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계지가작약탕, 계지가작약대황탕, 소건중탕 – 한방 소화관 진경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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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계지가작약탕, 계지가작약대황탕, 소건중탕 – 한방 소화관 진경제①
  • 승인 2021.09.03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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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42)
권승원 /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전형증례>

35세 남성. 마른체형.

변비와 설사를 교대로 반복하는 소화기증상이 있어 한의원에 내원했다. 평소 소화기가 약하다고 느끼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험기간만 되면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데, 최근 직장을 옮겨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다시 증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요 며칠 간은 회의 도중에도 복부불편감을 느껴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등 업무에도 지장이 생겼다고 한다. 복부 진찰을 해보니 복부가 전반적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상기 호소를 교대형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진단하고, 평소 위장이 약하고 스트레스가 유발요인이라는 점, 복부진찰 소견을 참고하여 A 엑스제를 1일 3회 투약했다.

2주 뒤, 경과관찰을 위해 내원했다. 복약 5일차부터 증상이 경감되었고, 2일 전부터는 직장을 옮기기 전과 같이 복부상태가 편해졌다고 한다. 지금은 편하지만, 추후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증상이 생길까 두렵다고 하여, A 엑스제를 증상 재발 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처방해두기로 하였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계지가작약탕(桂枝加芍藥湯)이다. 계지가작약탕은 중국 한대(漢代) 『상한론(傷寒論)』에 처음 등장한 처방으로 당시에는 급성 발열성 질환에 대한 오치(誤治)의 결과 발생한 소화기증상에 활용하는 처방이었다. 이후 각종 소화기증상에 대한 적용이 시도되었고, 최근에는 위 증례와 마찬가지로 교대형 과민성대장증후군에 가장 먼저 활용을 생각해볼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하였다. 이번 편에서는 이러한 계지가작약탕과 함께, 통상 계지가작약탕 유방(類方)으로 불리는 계지가작약대황탕, 소건중탕의 활용 발전사와 CPG 속 모습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계지가작약탕, 계지가작약대황탕, 소건중탕 개요

(계지가작약탕)

구성약물: 계피, 작약, 생강, 대조, 감초

효능효과: 복부팽만감이 있는 다음 증상: 무지근한배, 복통 (일본 내 허가사항)

 

(계지가작약대황탕)

구성약물: 계피, 작약, 생강, 대조, 감초, 대황

효능효과: 체력 중등도 이하, 복부팽만감, 복통이 있고, 변비가 있는 다음 증상: 변비, 무지근한배 (일본 내 허가사항)

 

(소건중탕)

구성약물: 계피, 작약, 생강, 대조, 감초, 교이

효능효과: 체력 허약, 쉽게 피로하고 복통이 있으며, 혈색이 좋지 않고 때때로 두근거림, 손발 번열감, 냉증, 도한, 빈뇨 및 다뇨 등을 동반한 다음 증상: 소아허약체질, 피로권태, 만성위장염, 복통, 신경질, 소아야뇨증 (일본 내 허가사항)

 

계지가작약탕, 계지가작약대황탕, 소건중탕 활용의 발전사

이 세 처방은 그 구성의 유사성 때문에 계지가작약탕 유방으로 불리며, 모두 중국 한대의 『상한론』과 『금궤요략(金匱要略)』, 곧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을 원전으로 한다. 먼저, 계지가작약탕에 대해 살펴보면, 『상한론』 태음병편에 “태양병에 하법(下法)을 사용한 뒤, 복부팽만감이 있고, 때때로 배가 아픈 경우를 치료한다”고 하여, 오치(誤治)에 따라 발생한 복부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다. 곧, 사하법(瀉下法)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태양병), 사하법을 사용하여 오히려 소화관 연동운동이 항진되었고, 그 결과 과긴장에 따른 경련의 결과로 복부팽만 또는 복통이 일어난 경우에 사용하도록 권고된 것이다. 오치가 일어난 상황이 태양병 상태였기 때문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태양병도 함께 고려하여 계지가작약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계지가작약대황탕의 첫 등장도 동일한 조문이다. 다만,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원전인 『상한론』에서의 명칭은 ‘계지가대황탕’이라는 점이다. 이 명칭 때문에 본 처방이 계지탕 + 대황일지 계지가작약탕 + 대황일지에 대한 논쟁은 있으나, 일단 현대에는 대부분 계지가작약탕 + 대황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관련 제제약 역시 이 조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상한론』으로 돌아오면, 위에서 언급한 조문에 바로 이어 “(계지가작약탕을 사용해야 할 상황에서) 대실통(大實痛)”할 때, 계지가작약대황탕을 사용하는 것으로 권고했는데, 이는 오치 이후 발생한 소화관 이상에 계지가작약탕의 효능 외에 대황의 사하작용, 소염작용이 함께 필요한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상한론』 이후, 대부분의 서적에서는 위의 사용법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관련 병리기전에 대한 다각적 해설을 수록했다. 그러던 중, 일본의 후루야 치하쿠가 저술한 『고방괄요(古方括要)』에는 계지가작약탕과 계지가작약대황탕의 매우 다양한 증상과 질환에 대한 활용법이 처음 수록된다. 먼저, 이질(痢疾) 문에서는 “적리(赤利), 소복통(少腹痛)하며 발열, 두통이 있고, 소화되지 않은 음식을 그대로 배설하는 설사”에 계지가작약탕을 사용할 수 언급했는데, 이 외 다음 각 문에서는 계지가작약탕과 계지가작약대황탕을 비교하며 제시하고 있다. 복통문에서는 “때때로 복통하며 대변이 무른 경우, 계지가작약탕”, “때때로 복통하며 대변을 보지 못하는 경우, 계지가작약대황탕” 이라고 했으며, 소아과 경풍(驚風)문에서는 “소아가 야제하며, 대변이 무르고 대변이 늘어난 경우, 계지가작약탕”, “소아가 야제하며, 대변이 단단하고 줄어든 경우, 계지가작약대황탕”, 두(痘)문에서는 “계지탕증이면서 복통, 자리하는 경우 계지가작약탕”, “계지탕증이면서 대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 계지가작약대황탕”, 마지막으로 외과 둔옹(臋癰)문에서는 “둔부 화농성질환에 복부가 팽만하고 대변은 무르면서, 간혹 토하는 자, 계지가작약탕”, “둔부 화농성질환 초기, 발적종창 및 통증이 있으며, 마치 돌같이 굳어진 듯 하고, 대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 계지가작약대황탕”이라 언급하며 대변상태에 따라 두 처방을 감별하여 사용할 수 있음을 제안했다.

이후 아라키 쇼지는 『고방약낭(古方藥囊)』에서 계지가작약탕의 적응증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감기 등으로 배가 부르고 아픈 경우, 혹은 단지 배만 부른 경우, 냉증이 있으면서 배가 부르고 아픈 경우, 치핵통증이 심한 경우, 평소 변비가 있어 사하제를 남용한 경우”에 계지가작약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내용 중 특히, 사하제를 사용하여 배변해도 깨끗한 느낌이 들지 않아 불쾌감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은 ‘평상 시 변비약을 많이 복용했지만 불쾌감이 남는 사람’에게 적용해 볼만한 내용이 아닌가 싶다.

이후, 근현대 일본의 한방의학자인 야마모토 이와오는 『동의잡록(東醫雜錄)』에서 계지가작약탕과 계지가작약대황탕의 『상한론』 조문에 대한 해설을 하면서 최초로 “경련성 복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 처방 적응증의 병태를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작약의 효능을 진통, 진경작용으로 규정했으며, 계지가작약탕을 그 작약의 효과가 강화된 처방인 것으로 해설했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계지가작약탕을 일종의 진경제로 규정했고, 계지탕 보다는 작약감초탕의 변방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병태인식을 바탕으로 적응증의 확대도 시도하여, 원래 한증(寒證)인 사람이 요관결석에 의한 산통발작을 보일 때 약간 한성(寒性)을 보이는 작약감초탕 보다 계지가작약탕을 활용할 수 있음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에 일본에서 나오는 각종 한방의학서적에는 이들 계지가작약탕 유방에 대해 “경련성 복통, 경련성 변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병태인식은 모두 이 야마모토 이와오의 의견에서 나온 것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마지막으로 소건중탕 사용의 발전사를 살펴본다. 소건중탕은 그 구성이 ‘계지가작약탕 + 교이’인 관계로 계지가작약탕 유방 중 하나로 불린다. 하지만, 비교적 근대 이전까지 소화관 이상에만 국한되어 활용되어 온 계지가작약탕과는 달리, 첫 등장부터 전신의 다양한 이상에 활용되어 왔는데, 그 키워드는 바로 “허로(虛勞)와 급박(急迫)”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건중탕의 원전 역시 『상한잡병론』이다. 『상한론』 태양병편에서는 “상한(傷寒)에 걸려 양맥색(陽脈嗇), 음맥현(陰脈弦)하며, 복중급통(腹中急痛)할 때” 사용하도록 권고하여, 복통에 사용했던 계지가작약탕과 그 활용범위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금궤요략』에서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먼저 혈비허로병맥증병치제육(血痺虛勞病脈證幷治第六)에서 “허로하며 리급(裏急), 두근거림, 코피, 복통, 몽정, 사지통증, 수족번열, 인후 및 구강건조한 경우”에 사용할 것 권고했으며, 황달병맥증병치제십오(黃疸病脈證幷治第十五)에서도 “남성의 황달이 소변자리(小便自利)하면 허로로 보아 소건중탕을 쓸 수 있다”고 했으며, 마지막으로 부인잡병맥증병치제이십이(婦人雜病脈證幷治第二十二)에서는 “부인 복중통(腹中痛)”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종합하면, 계지가작약탕의 급박(경련성)에 허로가 겸해진 경우, 그에 따른 각종 증상(두근거림, 출혈, 몽정, 통증, 번열감, 건조감, 황달, 여성의 생리통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던 것이다. 소건중탕은 그 시작부터 광범위한 적응증을 가져서였을까? 이후 후대에도 “허로+급박”라는 키워드를 유지하며, 그 명맥을 이어왔다.

이러한 처방 활용의 발전사와 현대에 들어 이루어진 증례보고의 집적, 실험연구의 결과가 종합되어 일본에서 2010년대 초반 출간된 각종 “영역별 EBM 한방처방 사용법 시리즈”에도 계지가작약탕 유방이 등장한다. “EBM에 근거한 소화기내과 영역 한방 사용법”에서는 계지가작약탕을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타나는 교대형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의 제1선택으로 제안했으며, “소아과 한방기본처방 제2판”에서는 소아 허약상태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소건중탕을 수록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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