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83> - 『增補單方新編』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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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83> - 『增補單方新編』① 
  • 승인 2021.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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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거듭된 단방지식의 증보와 개편

  앞서 한말 錦石 李義絅이 주촌 신만과 다산 정약용의 단방을 한자리에 모아 한글로 대역하여 펴낸 『단방신편』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본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이 책을 토대로 내용을 증보하고 역시 한글로 번역하여 펴낸 책이 있다. 1913년에 池松旭이 자신이 경영하던 신구서림에서 펴낸『증보단방신편』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소개한 적도 없거니와 그 관련성에 대해 깊이 고찰한 바 없기에 앞글에 이어서 함께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 『증보단방신편』

  『단방신편』과 『증보단방신편』사이의 상관관계를 논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두 책의 수록내용을 비교해 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우선 목차를 대조해 보니, 편제상 풍문, 한문, 서문, 습문, 조문, 화문으로부터 시작해 내상, 허로, 곽란, 학질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구성 체제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특히 앞쪽에 육음질환을 배치하고 이어 구토, 해역, 해수, 소갈로 이어지는 순서는『동의보감』잡병편의 구성과 매우 유사한 경향성을 띠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소변, 대변, 정문, 신문, 혈문이 배치되어 내경편에 해당하는 병문이 수재되어 있고 그 다음엔 적취, 창만, 부종, 황달, 제충문이 들어 있어 잡병편 사이에 내경편이 끼어들어 있는 듯한 혼합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곧 구급질환을 위주로 한 단방치료에 내상과 잡병을 구태여 가릴 여유가 없음을 뜻한다.

  또 두, 면, 안, 이, 비, 구설, 아치로부터 수족, 전음, 후음에 이르기까지의 항목은 여지없이 『동의보감』외형편의 체제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뒤쪽에 창종과 부인, 소아, 제상, 해독, 구급, 그리고 권미에 六畜病을 둔 것까지 49개 병증문은 두 책이 일치하고 있기에 편제 자체는 대략 그대로 채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병증문별로 상당수의 조문이 앞쪽에 추가되어 있어 증보한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풍문의 경우, 半身不遂口眼不正邪(반신불슈구안불뎡사), 白轉風(어루러기) 2조문이 기존 원문 앞에 추록되어 있다. 관련 연구(전종욱, 2014.)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제상, 창종, 수족, 소아, 아치, 해독 등 19개 병문에서 40조항이 추가되었다는 사실이 조사결과로 밝혀졌다.

  그중 가장 많이 증보된 곳은 제상문인데, 앞쪽의 落傷, 腹裂傷腸出, 違骨, 火傷, 金刀傷, 狗咬傷, 蛇咬, 蛇入口中, 蜂蟞까지 9개 항목이 추가로 증보되었다. 애초에 낙상, 절상, 위골, 촉상, 화상부터 구교, 사교, 오공교, 지주교, 제충교, 일체충사교, 봉별에 이르기까지 25조항으로 이뤄졌던 것이, 34조항으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력이 좋은 독자들은 다수의 항목이 중복되었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단순 비교해 보아도 낙상, 화상, 위골, 구교, 사교, 봉별 등 많은 항목이 서로 겹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물론 본문에 수록된 치법이나 단방약재는 서로 다른 것이어서 앞뒤 내용이 중복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상당수 항목이 같은 병증목내에서 중첩된 것으로 보아 내용을 증보한 후 항목을 통합해서 편집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증보단방신편』은 『단방신편』의 본문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고 추가로 40조문을 더해 각 병증문별로 구분한 다음 앞쪽에 수록하는 방식으로 개편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지송욱은 이의경이 펴낸『단방신편』본문 49병문을 그대로 유지한 채 원래 있던 440조문에 40조문을 더해 480조문으로 증보하여 한글로 풀어 쓴 다음 병증문별로 안배하여 추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손쉽게 증보판을 펴낼 수 있었던 비결인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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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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