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락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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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경락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두 번째 이야기-
  • 승인 2021.09.1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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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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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쓴 한의학 이야기(16)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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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마을경희한의원

열순환

따뜻한 공기는 가벼워져서 상승하고 차가운 공기는 무거워져서 하강하는 순환을 열순환(thermal circulations)이라고 한다. 대기가 냉각되면 공기가 무거워져서 하강하기 때문에 지상에 공기입자가 많아지면서 고기압이 나타난다. 하지만 높은 고도에서는 공기가 희박해져서 오히려 저기압이 나타나게 된다. 반대로 대기가 가열되면 공기가 가벼워져서 상승하기 때문에 지상에는 공기가 희박해지면서 저기압이 나타나고 높은 고도에서는 공기입자가 많이 모이면서 고기압이 나타난다.(엄밀하게 말하자면 고도가 높아지면 기압이 낮아지지만, 여기서 고기압이라고 말한 것은 같은 고도를 기준으로 주변에 비해서 기압이 높다는 뜻이다.)

기압은 공기의 무게가 밀어내는 압력이라고 하였기 때문에 공기입자가 많으면 밀어내는 힘이 커져서 고기압이 나타나고, 공기입자가 적으면 밀어내는 힘이 작아져서 저기압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공기가 가열되면 지상에는 저기압이 나타나고 높은 고도에서는 고기압이 나타나며, 공기가 냉각되면 지상에서는 고기압이 나타나고 높은 고도에서는 저기압이 나타나게 된다.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불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추운 곳에서 더운 곳으로 불게 되고, 높은 고도에서는 더운 곳에서 추운 곳으로 불게 된다(그림 1).

그림1. 열순환
그림1. 열순환

 

○ 더운 곳에서는 공기가 상승하고 추운 곳에서는 공기가 하강한다.

○ 높은 고도에서는 더운 곳에서 추운 곳으로 바람이 불고, 지상에서는 추운 곳에서 더운 곳으로 바람이 분다.

 

필자의 가설

인체는 체중의 60%가 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인체를 하나의 수조라고 한다면 체액 역시도 열순환과 같은 모습의 대류현상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즉 인체 전면의 체액은 따뜻해지면서 위로 상승하게 되고 인체 후면의 체액은 차가워지면서 하강하게 된다. 횡격막 위에서는 상승한 체액이 인체의 전면에서 후면으로 이동하고, 횡격막 밑에서는 하강한 체액이 후면에서 전면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열순환과 똑같은 모양의 순환이 이루어지게 된다. 세포내액이나 혈장이 이런 움직임을 가지기는 힘들겠지만, 간질액이라면 충분히 이런 움직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인체 전면에서는 체액이 상승하고 후면에서는 체액이 하강한다.

○ 횡격막 위에서는 인체의 전면에서 후면으로 체액이 이동하고, 횡격막 밑에서는 인체의 후면에서 전면으로 체액이 이동한다.

 

장부와 압력

횡격막 위에서는 상승한 체액이 인체의 전면에서 후면으로 이동하고 횡격막 밑에서는 하강한 체액이 인체의 후면에서 전면으로 이동하기 위서는, 심장과 콩팥 주변에는 높은 압력이 존재하고 폐와 간 주변에는 낮은 압력이 존재할 경우 보다 용이할 것이다. 물 역시도 수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심장과 콩팥에는 높은 압력이 형성되는 반면에, 폐와 간에는 낮은 압력이 형성되며(그림2), 이러한 장부 내 압력은 주변 압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림2. 열순환과 경락 그리고 장부
그림2. 열순환과 경락 그리고 장부

 

심장은 지속적으로 혈액을 대동맥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대동맥의 평균압은 매우 높아서 약 100mmHg 정도이다. 또 심장에 의한 펌프질이 박동적이기 때문에 동맥압은 수축기압인 120mmHg와 확장기압인 80mmHg 사이에서 움직인다. 그리고 콩팥동맥압은 전신 동맥압과 같으며 콩팥정맥압은 약 3~4mmHg여서 콩팥 내부에도 높은 압력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폐순환계는 폐동맥의 압력이 15~20mmHg 정도이고 좌심방의 압력이 5mmHg 이하로 폐순환을 거치는 동안에 10~15mmHg 정도의 압력만 소모된다. 체순환계가 고압혈관계라면 폐순환은 저압혈관계이다. 간의 1/4는 간동맥을 통해서 3/4는 문맥을 통해서 혈류를 공급받고 있는데, 간으로 흘러드는 문맥의 압력은 평균 약 9mmHg이고, 간에서 대정맥으로 흘러가는 간정맥의 압력은 거의 0mmHg이다.

이러한 장부의 압력은 위와 같은 체액이동의 존재를 보다 더 강하게 암시한다고 생각된다. 만약에 이러한 체액이동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고대인들이 그려놓은 경락의 그림 또한 더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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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적 개념에 대한 자문을 해주신 황남주 선생님(서울대 물리학과 학사,석사/원광대 한의학과 학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 유학영 과장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참고문헌 1) 김기환∙김 전 저, 인체생리학, 의학문화사, 2008. 2) 의학계열 교수 32인 공역, Guyton and Hall 의학생리학 12판, 범문에듀케이션, 2017. 3) 한국기상학회 저, 알기 쉬운 대기과학, 시그마프레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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