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정보] 강병수 교수의 본초이야기15 - 연과 반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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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정보] 강병수 교수의 본초이야기15 - 연과 반야월
  • 승인 2004.11.0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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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병 수 (동국대 한의대 명예교수)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동대구 인터체인지를 지나면 고속도로 좌우편과 금호강 일대에 연꽃밭이 즐비하고 정갈한 분홍빛 연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지역 일대를 흔히들 반야월(半夜月)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이 그 유명한 반야월 연근단지다. 행정 구역상 대구광역시 동구 안심, 사복, 금강, 대림동에 속한다.
지난달 30일에는 첫 반야월 연근축제가 대구지하철 1호선 안심(安心)차량기지 인근에서 열려 연근요리법과 시식회, 연근캐기, 습지견학 등 행사들이 열렸다.

재배면적은 약 95ha로 연간 3천톤을 생산한다고 한다. 고려 때 왕건(王建)이 공산(公山)전투에서 견훤에게 패하여 자기 군대를 수습하지 못하고 해산하여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에서 왕건 혼자 동쪽으로 가던 중 주변 곳곳에서 왕건을 잡으라는 소리가 들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정신없이 도망가다가 피신하여 쉬게 되었다. 마음을 다시 수습하고 길을 가는데 어두운 밤길을 달빛이 밝혀주는 것을 보고 하늘을 쳐다보니 그 달 모양이 반달이었다고 하여 후일 이곳을 반야월(半夜月)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다고 한다. 왕건은 여기서 동쪽으로 길을 재촉하여 가다가 보니 적군의 말소리와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 다시 앉아 쉬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 지역이라고 하여 안심(安心)이란 지명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 주변의 금호강변과 국도 주변에는 늪지대가 많아 오래전부터 토종연(중국 전래)이 자생하였다고 한다. 안심(安心)지역 연 작업반장 이복희 씨의 증언에 의하면 약 50년 전부터 왜연(일본연)을 심기 시작하여 번창하였으며 현재 전국 생산량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토종연은 왜연에 비하여 꽃 색깔이 더 짙고 뿌리(근경)가 길고 가늘다. 왜연 뿌리는 마디가 짧고 굵은 근경을 갖고 있는데 맛은 토종연이 더 좋다고 한다. 하지만 연뿌리의 생산량이 많아 일본연을 재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토종연은 늪지에 샘이 솟는 자리에 자생하며 그 붉은 자태가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아 사진을 찍는다.

안심지역과 더불어 또 하나의 대표적 연꽃단지는 전남 무안군 일로읍의 회산(回山)백련지다. 10만평 규모의 동양최대 백련자생지로 지난 8월에는 제8회 무안백련대축제가 열렸다. 이밖에도 전국에는 10여 종의 지역 또는 사찰 단위 연꽃축제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蓮)의 원산지는 인도와 이집트로 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중국으로부터 오래전부터 유입되었다고 이해된다. 상주(尙州)에 삼한(三韓)시대에 축조된 공갈못 저수지에 연꽃이 피어 장관을 이루었다고 상산지(商山誌)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불교 전래 이전부터 들어와 있었고 불교가 융성한 시기에는 연에 관한 지식과 재식이 널리 활발하게 보급되었다고 생각된다. 연(蓮)에는 약 100여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주로 조선연이나 중국의 백화연, 천왕연 등의 종류가 있다.

요즘 약용과 식용으로 쓰는 연(蓮 Nelumbo nucifera GAERTN)은 수련과에 속하는 다년생 수생초본인 연꽃이다. 이 종류에는 붉은 꽃과 흰 꽃이 피는 두 종이 있다. 붉은 꽃이 피는 대표적인 왜연 생산지는 안심(安心)이고 전남 무안의 회산백련지는 흰 연꽃 산지라 하겠다.

이 식물은 수질을 정화시키는 작용이 있고, 근경의 단면을 자르면 7~9개의 둥근 구경이 있는데 그 관은 연뿌리에서부터 잎자루와 잎의 가장자리까지 연관되어 있다. 물이 주위에 찰 때 잎자루가 잠기지 않고 곧게 세워져 오염된 물에서도 대기 중에 맑은 산소를 흡수하여 썩지 않고 싱싱하게 생존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이 연꽃은 진흙탕 속에서도 뿌리를 내려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러운 물을 맑게 하고 청아(淸雅)하고 아름다운 붉은 꽃을 피워 향기도 발산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마치 인간 사회가 혼탁한 중생세계에 보살이 같이 살면서 탐욕과 시기의 세간에 물들지 않고 중생의 마음을 구제하려는 보살행의 상징적 표현이 담겨져 있다고 하여 불교의 꽃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연꽃은 특히 매화나 복숭아처럼 꽃이 먼저 피고 떨어진 다음 열매를 맺거나 또는 오이나 참외처럼 열매를 맺고 난 다음 꽃이 피는 경우와 달리 연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피고 열매를 갖기 때문에 옛 사람들이 이을 연자(連字)를 넣어 연꽃을 연화(蓮花)라 하고 그 씨를 연자(蓮子)라고 했다. 또 그 뿌리를 우(藕)라고 하는데 우(藕)란 연이 자라나는 진흙 밭을 갈아 경작한다는 의미로 그 뿌리를 우근(藕根)이라고 한다. <다음회는 연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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