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73> - 『纂圖萬論書』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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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73> - 『纂圖萬論書』① 
  • 승인 2021.08.07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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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재난과 역병에서 탈출하기, 醫國醫人同理論

  예년에 겪어보지 못한 酷暑와 해를 넘겨도 기세가 꺾이질 않는 역병이 한꺼번에 기승을 부리는 여름을 지내고 있다. 避暑와 避病을 같이 해야 할 판인데, 거리두기 방역지침도 지켜야 하고 환경재앙이라 불리는 기상이변을 막기 위해 에너지 절약도 실천해야하니 집안에 갇힌 채 삼복을 건너야하는 서민들로선 이중, 삼중고가 아닐 수 없다.

 ◇ 『찬도만론서』

  해서 이번에는 ‘醫國醫人, 其理實同’이라는 말로 의국론을 펼치며, 국가존망의 위기에서 조선을 구하고자 애썼던 扈聖功臣 허준의 대표작이자 혼선에 가린 진단맥법의 실마리를 풀어준 책, ‘찬도맥’ 혹은 ‘찬도맥결’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조선의 대표적인 맥학서『찬도방론맥결집성』을 옮겨 적은 필사본 1종을 찾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책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은 말에 함축된다. “사람의 맥은 경락이요, 나라의 맥은 기강이다.”라고 정의하면서, 기강을 세워 邪正을 가리고 예법을 바로 잡아 존망의 기로에 놓인 국가사직을 구하는 일[醫國]이나 경락을 소통시켜 막혀 있는 표리를 뚫어주고 혼란에 빠진 음양을 조화시켜 끊어지기 일보직전인 생명을 되살리는 일[醫人]이 그 이치에 있어서 매 한가지라고 주장한 허준의 생각이 스며져 있다.

  1.   현전본의 간기에 내의원에서 간행한 시기가 1612년 윤11월로 밝혀져 있으므로 이 사본은 그 이후에 작성한 것이 분명하며, 보존 상태나 1800년대 이후 이 책의 사본이 거의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필사본이 작성된 시기는 대략 1700년 전후의 시기로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아있는 잔본에 인본의 권1~2가 담긴 것으로 보아 2책으로 나누어 등사한 것으로 보인다.

  권수제에 ‘纂圖方論脈訣集成 卷之一’이라 적혀 있고 같은 행 하단에 ‘高陽生 編輯, □□ 校正’으로 되어 있어 현전 규장각 소장 목판본(4권4책)과 체제와 본문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이 필사본은 1600년대에 간행한 『찬도방론맥결집성』 판본을 대본으로 삼아 옮겨 적은 사본으로 보이는데, 현전 간본이 4권4책으로 구성된 것을 감안해 보았을 때, 이 사본에는 권1 진맥입식으로부터 권2 좌우수진맥까지 들어 있으며, 권미의 본문 8~9장이 떨어져 나간 상태이다. 따라서 아마도 애초에는 1~2권과 3~4권으로 2권씩 합한 다음 건곤 2책으로 粧冊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간본이 10행18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이 사본은 12행19자로 변형된 것이 가장 큰 변별점이다. 그 외에 형식이나 체제 면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이 대동소이한데, 구태여 눈에 띠는 차이점을 지적하라면 간본에서 인용출전에 해당하는 부분(즉, 希范曰, 潔古曰, …)에 묵개자를 넣어 백문으로 인출한 데 비해 사본에서는 그저 묵서로만 있는 그대로 적어놓고 대신 해당 문구에 ㄱ자 모양의 묵선을 둘러 표시해 놓은 점을 들 수 있을 정도이다.

  이 책과 관련해서는 진즉 이 코너에서 여러 가지 판본에 따라 관련 내용을 다양하게 조감해 본 바 있다. 주제별로 나누어 보자면 먼저 이 책의 10여종에 달하는 허준의 여러 가지 의학서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손을 댄 저작이라는 점에서 『纂圖方論脈訣集成』(23회 許浚의 처녀작, 2000.2.7.일자)을 조명하였고 또한 노래 부르듯 외우기 쉽고 성경처럼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纂圖脈訣』(130회 찬송가와 성경, 2002.10.28.), 또 허준의 학구적인 면모를 부각하여 『纂圖脈』(204회 書影 속에 비친 龜岩의 그림자, 2004.6.7)을 부감한 바 있다. 아울러 이 책과의 상관성을 갖고 있으며, 전구적인 작품으로 보이는 또 다른 허준의 맥결서로 새로 발견된 『圖註王叔和脈訣』을 ‘허준이 註釋한 太醫令의 眞訣’(238회, 2005.3.28.)이란 제목으로 실었으니 함께 살펴보길 바란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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