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매일 성장하는 행복한 연구자
상태바
[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매일 성장하는 행복한 연구자
  • 승인 2021.11.12 0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히준

박히준

mjmedi@mjmedi.com


도서비평┃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언젠가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네 꿈이 무엇이니?”라고 묻는 말이, 진정 아이가 하고 싶은 꿈을 묻는다기보다 “어떤 직업을 갖고 싶으냐”라는 뜻으로 변질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꿈을 꾸는 것, 그리고 노력하며 사는 것이 꼭 좋은 직업이나 성공을 전제로 해야 하는 걸까?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의 저자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쫓기보다 하루하루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사람됨과 같은 기본기 다지고, 과정에서의 행복 추구가 인생살이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손웅정 지음, 수오서재 출간

“축구를 통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느냐는 몇 경기 이기는 것보다 천배는 중요한 문제다. 승패를 떠나 축구의 맛을 느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전 프로축구선수로, 성공한 영국 프리미어리거인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분이다. 어찌보면 훌륭한 아버지의 올바른 철학과 삶이 지금의 손 선수를 만들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니, 설사 손흥민 선수가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행복한 축구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대한 성찰은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것 이상이 없다고 하던가. 평생 축구와 함께, 축구만 생각하며 살아온 삶을 통해, 축구와는 전혀 다른 분야의 나에게도 공감을 주는 깊은 성찰을 보여주었다. 일찍이 중학교도 가기 어려운 환경에서 축구를 통해 삶의 한계를 극복하게 되었고, 성실함과 노력을 통해 드디어 주전 축구선수로서 운동장을 활보하게 되었지만, 20대 나이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은퇴를 하게 되었으니 그 절망감은 얼마나 깊었을까. 그러나 거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책을 읽고 지독한 성실함으로 살아온 그는, 두 아들의 축구를 직접 지도하게 되며 축구지도자로서 전문성을 스스로 찾아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축구선수시절에서의 실수와 한국 엘리트 축구교육의 한계의 핵심은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중하는 것이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 과정에서 찾아낸 핵심 키워드가 바로 “기본기”의 중요성이다.

“축구는 철저하게 개인운동이다. 열 한 명의 선수 개개인이 강해질 때 그 팀도 강해진다. 그런데 우리는......주로 조직력부터 이야기한다. 개인의 능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조직력은 한계가 있다......축구에서 기본으로 강조하는 이유도 강한 개인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또한, 선수로서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초심’을 강조한다. 우승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고 과정이기에, 성공에 집착하지 말고 성장하는 축구선수가 되야 함을 늘 강조해 왔다고 한다. 그렇기에 우승한 날이라도 훌훌 털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이를 통해 스스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교육하고 있다.

이 책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치열하게, 그러나 곧고 바르게 살아오며 아들뿐 아니라 유소년 축구선수들 교육을 위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저자의 현재 진행형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축구이든 연구이든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게 되면 결국 큰 강에서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축구가 반드시 선수들이 함께 해야 하는 경기인 것처럼, 연구 또한 여러 연구자들이 함께 힘을 합해 문제를 풀어가는 긴 여정의 팀플레이다. 그래서 공동연구자들뿐 아니라 우리 실험실의 학생들도 좋은 연구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동료 선수들이다. 그들이 나의 둥지를 벗어나 큰 세상에서 훨훨 날 수 있도록, 오늘도 기본기를 단단히 다지고 행복한 연구자가 되기 위한 길을 함께 담담히 걸어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어디 연구에만 적용되겠는가?

오늘 랩미팅에서는 학생들의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얘기해 주어야겠다.

“연구를 통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느냐는 영향력지수 높은 논문 한 편 내는 것보다 천배는 중요한 문제다. 승패를 떠나 연구의 맛을 느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설사 연구가 실패해도 다시 딛고 일어나고, 다른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환자들의 아픔을 공감하며, 하루하루 조금씩 더 성장하는 연구자가 되어보지 않을래?”

 

박히준 /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소장, 경희대 한의대 교수, 장-뇌축기반 맞춤형 침치료기전연구실 PI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