경 쓰는 일이 잦다.

이번에도 상기 진찰소견을 고려하여A 엑스제를 1일 3회 투약했다. 약 2주 뒤, 남아있던 감기로 인한 식욕부진과 컨디션 저하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이번 처방이 매우 좋다며 추가복용을 원했다. 따라서 1개월간 추가 복용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소시호탕(小柴胡湯)이다. 소시호탕은 중국 한대(漢代) 『상한론(傷寒論)』, 『금궤요략(金匱要略)』에 처음 등장한 처방으로 두 서적을 합쳐 총 20회나 언급된 당대의 최고 베스트셀러 처방이다. 당시 호흡기계, 간담도계, 위장관계에 발생한 아급성 염증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처방으로 제안되었고, 이후 비교적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폐결핵, 만성간염에 적용되었으며, 최근에는 감염이 잦은 환자의 체질개선용 처방으로까지 그 활용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소시호탕 개요

구성약물: 시호, 황금, 인삼, 반하, 감초, 생강, 대조

효능효과: 1. 체력중등도이면서 상복부 팽만감이 있어 괴로우며, 설태가 있고, 입속불쾌감, 식욕부진, 때때로 미열, 오심 등이 있는 다음 상황: 모든 급성열성질환, 폐렴, 기관지염, 기관지천식, 감기, 림프염, 만성위장장애, 산후회복부전 2. 만성간염의 간기능장애 개선 (일본 내 허가사항)

 

소시호탕 활용의 발전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시호탕은 한대 『상한론』 『금궤요략』에서 첫 모습을 보였다. 무려 20회나 다양한 상황에 적용되었는데, 모두 소화기이상을 동반한 감염상태에 적용되었다. 대표적인 적응증은 급성 열성질환을 다룬 『상한론』 속 ‘태양병맥증병치(太陽病脈證倂治)’에 등장한 내용으로, 한열왕래(寒熱往來), 흉협고만(胸脇苦滿), 식욕부진과 구토 같은 소화기 증상이 동반된 아급성기 감염질환이었다.

『상한론』과 달리 감염질환을 제외한 기타 내과질환을 아우르는 잡병(雜病) 관련 내용으로 구성된 『금궤요략』에서도 소시호탕은 활용되었다. 주목해서 볼만한 내용은 크게 2가지이다. 우선, ‘황달병맥증병치(黃疸病脈證倂治)’에서 복통, 구토를 동반한 황달에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구토홰하리병맥증명치(嘔吐噦下利病脈證倂治)’에서는 구토하며 발열할 때 소시호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내용은 『상한론』 조문에도 동일하게 등장했었다.

『상한론』과 『금궤요략』의 내용을 종합하자면, 소시호탕은 애초부터 인체 호흡기계, 위장관계, 간담도계의 염증에 두루두루 적용되었다. 첫 등장부터 인체의 다양한 계통에 적용된 탓일까? 이후 출간된 다양한 의학서적에서는 『상한론』과 『금궤요략』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면서 추가된 증후에 따른 가감법(加減法) 정도를 제시하는 수준에서 소시호탕의 활용법을 언급했다. 급기야는 그 사용법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와 전 항목에서 소개한 소시호탕 엑스제의 ‘일본 내 허가사항’ 역시도 『상한론』 『금궤요략』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사실, 소시호탕은 일본에서 근대~최근까지도 가장 널리 활용되어 온 처방이다. 1941년 『한방과 한약(漢方と漢薬)』라는 잡지에 소개된 ‘일본한방의사현황 조사통계’ 중 ‘한방의 일상 최대 빈용처방 통계’에 따르면 전체 154개 처방 중 1위가 소시호탕이었다. 당시 효과적인 치료약이 없어 만성 염증상태에 놓여있던 폐결핵 환자들에게 ‘소시호탕’이 매우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소시호탕은 ‘시호-황금’의 항염증 조합에 ‘인삼-반하’라는 소화기 보호조합이 배합된 각종 염증상태에 사용되어 왔던 처방이기 때문에 당시 일본 한방의들의 선택은 매우 탁월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1996년 중대한 사건이 터지고 소시호탕의 활용빈도는 격감하게 된다. 바로 ‘간질성폐렴’ 부작용 보고이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만성간염 환자의 간기능장애에 대한 소시호탕의 유효성 관련 보고가 줄이어 발표되었다. 『상한론』에 등장한 ‘흉협고만(胸脇苦滿)’과 『금궤요략』에서 제시한 ‘황달’에 대한 사용에 모티브를 얻어 진행한 임상연구의 결과였다. 그 결과, 많은 의사들이 만성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변증(辨證) 없이 병명투여로서 소시호탕을 활용하게 되었고, 소시호탕을 복용하는 환자가 약 100만명에 이르게 되었다. 그야말로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소시호탕 전성기가 열렸던 것이다. 1996년 소시호탕 간질성폐렴 부작용 관련 보도를 한 국내 중앙일보의 기사제목이 “일제 간염약 과립 ‘소시호탕’ 위험”이었고, 당시 연간 소시호탕 매출이 약 3천억원이었다고 하니 소시호탕이 얼마나 간염에 널리 쓰였는지 알 수 있다. 어쨌든1996년 일본 후생성은 1994년 1월 이후 소시호탕을 처방 받은 만성간염 환자 중 88명이 간질성폐렴으로 진단되었고, 이 중 10명이 사망했음을 공표한다. 당시 다음과 같은 금기사항이 추가되었는데, 이 내용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식약처 역시 동일한 내용을 인정하고 있다.

첫째, 고령자에게 30일 이상 투여

둘째, 인터페론 제제 투여 중인 환자

셋째, 간경변, 간암 환자

넷째, 만성 간염에서 혈소판수가 100,000/㎣ 이하인 경우

이후 한동안 소시호탕의 활용빈도는 격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시호탕이 만성간염 치료에서 완벽히 퇴출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소시호탕 복용 중인 만성간염 환자에서의 간질성 폐렴 발병빈도는 1만명당 1명 정도로 매우 드물다(인터페론의 경우 500명 중 1명 정도로 보고됨). 다음으로 대부분의 간질성폐렴은 인터페론과의 병용 상황에서 발생했다. 셋째, B형 만성간염이나 간경변 환자에서는 간질성 폐렴이 거의 보이지 않고, 특유의 면역항진상태에 놓인 C형 만성간염이나 간견병 환자에서 나타났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상기 ‘금기사항’을 최대한 참조하면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도 만성간염 환자의 간기능장애 개선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소시호탕의 활약은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감염증학회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코로나19에 대한 한방치료”라는 주제의 문서를 특별기고 형태로 홈페이지에 업로드하여 학회회원들에게 공유했는데, 여기 실린 통치방의 구성처방 중 하나가 바로 ‘소시호탕’이었다. 해당 기고문에서는 중국에서 제안한 ‘청폐배독탕’을 통치방으로 제안하면서, 일본의 한방약 엑스제 현황을 고려하여 “소시호탕가길경석고” + “마행감석탕 + 위령탕”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중국 한대에 아급성기 감염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창방되었던 처방이 현대의 신종 감염질환에도 응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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