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련해독탕– 감염 시 정신착란에 대한 처방에서 신체와 정신의 흥분을 모두 아우르는 팔방미인으로 발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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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련해독탕– 감염 시 정신착란에 대한 처방에서 신체와 정신의 흥분을 모두 아우르는 팔방미인으로 발전!②
  • 승인 2021.10.29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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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45)
권승원 /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순환신경내과 부교수

CPG 속 황련해독탕의 모습은? (표 1 참조)

CPG 속 황련해독탕은 어떤 모습일까? 총 7가지 CPG에 황련해독탕이 등장한다. 모두 전통적인 의서에 등장했던 분야에서의 활용은 아니며, 현대에 이르러 확장된 적응증에서의 활용이다. 7건 모두 국소염증에 대한 적용이었다.

우선, 피부과 영역에서의 활용이 눈에 띈다.

총 3건의 CPG에서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활용을 제안했다. “아토피피부염 진료가이드라인 2015”에서는 임상근거를 갖춘 소풍산, 시호청간탕, 보중익기탕 외에도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황련해독탕이 제안되었다. 황련해독탕과 함께 사용 고려가 가능한 것으로 이름을 올린 처방은 억간산(억간산가진피반하), 계지복령환, 백호가인삼탕이었다. 알레르기질환 전반에 대한 임상권고사항을 담은 “알레르기 종합 진료가이드라인 2013”의 아토피피부염 항에도 위와 동일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알레르기성 질환 치료가이드라인 95개정판”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성인형 아토피피부염에 황련해독탕을 사용할 수 있음을 권고하였는데, 특히 스테로이드 외용제 장기사용 증례에 한방치료를 고려할 수 있음을 제안하면서 황련해독탕의 소염, 해독작용을 활용해 볼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피부가려움에 대해서도 총 2건의 CPG가 황련해독탕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만성가려움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아직 근거가 충분치 않지만 아급성 단순성 양진(痒疹), 다형 만성 양진에 황련해독탕 사용을 고려해도 좋다고 언급했다. “범발성 피부가려움 진료가이드라인” 역시 지금까지 발표된 피부가려움에 대한 문헌을 나열하며 그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가려움을 호소하는 고령환자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를 소개했는데, 중간~실증일 경우 황련해독탕, 허증일 경우 우차신기환을 투약한 결과 항히스타민제와 동등한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고령자가 겪는 항히스타민제 부작용을 고려하면 중간~실증에 해당하는 노인에게는 황련해독탕을 적극 활용해 볼만하다.

부정 권고이지만 여드름에 대한 내용도 있다. “여드름 치료 가이드라인 2017”에서는 염증성 피진, 면포에 대해 황련해독탕의 기존 임상근거를 검토한 결과, 아직 충분한 근거가 갖춰지지 않아 현 시점에서는 사용을 추천할 수 없다는 아쉬운 권고를 남겨 두었다. 아무래도 임상현장에서는 여드름에 황련해독탕이 필요할 시, 단독 처방 보다는 황련해독탕이 포함된 처방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점이 반영된 것 아닐까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꽃가루 알레르기와 관련된 내용이 한 건 존재한다. 바로 “코 알레르기 진료가이드라인-통년성 비염과 꽃가루 알레르기”이다. 이 CPG에서는 황련해독탕의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한 구체적 활용방안에 대해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다양한 한방약 중 소청룡탕 만이 RCT를 통한 임상근거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 임상현장 활용 시에는 증(證)에 따른 치료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제안이 되어 있다. 이 분야 역시도 황련해독탕 보다는 비슷한 상황에 형개연교탕 같은 처방이 보다 빈번히 활용되기 때문에 보다 확정적 임상근거를 갖추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임상의의 눈

필자는 현재 한방병원에서 한방내과, 그 중에서도 순환신경내과 분야의 진료를 맡고 있다. 그렇다보니 지금까지 소개한 상황 보다는 뇌신경질환 환자의 섬망이나 이상행동증상에 황련해독탕을 보다 많이 활용하고 있다. 최근, 치매 환자의 행동심리증상(BPSD)에 대한 억간산의 임상효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억간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항정신병약과는 달리 ‘과진정’ 없이 양적 행동심리증상을 억누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 역시도 임상현장에서 그러한 효과를 누차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병동에서 뇌신경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케어하다 보면, 억간산은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야간 섬망이 심한 경우나 주간이라도 타 환자나 보호자, 간병인에게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투약을 통해 즉각적 효과를 낼 필요가 있는데 이 때 주로 활용할 수 있는 처방이 황련해독탕이다. 환자가 흥분상태에 있을 때,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량의 2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비보험제제의 경우, 한 번에 2포, 보험제제의 경우 한 번에 4포의 복용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황련해독탕 제제약이 정제로도 출시되고 있어 복약순응도도 높은 편이므로 병동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의사라면 한 번쯤 기억해두길 바란다.

또한, 황련해독탕 사용 시 주의할 점에 대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가려 한다. 최근 일본에서 주목하고 있는 한방약 관련 부작용이 있다. 바로 산치자로 인한 장간막정맥경화증 발생이다. 단순히 한두번 복용했다고 해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아니며 일종의 “약재 축적성 부작용”으로 분류된다. 산치자를 함유한 처방을 3~5년 이상 장기복용한 뒤, 장간막정맥경화증이 발생한 사례들이 보고되면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해지고 있다. 특히 일본 후생노동성에서는 이에 근거하여 2018년 산치자를 포함한 처방 중 다빈도 처방인 가미소요산, 황련해독탕, 신이청폐탕, 인진호탕은 ‘막연히 장기투여하지 말 것’이라는 약재사용안전발표를 하기도 했다.

따라서, 만약 산치자를 함유한 처방을 3~5년 정도 연복하도록 하고 있는 환자가 있는데, 복통, 설사, 변비, 복부팽만 등이 반복되거나 건강검진에서 대변잠혈반응이 양성으로 나온다면 일단 산치자 함유 처방을 중단하고 CT,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좋겠다. 일본의 기타사토 동양의학연구소에서는 산치자를 3년 이상 지속복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대장내시경검사 또는 CT 검사를 추천하고 있다고도 한다. 다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부작용은 장기 복용 시에만 발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방약이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일본에서는 3~5년 장기복용이 흔한 일일 수 있어도, 대부분이 비급여 처방으로 한약복용을 이어가는 국내에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하지만, 사용할 약재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꼭 숙지해두어야만 하므로 주의를 기울여 둘 필요는 있겠다.

 

참고문헌

1.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9.

http://www.jsom.or.jp/medical/ebm/cpg/index.html

2. 조기호. 증례와 함께하는 한약처방. 우리의학서적. 서울. 2015. p.416-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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