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 체질과 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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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체질과 유전
  • 승인 2021.08.1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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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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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32

8체질론에서는 창시자인 권도원 선생이 체질의 유전에 대해서 명확하게 해두었다.

1983년에 완성된 「화리(火理)」, 그리고 『빛과 소금』과 『자연의학』에 연재한 칼럼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였다.

생물의 자화와 태양의 상화의 유기관계가 자화의 우주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어, 이런 것들이 다 생물의 자화가 우주에서 각 생물의 제1대에 주어졌고, 또 이 같은 법으로 만대에 유전되어 간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논거가 되는 것이다. -「화리」1983. 10. 24.

8체질이 분명히 그 부모의 유전 - 『빛과 소금』1996년 2월호

체질은 부모의 어느 한쪽을 이어받게 됩니다. 아버지가 목양체질이고 어머니가 토양체질의 경우, 자녀는 아버지와 같은 목양체질이나 어머니와 같은 토양체질일 확률이 가장 높고, 가끔 목음체질이나 토음체질이 될 경우도 있습니다만, 절대로 금양, 금음 혹은 수양, 수음 등의 체질이 되지는 않습니다. - 『자연의학』 1997년 6월호

권도원 선생이 1999년 10월 28일에 연세대학교 송암관에서 했던 강연 내용을, 1999년 12월에 『동방학지(東方學志)』 제106집에 실은 「8체질의학론 개요」까지 꾸준하게 8체질의 유전에 대하여 말하였다.

체질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말할 것도 없이 그 답은 선천적이라는 것이며 그 부모의 두 체질 중의 하나를 닮는 유전인 것입니다.

If this is the case, are constitutions hereditary or acquired? Without doubt, they are hereditary. There is a gene that is modeled after the constitution of one of the two parents.

권도원 선생은 금양체질(Pul.)이고 부인은 토양체질(Pan.)이다. 슬하에 2남 2녀를 두었는데, 네 명에게서 토양체질, 금양체질, 토음체질(Gas.), 금음체질(Col.)이 모두 나왔다고 알려지고 있다. 권도원 선생 가계의 사례로 보더라도 8체질의 유전은 8체질이란 각각의 기질이 개별적으로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금.토.목.수(金.土.木.水)라는 성질이 유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체질의 근원은 사상(四象)인데 결국은 태소음양(太少陰陽)이라는 사상의 성질이 유전되는 것이다. 이로써 8체질론의 근거를 통해서 거꾸로 사상인도 유전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동무 공은 세 번 혼인했고 각 부인에게서 한 명씩 소생을 보았다. 정실 김씨에게서 아들 하나, 후실 김씨에게서 아들 하나, 마지막 김씨에게서 딸 하나를 두었다. 〈장서각 동무유고〉에는 두 아들에게 주는 「교자평생잠(敎子平生箴)」이 있다. 이 글에는 1882년 4월 18일(壬午年四月十八日)이라고 기록이 남아 있다.

첫 아들 용해(龍海 첫 이름 熊圭)는 소음인인데 용(勇)이라고 부른다. 둘째 아들 용수(龍水 첫 이름 龍岩)는 소양인이고 근(謹)이라고 부른다. 용(勇)에는 북돋는 의미가 근(謹)에는 경계(警戒)의 의미가 들어있는 것 같다.

그럼 사상의학에서는 유전을 어떻게 보는가. 1997년 4월에 나온, 전국 한의과대학의 사상의학 공통교재인 『사상의학』에는 ‘태소음양의 유전’에 관한 독립적인 챕터나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공식적인 규정이 없는 것이다. 사실 역대로 사상의학을 적용하는 임상의들의 유전에 관한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물론 유전이 ‘된다와 안 된다’로 크게 갈린다.

사상의학계에 이것을 공론화하지 못하는 무슨 속사정이 있는가. 나는 바로 「사단론」 10조에 기반을 둔 ‘사상인 장국의 형성 원리’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사상의학』에서는 “성정의 작용이 사상인의 장부대소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하였다. 즉, 성정의 작용이 사상인의 장부대소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원리의 핵심은 ‘애노희락이 폐비간신에 선행한다.’이다.

나는 사상의학계에서 내놓은 이 원리가 잘못되었음을, 2018년 7월 19일자 『민족의학신문』 1150호에 쓴 [사단론의 10조에 관하여]를 통해서 밝힌 바 있다. 사실 그렇게 길게 쓸 필요는 없었다. 오늘 여기에 쓰는 것처럼 유전을 말하면 간단하게 끝나는 논쟁이었다. 내 주장의 핵심은 선천적인 폐비간신의 구조로부터 애노희락이 발현되는 것이며, 사상인의 장기대소는 천품(天稟)이므로 그 원리를 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 주장이 뭐 새롭고 특별한 것도 아니고, 「사단론」 23조에 분명하게 ‘천품으로 이미 정해진 것은 진실로 가히 논할 바가 없다(天禀之已定固無可論).’고 명시되어 있다. 즉 사상의학계와 나의 주장이 상충되는 것은 「사단론」 10조와 「확충론」 1조를 보는 해석의 차이인 것이다. 동무 공은 천품을 다른 곳에서는 쓰지 않았다. 「사단론」의 23조에 집중적으로 세 번 나오는 것이 전부이다.(太少陰陽之臟局短長 陰陽之變化也 天禀之已定固無可論 天禀已定之外又有短長 而不全其天禀者則人事之修不修 而命之傾也不可不愼也)

동무 공은 유전이란 개념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천품을 통해서 바로 유전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상의학계가 태소음양의 유전을 인정한다면, 1970년에 학회를 출범시킨 이후로 거의 50년 이상을 내세웠던 ‘사상인 장국의 형성 원리’를 용도 폐기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사상의학계에서는 그런 고민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사실 『동의수세보원』 안에는 ‘천품’ 뿐만 아니라 유전에 관한 많은 시사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상인의 분포 비율과 생산의 문제다. 「사상인변증론」 1조에서 태양인은 1만 명 중에 서너 명으로 지극히 적다고 했다. 그리고 5조에서 태양인의 여성은 생산을 잘 하지 못한다(鮮能生産)고 했다. 한두정 선생은 7판에서 아예 생산을 못한다(不能生産)로 못을 박았다. 태양인 여성은 생산을 잘 하지 못하고, 태양인 여성을 제외하면 더 희소해지는 태양인 남성이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여성과 사이에서 태양인을 생산할 가능성은 더 줄어들게 된다. (동무 공은 첫 부인과 두 번째 부인에게서 각각 아들을 한 명씩 낳았지만 태양인은 없었다.) 동무 공이 만약 유전과 유사한 개념을 상정하지 않았다면 굳이 생산의 문제를 꺼낼 필요는 없다. 한두정 선생이 『상교현토 동의수세보원』에서 불능생산으로 고친 것은 스승이 가졌던 그런 뜻을 더 확고하게 하려는 조치였다고 본다. 즉 불능생산이야말로 유전에 대한 강력한 시사인 것이다.

그렇다고 사상의학계가 그동안 유전에 대해서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다.

조황성은 1998년에 『사상의학회지』에 실은 「사상체질과 유전학」에서 동시대를 살았던, 유전학을 주창한 멘델(1822~1884)과 사상인론을 창안한 이제마(1837~1900)를 비교하였다. 멘델의 법칙과 이제마의 사상인론은 “유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고 하였고, “유전적 입장에서 체질은 불변하고 선천적인 것이며 일생동안 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유전학에서 말하는, ‘생물이 갖는 신체적 특징의 개략으로 모든 개체의 유전자가 통합적으로 발현한 최종 결과이며 최종 생성물인 표현형’이란 사상인 변증에서 ‘외형적 조건’과 같다고 보았다. 그는 「사단론」 1조의 “人稟臟理 有四不同”을 체질이란 타고날 때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태소음양의 선천성을 규정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체질은 유전되고, 부모와 자손간의 유전에서 부모의 체질 외에 다른 체질은 발현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상체질 가계도를 작성하고, 가계 구성원의 생화학적 지표를 분석하고, 또 유전적인 인자를 조사하는 연구가 있다. 이를 통해서 사상인의 유전학적인 유사성과 차이점을 규명하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이것은 조사 대상이 되는 인물에 대한 체질감별이 정확해야 한다는 조건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검증할 것인가. 이것이 맹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특정한 모집단의 태소음양을 감별한 후에 혈액을 통해서 여러 가지 유전적인 지표를 분석하는 연구도 있다. 그런데 이런 연구에서 일부, (사상학계 내부에서도 신뢰도가 낮아진) QSCCⅡ 설문지를 이용하여 사상인 감별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연구의 핵심은 정확한 체질 진단에 의한 대상군의 설정이다.

재미있는 연구로는 1999년에 『사상체질의학회지』에 실린 「남자 음경과 여자 유방의 체질별 크기에 관한 연구」가 있었다. 연구자는 당시에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이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2005년에 「미래사회의 전망과 한국의 과학기술」이라는 보고서에서 “사상 또는 팔상 기질을 분석하는 유전자 분석법이 규명된다.”고 전망했다. 또한 사상의학에 근거한 체질진단기술 및 체질 맞춤약물 개발을 목표로 2006년 1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10년간 이제마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 과학기술부와 한의학연구원이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사상체질 진단기기와 사상체질의 생물학적 특성 연구, 체질약물 개발 및 실용화, 사상체질 정보은행 구축사업 등을 주요 사업계획으로 잡았었다. 그런데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과연 체질진단 부분에서 뚜렷하고 실효성 있는 결과물이 도출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권도원 선생도 체질감별을 위한 맥진기 개발에 연이어 실패한 이후에, 유전자 분석을 통한 체질감별법에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효한 결과를 얻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유전자에 대한 관심은 ‘체질은 유전된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사상의학』 교과서가 나온 지 이미 많은 시간이 경과했으니,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임상가에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개정판에서는 유전에 관한 명확한 견해와 규정이 들어가기를 바란다.

8체질의 유전이든 태소음양의 유전이든 체질의학에서 유전을 얘기할 때, 동무 공이 설정한 폐비간신의 폐와 간 그리고 비와 신이라는 길항구조는 아주 강력하다. 이것은 사상인의 용모와 성정, 생리와 병리, 병증과 용약에 이르기까지 사상인론과 사상의학 전체를 통할(統轄)하는 구조이다. 폐비간신이라는 구조는 동무 이제마 철학의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8체질론은 근본적으로 이것에 빚지고 있다.

 

※ 참고문헌

1) 권도원, 전통음식이 건강을 지켜준다『빛과 소금』1996년 2월호 두란노서원

2) 8체질의학 Q&A 『자연의학』 1997년 6월호

3) 권도원, 「화리」 『과학사상』 1999년 가을호 범양사

4) 송일병 외, 『四象醫學』 집문당 1997. 4. 10.

5) 조황성, 「사상체질과 유전학」 『사상의학회지』 1998.

6) 「8체질의학론 개요」 『東方學志』 제106집 연세대학교 한국학연구소 1999. 12.

7) 류제훈, 「남자 음경과 여자의 유방의 체질별 크기에 관한 연구」 『사상체질의학회지』 1999.

8) 이의주, 「사상인의 용모에 관한 문헌적 연구」 『사상체질의학회지』 2005.

9) 박은아, 「사상체질별 안면부 전체적 형태의 특징에 관한 연구」 『사상체질의학회지』 2008.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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