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준태 시평] 자동차보험 제도개선, 자동차사고 피해자 중심의 목소리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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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시평] 자동차보험 제도개선, 자동차사고 피해자 중심의 목소리도 필요해
  • 승인 2021.10.2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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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제준태

mjmedi@mjmedi.com


제준태
산돌한의원 원장

자동차사고는 일어나지 않으면 가장 좋은 일이지만 일단 발생한 자동차사고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히 큰 피해를 주고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이나 직업 활동을 유지하기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자동차사고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모든 운전자에게 자동차보험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자동차 보험 업계는 보험료 인상을 요구해왔고 정부는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해왔습니다. 하지만 누적되는 자동차보험의 높은 손해율은 대책이 필요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고 지속가능한 자동차 보험 생태계가 유지되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자동차보험을 위해서는 손해율을 조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손해율을 낮추는 방법은 가입자를 늘리거나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혹은 교통사고에 대한 보험금을 줄이거나 보험회사의 경비를 줄이는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2021년 9월 30일 정부의 보도자료를 통해 교통사고로 지급되는 보험금을 줄이기 위한 대책들을 내놓았습니다. 2023년 1월 1일부터 적용 예정인 표준약관 개선안에는 과실비율에 따라 본인과실부분만큼 자비 또는 자기가 가입한 보험에서 치료비를 부담하게 하는 등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대안들이 제시 되어 있습니다. 치료비용에 과실비율을 적용하겠다는 부분 등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보험회사에서 진료비용을 전액 지급 후 환자에게 과실비율만큼 환급하도록 하는 것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비용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강보험은 긴급한 진료비용에 대해 보장하기 위한 지원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자동차보험은 그간 보험에서 100% 부담해왔기 때문에 표준 약관 변경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안전망이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개선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자동차사고 부상등급 12~14등급의 경상 환자의 사고 피해에 대한 보장성이 상당히 제한되었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사고 부상등급 12~14등급에 해당하는 환자의 경우 4주의 진료만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선 의료기관에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보도자료에 포함된 통계자료에 2019년 경상환자의 81%가 28일 이내 치료 종결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있지만, 비록 경증에 해당하는 환자라도 장기간의 증상이나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단명이 동일한 경추의 염좌 및 긴장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삐끗한 경우와 자동차 사고로 인한 경우는 그 정도가 절대로 같을 수가 없습니다. 자동차 사고의 특성상 무거운 질량을 가진 자동차가 사람이 스스로 낼 수 있는 속도를 아득히 넘는 빠른 속도로 충격하는 일이 많습니다. 단단한 차체에는 큰 손상을 일으키지 않아도 그 안에 타고 있는 탑승자는 사고의 충격으로 경추, 요추 등이 급격한 굴곡과 신전이 이뤄지면서 연부조직이 손상됩니다. 편타손상이라고 하는 손상 유형으로 자동차사고 부상등급표의 기준이나 진단명만으로 자동차사고 환자의 증상 개선에 대한 예후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자동차사고 부상등급 11등급 이상은 뇌진탕 또는 골절이나 탈구 등의 명확한 손상이 있을 때에 해당하고, 엑스레이나 CT 등 영상검사에서 골절이나 탈구 등이 보이지 않았다면 12등급 이하에 해당하게 됩니다. 현재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골절 등의 진단이 없는 환자는 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의 변화와 직업적 작업 능력에 영향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진단주수는 통상 2주에 그치게 됩니다. 진단주수와 실제 필요한 치료기간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보도자료에는 '진단서上 진료기간에 따라 보험금 지급'으로만 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진단기간은 수상일이 아닌 진단일을 기준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내용을 명시하지 않아 추후 환자에게 보험금을 더 이상 지급할 수 없다는 근거로 사용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진단주수가 2주라면, 2주마다 진단서를 발급하고 이를 보험회사에 접수해야 하는 행정적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사고 진료비용의 증가가 문제가 된다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자동차사고 부상등급표에 따른 기준은 경증으로 불필요한 진료를 받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자동차사고의 피해로 고통 받는 환자들의 충분한 치료를 보장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자동차사고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은 다양한 정도와 다양한 경과를 갖고 있으며 이를 평가하는 객관적인 방법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자동차보험 진료에 있어 적절한 기준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자동차 사고로 아픈 환자가 충분히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 역시 자동차보험의 존재 의의입니다. 진료비용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자동차사고 후 피해의 회복과 지속 가능한 자동차보험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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