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의사의 눈으로 본 간호사의 감정노동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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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의사의 눈으로 본 간호사의 감정노동 문제
  • 승인 2021.10.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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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찬영

권찬영

mjmedi@mjmedi.com


권찬영
동의한의대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필자는 금년 5월에 본지 기고문인 <한방병원 근무 간호직의 정신건강 개선을 위한 한의계의 관심 필요하다>에서 간호사의 정신건강, 특히 직무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해 한의계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논지의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한의사와 간호사는 환자의 질병 치유 뿐 아니라 안녕, 행복, 건강 유지를 위해 긴밀하게 협업하는 관계로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통해 결과적으로 환자에게도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최근 필자는 동의대학교 인공지능그랜드ICT연구센터(지원기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과제의 후속연구로서, 부산 동의의료원에 근무하는 간호직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평가하는 횡단면 연구를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21).

https://www.mdpi.com/1660-4601/18/19/10111/htm

이 연구에는 117명의 간호직 근로자가 참여했는데,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 대상자들은 평균적으로 중간에서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과 소진에 처해있고, 23%가 최근 6개월 이내에 의료오류를 경험했다. 그리고 직위에 따라 평간호사는 책임간호사에 비해 업무와 관련된 소진 또는 고객(환자)과 관련된 소진을 더 크게 경험하는 반면, 책임간호사는 직무중심 감정노동을 더 크게 경험하고 있었다. 또, 평간호사는 상대적으로 더 자주 의료오류를 경험한다면, 책임간호사는 더 큰 수준의 이직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평간호사는 간호의 최전선에서 다양한 환자들과 상호작용하면서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소진 및 의료오류와 관련될 수 있는 반면, 책임간호사는 상대적으로 더 까다롭거나 더 중요한 환자와 상호작용하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 및 이직의도와 관련될 수 있는 것으로 필자는 해석하였다.

다중회귀분석 결과, 감정노동은 간호직의 이직의도와 고객 관련 소진을 설명하는 유의한 요인이었는데, 이직의도는 직무중심 감정노동과 관련이 있었고, 고객 관련 소진은 직원중심 감정노동과 관련이 있었다. 쉽게 설명하면, 환자와 빈번하게 상호작용해야 하고, 주의해야 하며, 감정의 부조화를 경험해야 하는 것(직무중심 감정노동)은 높은 이직의도를 설명하는 요인이었고, 환자에게 전달하는 감정표현을 본심과 다르게 긍정적으로 표현하거나, 마치 긍정적으로 느끼는 것처럼 본인을 속이는 것(직원중심 감정노동)은 고객 관련 소진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이다.

함께 같은 의료기관에서 일을 하며 환자의 질병 치료와 건강 회복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갖는 팀의 구성원으로서 간호직이 그들의 정신건강을 유지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직장 환경을 만드는데 한의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정신건강과 안녕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의료오류나 이직의도 감소 등을 통해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도, 그리고 의료기관 운영의 효율성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아마 일선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이미 많은 원장님들이 경험하고 계신 것처럼, 따뜻하고 헌신적이며 친절한 간호사의 환자 응대가 환자의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고, 그것이 의료기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뿐 아니라 나아가 더 좋은 치료 결과로도 이어진다는 것을 감안할 때, 간호사의 정신건강은 한의사들도 분명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임에 틀림없다.

금번 설문조사 결과는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 간호직에 국한한 것으로 다른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쉽게 일반화하는 것은 어렵겠으나, 간호직의 이직의도나 소진에 감정노동이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은 굳이 연구로 입증된 것이 아니더라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한의사이자 때로는 의료기관의 경영자로서 간호직의 감정노동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전략은 크게 2가지로 제시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감정노동의 경험을 최소화하는 근무환경을 구축하는 것으로써, 간호사 역시 소중한 인격체임을 강조하는 문구를 원내에 부착하거나 불필요하게 잦은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줄이는 것(예를 들어, 정보통신기술(ICT)을 사용한 예약 또는 예약 변경 시스템 도입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간호직의 감정노동과 관련한 회복력(resilience)을 향상시키는 것으로써, 필자가 본지에 기고했던 또 다른 기고문인 <따듯하고 편안한 한의원 만들기: 심신요법을 활용한 ‘마음 리모델링’>처럼 심신요법을 활용하여 한의원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심신요법 활동에 참여하거나, 손사막 선생님의 대의정성(大醫精誠)을 읽으며 환자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일부 원장님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것처럼, 대의정성 읽기이나 자애명상, 자비명상과 같은 방법을 통해 간호사를 비롯한 한의원 직원들이 감정노동이나 소진을 견뎌낼 수 있는 자애로운 마음을 진료 전이나 진료 시간 사이에 일깨울 수 있는 활동을 한의원의 운영에 포함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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