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어느날 우리집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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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어느날 우리집이 무너졌다
  • 승인 2021.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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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싱크홀
감독 : 김지훈출연 :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남다름
감독 : 김지훈
출연 :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남다름

누구나 한 번 쯤 차를 타고 가거나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멀쩡하던 땅이 푹 가라앉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봤을 것이다. 옛날에만 해도 ‘싱크홀’은 어느 먼 나라에서 발생한 세계 미스터리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뉴스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실제 상황이자 어느 순간 어떻게 발생할지 절대 감을 잡을 수 없는 매우 위험한 재난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법규를 지키고, 주의를 기울이면 사전에 사건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싱크홀은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 입성과 함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가장 동원(김성균)은 이사 첫날부터 프로 참견러 만수(차승원)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동원은 자가 취득을 기념하며 직장 동료들을 집들이에 초대하고, 술에 취한 김대리(이광수)와 인턴사원 은주(김혜준)는 동원 집에서 하룻밤 자게 된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순식간에 빌라 전체가 땅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다행히도 만수와 동원, 김대리, 은주는 생존하지만 지하 500m 싱크홀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영화 <싱크홀>은 어렵사리 마련한 내 집이 한 순간에 폭삭 무너져 내린다는 설정만으로도 요즘 우리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담으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평범한 일상이 재난 상황으로 바뀌며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싱크홀>은 현실 밀착형 소재로 인해 코로나19 4단계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여름 성수기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등 평소 코믹 연기를 능수능란하게 해 온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재난영화라고 해서 꼭 진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재난 상황에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으며 답답한 현실을 떠나고 싶어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웃픈 현실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5개월에 걸쳐 빌라와 각종 편의시설 등 총 20여 채의 건물을 지어 대규모 풀 세트를 제작하고, 지하 500m 지반의 모습을 담은 암벽세트까지 제작하는 등 리얼한 재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을 엿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싱크홀>은 좋은 재료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끌어나가는 이야기 측면에서 아쉬운 점을 보이며 안타깝게도 관객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채 애매한 재난 영화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재난 영화가 갖고 있는 요소들이 고루 등장하지만 눈물과 웃음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며, 결말로 갈수록 등장하는 상황들은 이미 수많은 재난 영화를 통해 눈이 높아진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본다. <7광구>와 <타워> 등 재난영화를 연출했던 김지훈 감독이 전작에서도 보여주었던 아쉬운 연출력이 <싱크홀>에서도 계속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엑시트> 이후 오랜만에 한국형 재난 영화의 맛을 보고 싶다면 한 번 쯤 볼만한 작품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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