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25] 한국적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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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25] 한국적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 승인 2004.11.0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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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에서 부는 인테리어 트렌드

서울 강남의 청담동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유행할 디자인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강남의 레스토랑이나 카페 혹은 한식과 일식 등의 식도락 공간에 연출되고 있는 디자인 스타일은 현재 대중적인 취향과 디자인 정신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디자인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풍(風)은 ‘오리엔탈리즘’ 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그것은 90년대에 유행하기 시작한 오리엔탈풍과 다른 바람입니다. 90년대는 장식을 최대한 절제한 일본풍의 미니멀한 ‘젠스타일’이었습니다. 선(禪)의 일본식 발음인 ‘젠’은 인테리어 분야에서 정결하고 고요한 느낌을 주는, 즉 미니멀에 가까울 정도로 절제되어 있는 이미지와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말합니다.
하지만 신 오리엔탈리즘은 일본만이 아닌 아랍, 인도권 스타일까지 불러오고, 우리 전통가옥 공간과 중국적인 문화까지도 불러와 그 영역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은 불확실한 시대에 대한 안정적인 과거의 전통, 복고풍의 영향, 퓨전문화, 멀티 컬처 같은 신종 문화양상들과 얽히면서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 바람의 진원지

지금 서구사회는 새로운 세기를 맞아 무언가 다른 변화의 물결을 찾기 위해 동양문화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자신들의 생활양식에 접목시킬 요소들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이러한 시도들은 곧 국내 디자이너들에 의해 다시 역수입되어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디자인을 유행시키고 있는 형세입니다.
서양에서 동양문화에 기대는 이면에는 불확실성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사회적 심리현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문화적 뿌리에는 존재의 불확실성과 상실감 등 극도의 불안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불안정성이 커진 현 시대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본질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그 대안으로 동양문명과 정신에 대한 이행과 회귀 형식으로 나온 것이 오리엔탈리즘입니다.
강남에서 유행하는 바람이 이렇듯 현대사회의 정체성 혼돈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무시하고, 그 현상만을 따라간다면 우스운 꼴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실내공간을 어떤 정신으로 설계하고, 어떤 형식으로 연출할 것인지가 결국 당대 사회와 사람들의 내면 상태를 반영해야 합니다.

■ 국내 디자인계의 혼돈

이러한 문제의식은 단지 기대에 그치고 있는 듯 합니다. 위에서 예를 든 청담동에서 선도되고 있는 디지인풍과 디자인 잡지나 서적에서 유행시키고 있는 경향성들을 보면 한결같이 서구디자인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식을 보지 않고 단지 현상만을 추종하는 느낌이라는 것입니다.
오리엔탈리즘은 서구 디자인을 모방하는데 익숙했던 국내 디자이너들에게는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혼란 가운데 나름대로 과거 형식을 빌려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 아랍과 인도 등 다양한 오리엔탈리즘 스타일을 표현하고 있고, 우리의 전통공간에 대한 표현 형식을 빌려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디자인 패턴은 공간해석에서 여지없이 천박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구적인 사고에 순치되어 자신을 돌아볼 시간과 연구할 기회를 갖지 못한 디자이너에게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화한 디자인을 연출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 혼돈을 벗어나는 요체는 실내공간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한 질문에 있습니다. 실내공간에 담길 궁극적인 바람은 실내공간과 관련된 인간의 삶과 문화 그리고 세상과 관련된 체계 속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단지 실내공간 안에서 대답을 찾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 우리 생활에 맞는 디자인

우리의 문화, 우리의 생활을 한 마디로 한다면 한국적이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적이란 무엇일까? 사실 가장 가까운 말인데도 표현하기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한국적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리기 힘들고, 이론적 진술을 했다 해도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됩니다.
어렵긴 해도 이러한 문제의식은 궁극적으로 한국적 공간미학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느냐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럴 때만 동양문명에 대한 서구적 관심에서 촉발된 오리엔탈 디자인에 대해 우리 전통을 계승한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나름대로 우리의 디자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서구 디자이너들이 열광했던 이웃 일본 디자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쿠라마타 시로(shiro kuramata)라는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든 의자<사진>를 보면서, 유럽의 많은 디자이너들이 “일본의 정원을 옮겨놓은 듯하다”라고 감탄을 했습니다. 그것이 가장 일본적인 것이라고 평가를 했고 그를 디자인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을 했습니다.
“Miss blanch”라는 이 의자는 1980년대에 아크릴재료 안에 종이장미를 넣어 만든 것입니다. 이 의자 이후 투명한 첨단재료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디자인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의 전통적인 문양이나 모습은 하나도 없지만, 그 안에는 일본정원과 꽃꽂이의 정지된 듯한 인공적인 아름다움과 투명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한 살아있는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처럼 한국적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도 한국의 문화전반에 걸친 질문과 맞닿아 있으며 구체적인 표현을 낳는 이미지의 추상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적 디자인(우리가 찾아야할 전통 내지는 한국성)은 우리 전통의 선이나 색 등을 끄집어내어 현대 디자인에 대입 절충하는 것이 아닙니다.

■ 디자인과 한국학의 만남

한국적이란 말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문화의 근원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통의 근원에 대한 해명이 없이 한국적이란 말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한국적 디자인은 우리의 민속과 생활문화 등의 측면에서도 동일한 가치를 지녀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있어서도 과거로부터 이어지되 현시대적 상황과 어울리고 앞으로의 상황도 충분히 예측해서 담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적이란 개념은 어떤 명분이 아닌,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것입니다. 우리의 옛집을 한옥이라 하고, 음식을 한식이라 하고, 입는 옷을 한복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 한국적인가?
돌아가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미래학자 존 네이스비트의 말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지역적으로 사고하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행동하라!” 그의 말은 글로벌 시대에 있어 그리고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문화와 디자인에 대한 한국적인 방향성을 찾는 길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재에 적용시킬 우수한 한국적인 미의 원형적인 가치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피상적 탐구를 넘어 이들에 내재된 사상과 정신 원리와 방법의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들 제 가치들을 규명하는데 한국적 조형의 특질을 형성시킨 지역적 특성 즉 한국의 풍토 사상 역사 문화 조형에 관한 종합적인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 한국적 디자인과 한의원

그렇다면 한의원이라는 실내디자인에 한국적 디자인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전장의 이미지 마케팅에서 말했듯이 ‘한의원다운 한의원 인테리어’는 단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인테리어의 경향성의 문제가 아니라, 웰빙과 맞물려 현대인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치유하는 편안한 치료문화공간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의원의 정체성은 비단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한의학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이고 형식(의료시설로서의 한의원 인테리어)과 내용(한의학)의 일치를 통해 양방과 차별화를 이루며 잃어버린 자신과 한의학 시장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한의원을 한국적 디자인이라는 관점으로 설계하는 일은 한의원을 치료공간으로 설계하고 시공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한의원인테리어의 기저에 있어야 할 가치입니다. 그처럼 치료공간이 되기 위해 주거 공간이 갖는 전통적인 관점을 계승한 디자인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기운을 고려하고,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을 중심으로 고려하는 한의원다운 실내디자인이 가능합니다. <계속>

김 도 환
(주)아반프러스 대표
02)323-5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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