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강솔의 도서비평] 진짜가 되어 발견되어지기 – 지금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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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강솔의 도서비평] 진짜가 되어 발견되어지기 – 지금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 승인 2021.11.0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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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솔

강솔

mjmedi@mjmedi.com


도서비평┃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송길영씨는 빅데이터 분석가,마음을 캐는 사람이라고 한다(나는 몰랐다). <판교 신혼부부>라는 제목의 유튜브를 보고 이 사람이 쓴 책은 어떤가 궁금해서 책을 읽었다. 미디어를 통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20여 년 동안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현재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사회가 어떤 흐름으로 변화해가고 있는가를 알아차리는 일이 저자가 하는 일이다. 빅 데이터라는 말을 들어도 그런가보다, 구글에서 나의 정보를 취합한다고 하면 구글에 내 정보를 남기지 말아야겠는데, 라는 정도가 기껏 내 생각의 수준이었다. 아침에 한의원 출근해서 하루 종일 환자보고 아이들 학원이나 입시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 외엔 세상에 그닥 관심 없는 삶을 살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뼈저리게 느꼈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알아차리지 않아도 유지되는 직업이라는 것이 새삼 고마웠다.(나는 한의원 원장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ㅎㅎ)

송길영 지음, 북스톤 출간

 

이 책은 상당히 신선했다. 이 신선함은 다만 현상을 잘 읽고 분석하는 것 외에도 현상분석하기를 통해 저자가 얻게 된 통찰 때문이다. 만약 저자가 데이터들을 분석해서, 현재 사람들의 욕망의 흐름이 이것이니 광고에서 어떤 감성을 이용하는 게 좋다, 정도가 이 책의 내용이었다면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다. 대신에 저자는 이런 현상들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실제로 어떤 가치들이 존중 받을 것이며, 그래서 나, 또는 나의 아이들(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흐름과 원칙을 (근거를 통해 설득력 있게)제공하고 있다. 책 내의 표현에 의하면 저자도 <장인>이었다.

내가 살아온 시대는 농경시대의 성실함과, 산업발전시대의 기술과 노력, 그로 인해 이루어진 시스템 내에서 조직과 나를 동일시하는 문화 속에서 승진하고 부를 이루었다. 앞으로의 시대,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과 선택적 대면이 일상화 되어지는 미래에서는 다른 가치와 다른 방식의 성장이 필요하다. 그것은 투명성에 기반을 한다.(나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고 그 흔적들은 통합 분석되어진다, 바로 지금), 농경시대의 성실함이 필요한 직업들은 사람보다 성실하고 고장 나지 않는 AI가 대체할 것이고, 단순 노동들은 무인화작업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시대에 정말 사람이 필요한 일, 투명하고 진정성 있어서 진짜가 되는 것이 다가올 세대의 새로운 덕목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일회성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반복하여 <장인>이 된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내가 나를 피알하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어지는>사회가 될 것이다. <진짜>가 된다면 곳곳에 남는 흔적들에 의해 다른 사람들이 그 진짜를 찾게 된다는 것. 과거에 이랬지 라는 생각 말고, 현행화, 지금의 사실을 알아차리고 현재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같은 기성세대가 해야 할 노력이다.

지금은 좋은 대학을 졸업한다고 그 다음의 삶이 영원히 행복했습니다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작년엔 (심지어)입시 컨설턴트인 선생님께서 어차피 좋은 대학 간다고 취직이 되는 시대는 아니니, 학생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도와주라고 말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어떻게든 좋은 대학을 보내고 싶어서 노력한다. 우리 세대가 그렇게 살아와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경험과 믿음이 있으므로. 그런데 저자가 말한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진짜>가 되는 일은 좋은 대학을 가길 바라는 마음의 본질이기도 하다. 실제 매 순간의 과정들에서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기를 바라는 일. 결국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본질은 본질인 것이다. 다만 장막 뒤에 숨는 일, 시스템에 의지하여 무임승차 하는 일, 그저 학력만으로 인정받으며 자격증이 있다는 것만으로 살아남는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 앞으론 테크노밸리에 출근하지 않고 양양 앞바다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쉬는 시간에 서핑하는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어쩌면 규제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른다. 한의사로 살아가는 일이 다른 보건의료 직군에 비해 치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어쩌면 반 강제적으로 장인의 삶을 강요받는 현실 때문에 생명력이 더 길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강솔 / 소나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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