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분야 SCIE급 저널 리뷰어의 한의치료 증례 ‘매력적 연구’ 평에 감사함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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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분야 SCIE급 저널 리뷰어의 한의치료 증례 ‘매력적 연구’ 평에 감사함 느껴”
  • 승인 2021.11.1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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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미국화상학회 SCIE급 저널에 국소 3도 화상 환자 한의치료 증례군 발표한 연구팀

전기화상 및 저온화상 환자 4개 케이스 소개…환자에 피부이식술 대신할 선택지 필요
◇(왼쪽부터)전상호, 조성준, 강병수, 임정태.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미국화상학회에서 발행하는 SCIE급 ‘Journal of Burn Care & Research’에 국소부위 3도 화상 환자에게 한약연고와 침을 활용해 치료한 증례군 연구가 실렸다는 소식이 지난 3일 전해졌다. 이는 자연재생한의원의 조성준 원장과 전상호 원장,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전문의인 강병수 원장, 원광대 연구교수인 임정태 교수가 함께 했는데, 이들은 보완대체의학 저널이 아니라 화상 전문 저널에서 이번 증례를 흥미롭게 받아준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이 증례 논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어땠을지 연구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논문 내용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조성준 원장(이하 조): 전기 화상을 입은 환자 1명과 저온 화상을 입은 환자 3명의 증상과 치료에 따른 경과를 사진을 통해 정리한 증례연구다. 이들을 한방연고와 침을 활용해 약 60~80일간 치료해나가는 과정이 녹아있으며, 이후 환자들의 한의치료에 대한 인식 변화와 만족도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이들은 모두 양방 병원에서 피부이식술을 받아야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피부이식술의 고통과 부작용으로 인해 주저하던 중 우리 한의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수술을 받지 않고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연구자들이 임상가와 교수 등 제각기 다양한데, 이러한 연구팀을 구성하게 된 과정과 각자의 역할분담이 궁금하다.

강병수(이하 강): 조 원장이 화상 환자 증례보고 작성을 함께할 연구자를 찾고 있었는데, 이를 같이 일하고 있는 전상호 원장을 통하여 알게 되었고,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전문의로서 논문 작성 경험이 많기 때문에 합류 제안을 받아 수락하였다. 직후에 동신한방병원에서의 인연이 있는 임정태 교수에게 본 연구를 함께 진행해보자고 요청하였고, 흔쾌히 도와주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에 연구를 위한 첫 모임을 갖고 온·오프라인으로 꾸준히 소통하면서 연구팀이 꾸려진지 약 1년 만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임 교수는 전체적인 연구 계획 수립, 논문의 방향설정, 논의(Discussion) 등을 담당하고, 나는 화상에 대한 기존 문헌의 리뷰와 자료조사, IRB, 논문 작성과 수정(revision) 등을 담당했다. 조 원장은 연구목적에 맞는 환자들을 선별하여, 의무기록을 정리하여 제공하고 표 등을 작성하고 논문 집필에 도움이 되도록 구체적인 치료 과정 등을 한의원에 초대하여 보여주었으며, 전 원장은 보고 대상이 된 환자 자료를 정리하고, 수정과정에서 미비한 자료들을 보충하면서 연구팀 사이의 의사소통 등을 담당하였다.

 

▶피부이식술을 원치 않는 국소 3도 화상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피부이식술이 지닌 부작용은 무엇이며, 한방연고와 침 치료는 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나.

조: 내가 실제로 치료했던 엉덩이 화상 환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이 환자는 등에 있는 피부를 엉덩이에 이식했다. 이렇게 되면 피부를 가져온 공여부인 등에도 흉터가 남고, 엉덩이에도 흉터가 남는다. 가렵거나 통증이 수반되기도 한다. 만약, 상처부위가 관절일 경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가 수축되면서 변형이 와서 관절을 움직이는데 불편함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환자가 성인이라면 피부이식술을 한 번만 받으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성장하기 때문에 피부이식술을 6번~10번 가량 받는 경우가 많다.

피부이식술이 필요한 환자도 있지만 적어도 이를 시행하기 전에 환자들이 관련된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적 치료는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우수한 효과를 보일 수 있고, 국소부위 환자의 경우 석달 정도면 대개 치료가 마무리된다. 더 빠르고 신속한 피부이식술을 원할 수도 있지만, 한의학적 치료 등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점을 잘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논문이 게재된 ‘Journal of Burn Care&Research’는 보완대체의학이 아니라 화상에 관한 연구를 다루는 곳이기에 리뷰어들이 한의학 치료에 대해 생소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의 평가는 어땠나.

임정태(이하 임): 그 동안 여러 증례논문들을 해당 분야 저널에 투고했을 때는 제대로 심사도 해주지 않고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본 논문에서는 상당히 세심하게 리뷰를 해줬다. 그 중 리뷰어 한 명은 ‘이런 fascinating article(매력적인 논문)을 투고해줘서 고맙다. 회의적 시선을 견지하자면 여전히 치료의 효과에 대한 의심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논문의 방법론적 엄정함(rigor)과 보고의 질에 감명을 받았다. 환자들의 치료경과를 부지런히 기록하고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꼼꼼히 기술해준 연구진의 노고에 갈채를 보낸다. 이 연구는 굉장히 의미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I recognize it as a meaningful start)’는 표현을 해주었다. 이 때 방법만 신경 써서 보고한다면 인정해준다는 생각에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증례 논문은 저널에 게재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저자의 입장에서는 증례 논문의 한계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서술을 어느 정도 부각시키게 마련이다. 리뷰어들에게 고마웠던 점은 연구진들의, 증례 논문의 한계를 명확히 하면서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단정적인 서술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에 대해 인정한다고 말하면서, 임상진료에서 해당 치료법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일부 서술을 중립적인 톤으로 교정해주려고 힘써줬던 부분들이다. 화상을 진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자칫 해당 논문이 화상에 표준적인 치료법이 수술이 필요 없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비교적 국소적인 화상에 대한 치료 결과였는데 이 치료법이 임상적으로 어떤 적응증과 의의가 있는지, 예상되는 기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논문에 보강할 수 있게 도와줬다.

 

▶자연재생한의원에서는 로컬 한의원 원장으로 임상진료를 하면서 동시에 논문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조: 사실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잘 진행됐다. 보통 논문은 여러 저널에 동시에 투고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처음 투고한 저널에서 거절당하면 다른 저널에 투고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논문이 거절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번 논문은 처음 투고한 저널에서 한 번에 성공했다. 그동안 피부질환 치료를 오랫동안 해오면서 모아놓은 수천 건의 진료자료가 있었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방법을 알지 못해 주저하고 있었는데, 강병수 원장이 제1저자로서 국제적 규격에 맞게 잘 정제된 논문의 형식으로 이를 다듬어주면서 고생이 많았다. 이외에도 연구팀에서 함께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논문을 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번 논문의 의의와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강: 미국화상학회의 공식 SCIE 학술지에 출판한 국내 첫 한의 화상치료 증례로 국외에서 화상의 한의 치료 가능성을 인정했고 향후 연구에 기반이 되는 선행 연구가 될 수 있다. 환자의 선호도로 인해 피부이식술을 원치 않았던 환자들에게 한의 치료법만을 사용하여, 중대한 이상반응이 없고 수술로 인한 후유증도 없었으며 치료효과도 좋았는데, 이를 사진 등을 통해 치료 전후의 자세한 경과를 보여주며, 표준화된 정량적 평가지표도 사용하였고, 환자들의 언어를 이용하여 만족도를 포함한 질적인 서술 등을 포함하여 보고했다는 의의가 있다.

반면 첫 연구이기에 전략적으로 범위를 좁히고자 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증례군 연구로서, 대조군이 없고 피험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본 연구만으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확정적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앞으로 연구 계획은 무엇인가.

임: 증례 시리즈의 경우, 중증도나 화상 표면적을 올려가면서 보고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질환이나 원인에 따라서 다양한 증례군을 계획 중이다. 화상연고의 치료 기전을 연구해보고 싶고, 아울러 침과 화상연고를 병행했을 때 시너지 효과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같이 해볼 기회도 생긴다면 좋겠다. 한의연구기관에서 지원을 해 준다면, 연구간호사를 고용해서 한의원 기반의 화상 레지스트리와 같은 전향적 연구를 해 볼 의향도 있다. 화상의 경우, 화상전문 양방의료기관과 협조가 된다면 한의치료 의향이 있는 환자들과 기관 간 협진을 통해 양방 단독 치료군과 협진군의 치료경과나 부작용 등을 전향적으로 비교 관찰하는 연구도 수행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조: 이번 증례에서는 화상환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치료 원리는 괴사, 화상, 욕창 등 다양한 피부질환 환자가 거의 동일하다. 욕창의 경우 치료가 잘 되지 않아서 관심도가 떨어지는 질병 중 하나인데, 작년부터 우리 한의원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욕창 환자 증례를 발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조: 이번 일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사실 이는 기본적으로 내가 환자를 치료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상과 비슷한데, 논문의 형식으로 좋은 결과를 내다보니 축하를 많이 받아 얼떨떨하고 감사하다.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상처치료의 기준을 세우는 데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하는 포부가 있다.

또한, 논문을 심사했던 리뷰어가 ‘매력적인 연구’라고 표현한 것이 신선하고 고마웠다. 물론 한계가 존재하는 연구이지만 객관적으로 편견 없이 본다면 당연히 흥미로운 결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한의치료라고 하면 폄하당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당연한 평이 오히려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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