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준태 시평] 위드 코로나, 일차의료 관점에서의 전략 수립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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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시평] 위드 코로나, 일차의료 관점에서의 전략 수립이 필요
  • 승인 2021.12.0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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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제준태

mjmedi@mjmedi.com


제준태산돌한의원 원장
제준태
산돌한의원 원장

코로나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위드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한 이후 연일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위드코로나는 말 그대로 코로나에 걸리는 것을 일상의 일부로 생각하고 일상생활을 최대한으로 영위하자는 전략입니다. 일상생활이나 경제적인 이유를 생각하면 좋은 느낌이 드는 단어지만, 현실적으로 이동량, 접촉기회가 모두 증가하기 때문에 확진자의 증가는 필연적입니다. 봉쇄 전략이 유효했을 때는 확진자의 숫자가 중요하지만 위드 코로나 전략에서는 확진자의 총 숫자 보다 중증 환자의 비율과 병상가동률 등 위중증 환자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의료기관의 수용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가 사라지면서 늘어나는 확진자수 증가는 폭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확진자를 의료기관에서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보고 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준비한 것에 비해 확진자가 더 많았고 중증비율도 높았습니다. 2021년 11월 26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 따르면 기준 중환자 병상은 전국 72.8%, 수도권 84.5% 가동률을 보인다고 합니다. 가동률이 100% 미만이라고 여유가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병상가동률이 100%란 말은 병상이 나오자마자 바로 채워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병상이 비면 들어 올 대기 환자가 많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새로운 확진자가 계속 나올 것을 대비하기 위해 대기 환자가 모두 해소된 상태에서 병상 가동률이 여유가 있을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확진 후 하루 이상 병상을 배정 받지 못 하고 있는 확진자가 1,310명이고, 현재 연일 3~4천명이 확진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동안 거의 금지되어 있던 기업들의 회식, 사적 모임과 수능 후, 연말, 크리스마스 등 접촉 기회가 늘어날 일이 내년 설 연휴까지 계속 있기 때문에 단기간내 확진자 수가 자연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현재 확보된 중환자 전담치료 병상 수는 1,135개 병상, 준중환자병상 503병상으로 대기 인원 1,319명이란 숫자를 생각하면 가동률을 떠나 병상 숫자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병상부족과 더불어 병상을 운용할 의료 인력도 부족한 것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고, 군의관에 이어 공중보건의사도 차출해 전담병상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인력과 이를 보조하기 위한 행정인력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 이틀은 짜낼 수 있을 지 몰라도 위드코로나 정책에선 장기전을 예상해야 합니다. 현재의 인력 배치는 미봉책으로 당장 병상을 가동하기 위한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병상을 운영하기 위해 의료인력 및 행정인력 등 관련 인력들의 휴식 여건이 보장될 수 있도록 추가 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문인력은 쉽게 늘리기 어렵습니다.

정부 역시 부족해진 병상과 인력 등을 동원하기 위해 11월 5일, 11월 12일, 11월 24일에 계속해서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위드코로나로 전환하기 전에 충분히 예견된 확진자 수 증가였던만큼 미리 전담할 병상과 인력을 따로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재 확보하고 있는 병상들은 상급종합병원의 병상을 행정명령으로 빌려온 것들입니다. 그만큼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수용능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고, 코로나 외 위중증 환자를 수용하고 있던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해야 할 의료수요를 감당할 곳이 없으면 코로나 외 질병이나 상해로 진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수용할 수 없어 이송이 어려워지거나 제 때 치료 받지 못해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잃는 사람도 나올 수 있습니다. 가급적 상급종합병원의 병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새로운 병상을 정부에서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대응 방식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신축과 유지 관리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기존 병원의 병상이 아닌 새로운 병상은 아마도 쉽게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병상과 인력 부족에 대한 대응은 새롭게 병상과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이상은 단기간 입원 기준을 높이는 것으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보건의료자원이 한정된 경우 그대로 차례대로 기다리게 하는 것 보다 중증도를 분류해서 우선 배정하는 쪽이 좀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현재 재택치료를 선택으로 하고 있던 것에서 경증 환자는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중증인 경우에만 병원에 입원하는 형태로의 전환을 대안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코로나감염증에 대해 앞으로 재택치료, 생활치료센터 등에 해당되는 확진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생활치료센터는 전담인력이 배치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논외로 치더라도 원활한 감염병의 재택치료를 위해서는 지역의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일차의료 개념이 필요합니다. 하루 여러번의 모니터링이 있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느껴야 하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치료의 필요는 전문적인 일차의료가 제공되지 않으면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의료기관으로 오는 환자를 진료하는 기존 의료 제공방식과 달리 일차의료는 재택치료에 적합한 의료 제공방식입니다. 확진자가 의료기관으로 내원할 수 없고, 확진자가 있는 가정까지 방문해서 관리할 수밖에 없는 특성과 기왕증 등 다른 질환에 대한 관리 및 치료 등 폭넓은 진료 범위, 행정적인 지원 등은 잘 운영되는 일차의료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일차의료제공자를 위한 고용, 보수 등은 매력적이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원활한 재택치료 환자 관리를 위해 단기고용의 형태 등으로 자원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일차의료 제공인력과 시스템에 대해 정책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재택치료가 기본 치료 방침이 될 경우, 현재 한국 여건에서 일차의료 제공에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한의사협회와 학회 등이 우선 고려하고 정부, 지자체 등과 협의해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대응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유관 학회는 일차의료 제공을 전제로 한 코로나 대응 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침과 교육을 준비하고, 협회는 행정적인 부분에서의 지원과 학회와 지부, 지부와 지자체를 서로 연결하고 조율하면서 재택치료 환자의 한의진료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 지 논의해야 합니다. 현재의 추세를 볼 때 재택치료에 어떤 보건의료와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지 준비하는 것은 시간을 다투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협회의 빠른 결단과 행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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