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학, 건강과 의료에 대해 통합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부하는 것 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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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학, 건강과 의료에 대해 통합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부하는 것 흥미“
  • 승인 2021.08.2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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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인터뷰: 하버드 보건대학원에 진학한 김수련 한의사

”해외에는 다양하고 유망한 전공 많고 생각보다 벽이 높지 않아…많은 이들 도전했으면.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원에 진학해 역학을 세부 전공으로 공부하려고 최근 미국 보스턴에 도착한 김수련 한의사. 그는 연구와 임상을 모두 경험해본 바, 연구가 더 적성에 맞는 것을 느껴 해외 대학원 진학을 택했다고 한다. 김수련 한의사에게 떠나게 된 계기와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략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상지한의대에 2008년에 입학해 2014년에 졸업했다. 졸업 후, 연구를 해보고 싶어 상지대 한의대 진단학 교실 남동현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진단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전일제 연구원으로 일했다.

한의학 석사 학위 취득 후에는, 임상 진료를 해보고 싶어 한의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등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유학을 결심하고 2019년 초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1년 가까이 되는 준비 기간을 거쳐 합격 통보를 받았으나, 코로나19로 입학을 1년 연기하게 됐고 올해 8월부터 하버드 보건 대학원(Harvard T.H.Chan School of Public Health)에서 보건학 석사 과정(Master’s of Public Health, MPH)을 시작하게 됐다.

 

▶한의대에 입학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한의학에 대한 관심도 물론 있었지만, 직업적 안정성을 우선으로 해 진학하게 됐다. 한의사가 되면 적어도 먹고 사는 문제는 걱정이 없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스무 살 때 했던 생각이지만 실제로 임상 진료 외에 다른 길을 모색할 때 한의사 면허증이 주는 안정감이 크다.

그러나 이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임상 진료 외에 다른 길을 가려고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왜 그 좋은 한의사 안하냐?”라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임상 한의사와 연구직의 경제적 수입의 격차가 상당하다. 한의사는 선택권이 있다 보니 오히려 고민의 여지가 많아지고 다른 진로에 대한 절박함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연구와 임상을 모두 해봤을 때, 연구가 더 적성에 맞는 것을 느껴 해외 대학원을 가고자 하게 됐다.

 

▶미국행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의대에서 공부 할 때 ‘왜?’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수업이 진행이 안되고 학업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질문과 고민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하고 싶은 갈망이 늘 마음 한 편에 있었다.

또, 한의대 대학원에 다닐 때 체계적 문헌고찰, 임상 시험, 의료 기기 개발 등 여러 종류의 연구를 수행해보았는데 어떤 형태의 연구든 통계학이 중요했다. 그래서 MPH 과정 중 역학과 보건 통계학(Quantitative Methods)을 세부 전공으로 진학하게 되었다.

 

▶다른 학교도 동시에 합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왜 하버드 MPH과정을 택했나.

한의대에 뛰어난 교수님과 학생들이 많지만, 지방에 있는 한의대는 서울에 있는 대학보다 학업 환경이나 연구 환경 등이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프라가 잘 갖춰진 환경에서 공부해보고 싶어 하버드를 선택하게 되었다. 하버드 학비가 비싼 편이라 재정적 문제로 고민하기도 했지만, 오래 준비한 만큼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었다.

 

▶MPH 과정에 흥미를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본과 2학년 때 예방 의학을 공부하면서 건강과 의료에 대해 통합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부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또 대학생 해외 봉사, 은행 대학생 서포터, 교지 편집부, 의료 봉사 활동 등 여러 가지 대외 활동을 했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상을 보는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다.

보건학 공부 결심에 큰 영향을 끼친 두 가지 경험을 뽑자면 교육 봉사 활동과 인도 해외 의료 봉사였다. 학부 때 저소득층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튜터링 활동을 잠깐 했었는데, 당시 내가 유료 과외로 가르치던 학생들과 학업 격차가 상당했다. 경제적 불평등과 교육 수준, 더 나아가 삶의 질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졸업 후에는 열린 의사회라는 의료봉사 단체에서 활동했는데, 해외 의료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인도 남부의 한 시골에 있는 병원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했는데, 의료 시설 수준이 많이 낙후된 것을 보았다. 그리고 준비해간 약이 부족해서 봉사 마지막 날 수백 명이 넘는 사람이 약을 달라고 아우성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명하다.

한국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의료봉사를 해봤기 때문에 국가의 경제력과 의료 시스템에 의한 격차가 더 뚜렷이 보였다. 건강과 질병에 대해 임상 진료를 넘어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할 필요성을 느껴 보건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미국 유학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GRE 시험 점수와 TOEFL 시험 점수, 자기소개서에 해당하는 SOP, 이력서인 CV, 추천서 (일반적으로 3부)가 필요하다.

모든 과정 하나 하나가 처음 해보는 것이라 어려웠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것을 꼽자면 GRE 시험이었는데, 미국 유학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다. 특히 GRE시험의 3가지 영역 중 Verbal 영역은 영어로 된 수능 국어 시험 이상의 난이도로 느껴졌다. 요양 병원에 근무 하면서 시험 준비를 했는데,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한 단계 한 단계 해 나아 갈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하게도 도움을 주신 분들이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은사님이신 남동현 교수님께서 가장 큰 도움을 주셨다. 또한, 배선재 박사님, 김재균 박사님, 윤형준 선생님 등 성공적으로 해외에서 활약하신 분들을 인터뷰한 민족의학신문의 기사들도 최대한 찾아보고 여러 번 읽었다. 해외에 진출한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기사 하나하나가 소중한 자료였다.

 

▶해외에서 학위를 밟으려고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할 점이 있다면.

나는 보건학에 관심이 있어서 MPH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보건학 학위 외에도 다양한 전공을 모색하길 바란다. 유학 준비를 위해 영어 학원에 다니며 유학 준비생들을 많이 만났는데, 해외에는 다양하고 유망한 전공이 많고 생각보다 유학의 벽이 높지 않은 것을 느꼈다.

미국은 박사 과정의 경우 대부분 생활비와 학비를 모두 주고, 꼭 아이비리그(Ivy League)가 아니라도 각 분야의 훌륭한 학교들이 많다.

가장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해외 대학원 지원 시에 한의대 출신을 MD로 인정할지 여부에 대해 의심하거나 일부러 확인하려고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내 경우 하버드, 존스홉킨스, 컬럼비아, 에모리, 예일, 미시건 주립대 등과 캐나다의 토론토대, 영국의 LSHTM(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을 포함하여 보건학 석사 과정에 총 17 곳에 지원했다. 그 중 15 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는데, MD 출신이나 5년 이상의 경력자가 지원 가능한 1년 단기 프로그램 대다수에 합격했다.

CV에 보건복지부로 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받은 의료인임을 어필한 것이 주요했던 것 같다. 아직 한의사가 해외 대학원에 진학한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각 개인이 의료인으로 당당하게 포지셔닝(positioning) 함으로써 첫걸음을 잘 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앞으로 계획을 말해 달라.

먼 미래보단, 가까운 미래부터 생각하려고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학교 공부와 학교생활에 충실하려고 한다. 외고 출신도 아니고,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영어가 능숙하지 않다. 학업 과정에 어려움이 많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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