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76> - 『小兒保鑑』② 
상태바
<고의서산책/ 976> - 『小兒保鑑』② 
  • 승인 2021.08.28 0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젖먹이 보살피는 典醫처방 麥橘飮

  전통의학으로부터 근현대 한의학으로 이행되던 시기에 소아과 영역이 전문화되면서 몇 가지 종류의 소아전문의서가 등장한다. 그중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小兒醫方』과 이 책 『小兒保鑑』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들 2종은 모두 구한말 전의이자 소아명의로 명성이 높았던 崔奎憲의 유작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 『소아보감』
 ◇ 『소아보감』

 최규헌은 1846년생(헌종12, 丙午)으로 자가 胤章, 호가 夢庵으로 일찍이 19세 때인 고종원년 甲子式年試 의과에 登第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의 집안은 누대로 의과를 거쳐 내의를 지낸 의관가계 출신으로 외가도 역시 대대로 外方醫를 지냈고 처가는 雲科 출신 집안으로 전형적인 중인가계끼리 通婚 양상을 보여준다.

  그의 주저로 알려진『소아의방』역시 ‘夢庵遺稿’란 부제가 달린 것으로 보아 저자 사후에 편집되어 발행된 것으로 보이는데, 1936년 李基榮, 李命七에 의해 처음 간행되었다. 묘하게도 같은 해 李承天에 의해 이 책이 발행되면서, 원저자는 같으나 내용이 서로 다른 두 책을 두고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있다. 하지만 아직 그 상관관계가 명료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다만 출판배경에 있어서 전자는 저자가 생전에 여러 차례 효과를 거둔 백발백중의 유효처방만을 모아두었던 것이 있었는데, 소아의방과 비방만을 秒錄해 둔 것을 입수하여 이들 두 사람(이기영, 이명칠)이 修輯譯出하여 펴내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저자 崔三登(소아명의 최규헌을 높여 부르는 아칭.) 사후에 기획 출판된 것이며, 그들이 평소 어떤 관계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후자는 서문에서 인근에 살고 있던 최규헌에게 자신이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오면서 모아둔 경험방을 재편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처방의 출처는 같으나 편집방식과 체제에 있어서는 판이하게 다르기에 동일 수평에서 진위여부를 논할 필요가 없다. 전자가 형식을 갖춘 형태라면, 후자는 그저 경험방을 분류 없이 배열한 것이라서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보면 좋을 듯하다.

  또 하나 두 책의 사이에 눈에 띠게 다른 점이 있다. 이 책이 순한문으로 작성한 처방 원문만을 수록한데 비해, 『소아의방』은 역자서문(몽암유고 小兒醫方原因)에 밝힌 바와 같이, 국한문을 혼용하여 기술한 번역문으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판권부나 서문의 저자표기에도 2인 공동의 ‘修輯譯出者’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책의 본문은 병증구분이나 게재순서 없이 처방 위주로 나열되어 있다. 乳滯靑便에 사용하는 麥芍飮, 麥橘飮, 苓芍湯으로부터 시작하여 신수를 보하고 비위를 조리하는 가미지황탕, 가미공신탕, 귀용군자탕에 이르기까지 280여수의 소아경험 처방이 등장한다. 전체 처방조문은 적지 않으나 동일 처방을 가감활용한 예가 많아 대개 기본방을 두고 1~2가지 약재만 가감하여 응용하였다.

  예컨대, 첫머리 유체청변에 투여한 맥귤음의 경우, 맥아, 귤피, 신곡, 지각, 사인, 목향 등을 주재로 이루어져 있다. 동일한 처방이 5례나 실려 있는데, 증상에 따라 곽향이나 향부자, 빈랑, 봉출, 황련 등의 약재를 가미하여 응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때론 膽抱 1환을 곁들였는데, 담포환은 이 책에는 명시되지 않았으나『소아의방』에 牛膽南星과 조구등을 주재로 한 膽星抱龍丸으로 보인다.

  위의 맥귤음은 같은 책의 뒤쪽, 체증과 외감내상동풍증에서도 몇 차례 더 등장한다. 외감증이 병발한 경우, 기본방에 건갈과 곽향, 시호, 황금과 같은 약재가 더 들어가고 여기에 덧붙여 부가재로 蔥白一本을 더 넣어 달이라 하였으니, 외감내상을 겸치하기 위해 내상약에 해기발산하고 청열식풍하는 약재를 더해 쓴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