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련해독탕– 감염 시 정신착란에 대한 처방에서 신체와 정신의 흥분을 모두 아우르는 팔방미인으로 발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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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련해독탕– 감염 시 정신착란에 대한 처방에서 신체와 정신의 흥분을 모두 아우르는 팔방미인으로 발전!①
  • 승인 2021.10.1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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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44)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전형증례>

76세 남성. 172cm, 81kg, 근육과 골격이 튼튼한 타입

3개월 전 발생한 뇌경색으로 좌반신소력이 지속되어 지팡이를 이용하여 보행하는 환자로 현재 좌반신소력에 대한 침구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외래에 내원하는 환자이다. 봄이 되면서 따뜻해지니 운동하기 편해져 좋은데, 최근 피부가려움이 야간이면 심하여 잠을 자기 어렵다고 한다. 피부를 살펴보니 특별한 발진은 확인되지 않으며, 수면시간에 긁어 발생한 소파자국이 양쪽 팔 여기저기에서 확인된다.

대소변 이상이 없고, 식사와 소화에도 큰 이상이 없으며, 평소 근육과 골격이 튼튼한 타입이었다는 점, 가려움이 심하면 잠시 방문을 열어두는데, 그래도 선선한 밤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오면 가려움이 조금은 진정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A 엑스제를 저녁 식후 2시간에 2포씩 복용하도록 처방했다.

그 다음 주 정규 침구치료를 위해 내원했다. A 엑스제를 복용한 뒤, 이틀 째부터 가려움이 경감되기 시작했고, 3일 전부터는 전혀 가렵지 않아 잠을 잘 이룬다고 했다. 환자는 혹시 모르니 7일분만 처방을 해줄 것을 원하여, 가려울 때만 복용하라는 지시를 한 뒤 7일분을 추가 처방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이다. 황련해독탕은 중국 남북조시대에 출간된 처방서 『주후백일방(肘後百一方)』에 처음 등장한 처방으로 당시에는 감염상태가 지속되다가 발생한 정신착란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다. 이후 감염상태를 기본으로 한 적응증의 확대를 이어오다가, 현대에 이르러서는 흥분과 충혈을 동반한 정신신경증상, 신체증상 모두에 활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그 활용의 폭이 넓어졌다.

 

황련해독탕 개요

구성약물: 황련, 황금, 황백, 산치자

효능효과: 체력중등도 이상이면서 상열경향이며 안색이 붉고, 초조해하며 안정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경우의 다음 증상: 코피, 불면, 신경증, 위염, 숙취, 혈도증(血道症), 어지럼, 두근거림, 갱년기장애, 습진 및 피부염, 피부가려움, 구내염 (일본 내 허가사항)

 

황련해독탕 활용의 발전사

 황련해독탕의 첫 등장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후백일방』에 기록되어 있다. 『주후백일방』은 3세기경 중국 진(晉)의 갈홍(葛洪)이 편찬한 방서(方書)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에 중국 남북조시대에 활약한 도홍경(陶弘景, 456 ~ 536)이 101처방을 보완하여 출간한 처방서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감염질환 후 발생한 정신착란 상태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시되었는데, ‘치상한시기온병방(治傷寒時氣溫病方)’ 항목에 “감염질환이 발생한지 6~7일이 지나 열이 극에 달하고 심하번민(心下煩悶)하며 미친소리를 하면서 귀신을 본 듯하고, 일어나 달려가려는”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황련, 황백, 황금, 치자’로 구성된 조합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이 서적에서는 ‘황련해독탕’이라는 처방명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그 구성내역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는 황련해독탕이 분명하다.

 황련해독탕이라는 처방명은 752년 중국 당(唐)의 왕도(王燾)가 출간한 『외대비요(外臺秘要)』에 처음 등장한다. 그래서 많은 서적에서는 『외대비요』를 황련해독탕의 출전으로 삼는다. 여기서도 역시 감염질환 후 발생한 정신착란 상태를 위주로 한 증상에 활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시되었다. 당시 ‘최지제(崔知悌)’라는 의사가 경험한 내용을 수록하며 최씨의 처방, 곧 최씨방(崔氏方)에 해당하는 처방으로 분류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최지제는 당시 한 감염질환을 앓게 된 사람을 치료했는데 처음에는 치료 3일만에 발한(發汗)에 성공하여 치료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음주 후 증상이 다시 심해졌고, 이후 번민, 헛구역질, 입이 마르고 신음소리를 내며, 헛소리를 하고 편하게 누워있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이 증상에 황련해독탕을 활용하여 치료했다는 것이 당시의 경험이었다. 방후주(方後注)에는 이 증례 외에도 비슷한 사례에 황련해독탕을 처방한 결과, 좋은 치료성적을 거두었다며 이 기록이 일회성 경험은 아니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동시에 황련해독탕의 작용기전을 “해열독(解熱毒), 제혹열(除酷熱)”로 설명하여, 황련해독탕이 감염질환 진행에 따른 급작스런 전신의 실열(實熱) 축적의 결과 발생한 정신착란(흥분)에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후 약 400년 간 특별한 추가 적응증은 없었다. 그러던 중 중국 금대(金代)의 유완소(劉完素)가 황련해독탕과 관련된 기록을 여럿 남기게 된다. 잘 알려진대로 유완소는 금원사대가 중 한량약(寒涼藥)을 주로 임상현장에서 많이 활용했던 의사이다. 그래서 였을까? 황련해독탕과 관련된 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의 황련해독탕 사용법은 이전의 의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보다 확장된 활용범위를 제시했다. 감염질환의 정신착란 상태 외에도 일종의 감염질환의 신체합병증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출혈증상(혈뇨, 객혈, 코피 등)에까지 사용할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이다. 그 내용은 『황제소문선명론방(黃帝素問宣明論方, 1172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사열론(四熱論)’ 항목에서 위와 같은 상황에 대금화환(大金花丸)이라는 처방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처방은 황련, 황백, 황금, 대황으로 구성되고, 만약 변비가 없을 경우, 대황 대신 치자를 추가하여 사용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치자금화환(梔子金花丸) = 황련해독탕이었다. 또한, 소화기능이 약한 환자에게 황련해독탕이 필요할 때의 사용법도 제시했다. ‘상한방(傷寒方)’ 항목에서는 직접 황련해독탕을 소개하면서 만약 복만(腹滿), 구토(嘔吐), 하리(下利)하는 경우라면 황련해독탕에 반하, 후박, 복령, 생강을 추가하여 사용하면 된다는 임상팁을 제시한 것이다(반하황련해독탕). 임상에서 황련해독탕을 사용하다 보면, 간혹 소화기능 이상이 있는 환자에게도 사용을 고려해야 할 일이 있는데,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아닐까 한다.

 이렇게 활용범위를 넓혀 온 황련해독탕은 한 번 더 그 활용의 폭을 확장하게 된다. 바로 국소염증에도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조선 세종대(世宗代)에 출간된 『의방유취(醫方類聚, 1445년)』에는 황련탕이라는 이름으로 이 처방이 등장하는데, “일체의 적독복열(積毒伏熱), 적목구창(赤目口瘡), 인후미란(咽喉糜爛)하며…”라 기록되어 이전과는 달리 안이비인후부의 염증 상태에도 활용될 수 있음이 제안되었다. 중국 명(明)의 설기(薛己)는 피부로 그 활용범위를 확장시켰다. 그가 출간한 『외과발휘(外科發揮, 1528년)』에서는 “적열창양(積熱瘡瘍), 흔종통(焮腫痛) … 구설생창(口舌生瘡)”이라고 적응증을 제시하며, 피부의 화농성 피부질환, 그리고 그에 동반된 정신착란 증상에 황련해독탕을 활용할 수 있음을 제안했다.

 여기까지 소개한 전통적인 의서(醫書) 속 황련해독탕 활용의 발전사를 정리하면, 우선 전신 감염상태에 동반된 정신착란에 사용되던 처방이, 감염상태에 동반된 출혈 합병증에도 사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했고, 이후에는 안이비인후나 피부와 같은 국소부위의 염증에 활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까지 발전하여 주로 감염상태에서 발생하는 임상상황에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활용의 방향이 매우 많이 변했다. 감염질환 보다는 오히려 만성적 내과질환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먼저, 흥분을 동반한 정신착란 상태에 활용되던 약효를 활용하여 정신적 안정이 필요한 각종 신경증(불면증, 치매 환자의 흥분성 이상행동증상, 두통, 분노조절장애 등)에 활용하게 되었다. 또한, 명확한 열증(熱證)을 동반한 국소의 염증을 억제하던 약효를 활용하여 여드름과 같은 피부의 화농성 염증질환, 꼭 염증이 동반된 것이 아니더라도 그 억제성 약효를 활용하여 환자의 가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처방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임상활용 현황이 반영되어 현재 일본과 한국의 황련해독탕 엑스제 적응증에는 체력은 중등도 이상인 환자의 흥분성 정신심리증상과 충혈성 또는 염증성 신체증상(코피, 위염, 숙취, 어지럼, 두근거림, 갱년기장애, 습진 및 피부염, 피부가려움, 구내염 등)이 수록되어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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