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78> - 『治膳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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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78> - 『治膳方』② 
  • 승인 2021.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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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전통차와 건강음료에 우러난 역사

  이 치선방에는 시골살림에 없어서는 안 되는 반찬거리를 비롯해 각종 먹거리를 장만하는 방법이나 곡물이나 나물을 거두는 방법 뿐 만 아니라 여러 가지 과실을 오랫동안 간수하기 위한 收藏法에 관한 생활지식들이 다양하게 기재되어 있다. 지난 글에 이런 내용을 말하면서 상반되는 물성을 이용한 지혜를 깨닫게 되었다.

 ◇ 『치선방』
 ◇ 『치선방』

  지난 연재를 되돌아보니 홍만선이 지은 『山林經濟』에 대해서는 301~303회에 걸쳐 여러 차례 다룬 적이 있었다.(301회 전통시대의 생활과학, 2006.7.24일자, 302회 지식인의 건강지침, 동년 8.14일자, 303회 鄕村의 토산약초, 治藥方, 동년 8.21일자.)

  그리고 이와 아울러 태의원 의관을 지낸 柳重臨은 이 책을 토대로 조목을 세분하고 내용을 증보하여 펴낸 『增補山林經濟』를 펴냈는데 이에 대해서도 몇 회 소개한 바 있으니 함께 살펴보길 바란다.(304회 5대를 이어온 儒醫 가문의 가전경험, 2006.8.28.일자. 또 739회 2016.7.28일자와 740회 동년 8.4.일자 참조.)

  과일간수법에 이어 정과 만드는 법[蜜煎果子法]이 기재되어 있는데, 다양한 재료와 제조법이 적혀있어 다가올 추석상차림과 손님접대에 응용해 볼만하다. 정과에 사용하는 재료로는 주로 과일을 쓰는데, 白梅나 靑梅, 靑杏(풋살구), 복숭아, 앵도, 모과, 연근, 생강[煎薑], 동아[煎冬瓜]와 같은 재료 뿐 만 아니라 죽순[煎笋]이나 도라지[煎桔梗], 살구씨[酥杏仁] 같은 것까지 두루 쓰인다.

  이어 ‘차와 탕’조에서는 맨 먼저 차를 말리는 방법부터 등장하는데, 불에 쬐어 말려야지 햇볕에 말리면 못 쓴다고 전제한다. 여름날 가마솥에 수작업으로 일일이 찻잎을 덖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 차는 입을 가실 만하면 되지, 너무 많이 마시면 못 쓴다고 했는데, 비위가 냉한 체질에는 명심할 언급이다.

  또 물을 끓이는 법이나 차를 달이는 방법이 세밀하게 기술되어 있는데, 차를 자주 음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물의 종류를 가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찻물의 온도나 달이는 방식에 따라 우러나오는 차 맛이 예민하게 달라짐을 몸소 잘 느껴보았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조선 중기 문필가이자 고대 소설 『홍길동전』의 작자로 유명한 허균이 지은『한정록』의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물을 너무 끓이지 않아야 되니 지나치게 끓으면 너무 쓰다. 끓는 소리가 석간수나 솔바람소리 같아야 한다. 갑자기 끓으면 좋지 않으니, 익힐 때 불을 빼내어 잠깐 끓다가 그치도록 해야 알맞게 된다.”(민족문화추진회 역.) 그는 음식조리서『도문대작』을 남긴 조선의 미식가로 널리 오늘날에도 회자되는 인물이니 분명 까다로운 입맛을 거쳐 나온 煎茶法일 것이다.

  茶湯조에 등장하는 차의 종류로는 杞菊茶, 枸杞茶, 濕棗湯, 香蘇湯, 須問湯, 氷芝湯, 茴香湯, 杏酪湯, 鳳髓湯 등으로 다양하나 일일이 소개할 수 없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또 한의서에 기재되어 있는 궁중 解暑음료로 유명한 醍醐湯이 등장하는데, 『동의보감』이나『방약합편』에 기재된 것과는 재료와 제조법이 약간 다르다.

  또 측백 잎을 재료로 쓰는 栢湯, 차조기 잎을 쓰는 紫蘇湯, 모과살에 꿀을 재어 생강즙과 함께 갈아 만드는 木瓜漿, 오미자를 우려 콩즙과 함께 달인 五味渴水 등은 모두 여름철 더위를 삭일 수 있는 건강음료이자 순수 전통차로 널리 보급할 만한 것들이다.

  이러한 종류의 전통차나 음료 음용법들은 대개 元이나 明초기에 도입된 『居家必用』이나 『神隱志』같은 책을 통해서 한반도에 전해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장장 600년 이상 장기간 우리 겨레의 삶 속에서 함께 해온 전통식품이자 건강음료인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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